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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를 찾는 여정 <박물관이 살아있다2>
안현진(LA 통신원) 2009-06-03

synopsis 소심한 박물관 야간경비 래리 데일리(벤 스틸러)가 인생역전을 맞았다. “분실 불가능 열쇠고리”, “야광 플래시” 등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해 ‘데일리 디바이스’의 CEO가 된 래리는 정신없이 바쁘다. 그런데 오랜만에 자연사박물관을 찾은 그에게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진다. 자연사박물관이 전시품들을 디지털 홀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것. 차곡차곡 상자에 포장된 래리의 친구들은 밤마다 그들을 깨워준 ‘아크멘라의 석판’도 없이 이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수장고에서 영원한 잠에 빠질 위기를 맞는다.

무려 5억7500만달러를 벌어들인 전편이 무능력한 가장의 인정욕구를 출발점으로 삼았다면 속편 <박물관이 살아있다2>는 만고불변의 화두 “행복한 삶”을 주제로 또 한번 흥겨운 야단법석을 준비했다.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회사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바쁜 래리에게 테디 루스벨트(로빈 윌리엄스)는 문득 “행복의 열쇠”를 아냐고 묻는다. ‘지상 최대의 박물관’ 스미스소니언으로 무대를 키운 이번 영화는 백만장자의 기로에 선 래리가 파랑새를 찾는 여정이다.

전시품 친구들은 여전하다. 몸은 작아도 큰소리 치는 카우보이 제드(오언 윌슨)와 옥타비우스(스티브 쿠건)는 박물관을 떠나게 된 책임을 래리의 무관심으로 돌리지만 래리에게도 뾰족한 수는 없다. 그런데 문제가 일어난다. 우연히 마법의 석판까지 함께 스미스소니언으로 옮겨진 것. 그 때문에 3천년간이나 잠들었던 불운한 왕자 카문라(행크 아자리아)가 깨어나고, 카문라는 석판의 수수께끼를 풀어 전세계를 정복할 야욕을 불태운다. 2편의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스미스소니언의 전시품들이다. 가분수를 끄덕이는 기념품 가게의 ‘버블헤드’ 아인슈타인, 여성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에이미 애덤스) 등이 래리를 돕는 새로운 아군이라면 카문라의 세계정복에 가세한 적진에는 알 카포네, 나폴레옹 등 역사적 인물들이 즐비하다. 한밤의 ‘스미스소니언 전투’는 유치해도 아이들 눈높이에서 보자면 흥미진진하고 교육적이다. 석판과 친구들을 지키려는 래리의 분투는 바로 그 친구들의 목숨을 담보로 진행되는데, 그 사이 아멜리아와의 분홍빛 로맨스도 싹튼다. 인간과 전시품의 우정은 (영화 속에서) 가능하지만 사랑도 가능할까? 전혀 다른 두 종족의 넘을 수 없는 벽은 그래서 마지막에 가슴 찡한 이별로 남는다.

스미스소니언의 대표 유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리히텐슈타인의 <우는 여인>은 액자 안에서 눈물을 흘리고, 제프 쿤스의 <벌룬 독>은 사뿐사뿐 실내를 뛰어다닌다. 아이젠슈테트의 사진 <승리의 키스> 장면 역시 기발하다. 하나 더,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모든 S발음을 ‘번데기 발음기호’로 소리내는 카문라를 연기한 행크 아자리아다. 그는 비둘기를 몹시 싫어하는 거대한 링컨상과 근육 자랑에 정신없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목소리도 연기해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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