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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기 드문 순수 무공해 영화 <아부지>
주성철 2009-07-15

synopsis 중학교 진학을 앞둔 기수(조문국)는 책벌레로 통한다. 하지만 아버지(전무송)는 농사꾼은 농사만 잘 지으면 된다며 아들의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즈음 학교에서는 기수 담임선생(박철민)과 특별 초빙된 또 다른 선생 미란(박탐희)의 주도로 아동극을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방과 뒤 늘 늦게 귀가하는 기수를 나무라던 아버지는 참다 못해 직접 학교에 들이닥쳐 한바탕 난리를 친다. 그렇게 해서 선생들도 연극을 포기하지만 기수와 반 아이들은 다시 연극 연습을 시작하고, 드디어 공연 당일 아버지는 마지못해 가족들과 연극 공연장을 찾는다.

위인전 <시바이쩌>를 읽으며 소 누렁이를 돌보던 기수는 그만 친구들과 놀기 위해 그 자리를 뜬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걱정이 된 아버지가 직접 누렁이를 데리러 간다. “누렁아 니가 우리집 농사 다 지어불었는디. 내 맘 알제?”라는 대사와 함께. 경제적으로 황량하던 70년대 농촌을 배경으로 한 <아부지>를 <워낭소리>와 한데 엮으려는 시도는 그런 무뚝뚝한 아버지와 소 누렁이라는 교집합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티없이 맑은 시골 아이들이 주인공이라 할 <아부지>는 사실 시작 자체는 달랐던 농촌드라마다. 굳이 연결짓자면 <워낭소리>의 주인공 최원균 할아버지와 자식들의 20여년 전 이야기쯤 된다고 상상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아부지>에서 아버지 앞에 순하기만 하던 어머니와 자식들이 나중에 <워낭소리>처럼 변해버렸다는 식으로 말이다.

<아부지>의 핵심 혹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약점은 이야기 그 자체보다 요즘 극장가에서 보기 드문 순수 무공해 영화라는 데 있다. 농사밖에 모르는 한없이 착한 마을 사람들, 연극을 끝내 무대에 올리려는 아이들의 맑은 동심,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평범한 진리는 <아부지>의 모든 것이다. 그럼에도 언제나 빚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당시 농촌의 현실과 맞물려 농약 먹고 자살하는 농민을 묘사하는 아이들의 비판적 연극은 꽤 신선하다. 전체적으로 메이저 상업영화의 만듦새와 비교해 예산의 부족과 다소 허술한 대목 등이 자주 눈에 띄지만 말 그대로 제작자와 감독의 마음이 먼저 느껴지는 영화다. <선생 김봉두>를 연상시키는 선생 박철민 특유의 ‘말장난’ 다분한 연기가 나름의 흥행 포인트라면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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