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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로맨틱코미디 <마이 프렌즈, 마이 러브>
안현진(LA 통신원) 2009-07-22

synopsis 예의없는 파리지앵에 질린 마티아스(뱅상 랭동)는 고객에게 불친절했단 이유로 책방에서 해고당한다. 이런 마티아스를 런던으로 초대하는 건 25년 이상 우정을 지켜온 건축가 앙투완(파스칼 엘베)이다. 이혼남에 편부라는 공통점을 가진 둘은 이웃한 집의 벽을 부수고 아예 같이 살기로 결정하는데, 앙투완은 마티아스에게 “보모 금지, 외박 금지, 손님 금지” 등 엄격한 규율을 종용한다. 하지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오드리(비르지니 르도엥)에게 푹 빠진 마티아스가 규칙 따위를 마음에 담아 둘 리 없다.

크리스마스에 모두가 사랑을 찾고 행복해지는 이야기, <러브 액츄얼리>는 100% 판타지였다. 그러나 그 미덕은 분명하다. 잠시나마 솜사탕 같은 포근함과 달콤한 맛을 만나게 하는 것. 등장인물이 그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마이 프렌즈, 마이 러브> 역시 <러브 액츄얼리>와 연장선에 놓일 만한 영화다. 원작은 소설이다. 남동생인 마르크 레비가 쓴 소소하고 감상적인 소설 <행복한 프랑스 책방>은 누나 로렌느 레비의 지휘 아래 <마이 프렌즈, 마이 러브>라는 프랑스식 로맨틱코미디로 거듭났다.

배경은 런던의 프랑스인 거주지역. 화면이 수시로 빅벤과 템스 강변을 비추며 현장감을 일깨워도, 프랑스적 감성은 잡초처럼 건재하다. 영화 속에서 마티아스의 책방과 앙투완의 건축사무소가 마주하는 거리는 여유롭고 따뜻하다. 영화는 런던의 예측할 수 없는 악천후마저도 낭만적으로 그린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더 해보자. 외롭고 상처받은 그리고 돌봐야할 아이들이 있는 ‘돌아온 싱글’ 둘은 동거를 시작한다. 두 남자의 관계는 유사부부나 마찬가지다. 오드리와 행복한 밤을 보낸 ‘아빠’ 마티아스는 ‘엄마’ 앙투완의 눈치를 보며 몰래 귀가하기 일쑤고, 그런 날은 투닥거림이 그림자처럼 뒤따른다. 다행스럽게도, 두 가족의 기묘한 동거를 돕는 윤활유는 충분하다. 앙투완의 귀여운 아들과 마티아스의 더 귀여운 딸, 그리고 앙투완을 향해 ‘해바라기’하는 꽃가게 주인 소피와 그들을 모두 보살피는 카페 주인 이본느 등이다.

처음에 말햇듯 이 영화는 판타지 성향이 두드러진다. 등장인물간 갈등은 원만한 해결점을 찾고, 모두 어울리는 짝을 만난다. 어떤 이는 비현실적이라고 불평할지 모르지만, <마이 프렌즈, 마이 러브>의 매력은 바로 그 모호함이다. 관계맺기의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해 1m 높이에서도 현기증을 느끼는 남자나, 자기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를 눈치도 없이 대필하는 남자가 현실에 있겠나. <러브 액츄얼리>를 사랑했던 관객과 서로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어보려는 커플들에게 추천한다. 달콤함이란 현실에서 길지 않으니, 잠시라면 즐겨도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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