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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패배를 경험한 두 자매의 성장담 <선샤인 클리닝>
강병진 2009-09-02

synopsis 로즈(에이미 애덤스)에게는 치워야 할 것이 많다. 청소로 생계를 유지하는 그녀는 부잣집 아이들이 버려놓은 쓰레기를 치우는 것으로 일과를 채운다. 가장 큰 일은 엉뚱한 사고방식으로 말썽을 일으키는 아들과 무능력하지만 일 벌이기 좋아하는 아버지, 그리고 인생을 포기한 듯 사는 동생 노라(에밀리 블런트)의 뒤치다꺼리다. 그러던 어느 날, 로즈는 범죄현장을 청소하는 일을 맡게 된다. 동생 노라를 끌어들여 차린 청소회사 이름은 선샤인 클리닝. 두 자매는 희망의 빛을 찾으려는 듯 열심히 핏물을 닦는다.

범죄현장을 청소하던 이들이 의외의 단서를 찾아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던 중 거대한 권력의 음모와 마주하는 이야기로 오해하지 말자. 제작사인 빅비치의 또 다른 작품인 <미스 리틀 선샤인>이 미인대회 우승자를 놓고 벌이는 분투기가 아니었듯이 <선샤인 클리닝>도 범죄현장 청소부의 지독한 하루를 그리는 영화가 아니다. <선샤인 클리닝>은 각자의 인생에서 패배를 경험한 두 자매의 성장담, 그리고 이 가족에게 숨겨진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그리는 영화다. 범죄현장 청소는 소재가 아니라 과정이다.

학창 시절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치어리더였던 로즈에게 범죄현장 청소는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 아니다. 그녀에게는 세상의 가장 밑바닥을 경험하는 일이다. 명함을 들고 친구의 파티장에 찾아간 로즈는 자신을 ‘하녀 보듯 하는’ 친구들의 시선에 상처를 입는다. 노라는 죽은 이들의 뇌수와 피에서 자살한 어머니를 떠올린다. 일을 통해 콤플렉스와 상처를 마주한 이들이 자신을 가로막는 주변의 쓰레기 더미들을 돌파할 것이란 예상은 당연하다. 노라가 청소를 하던 중 화재를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한 뒤, 이들 가족은 철이 든다. 사생아인 아들에게 ‘꼬마 사생아’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여주는 장면은 이들의 성장과 치유에 대한 직접적인 은유일 것이다.

독특한 직업의 디테일을 살리는 재기발랄함은 없지만, 영화가 이들의 분투를 바라보는 시선은 시종일관 사려 깊고 때로는 따뜻하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에이미 애덤스와 화려하지만 신경질적인 표정이 먼저 보이는 에밀리 블런트의 캐스팅도 적절해 보인다. 무엇보다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 “한살이라도 어릴 때 많이 하라”고 손자에게 충고했던 할아버지 앨런 아킨이 야심만 크고 허황된 약속을 일삼는 로즈의 아버지를 연기한다는 사실이 묘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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