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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배경으로 한 옴니버스 프로젝트 <뉴욕, 아이 러브 유>
장미 2009-10-21

파리(<사랑해, 파리>)를 잇는 옴니버스 프로젝트의 배경은 뉴욕이다. ‘멜팅 폿’이라 불리는 이 끓어넘칠 듯한 다인종, 다문화의 도시를 둘러싼 멜로드라마는 에피소드 사이를 연결하는 짧은 영상을 찍은 랜달 발스메이어를 포함해 총 11명의 지휘자 아래 완성됐다. 각 에피소드의 제목과 연출자의 크레딧을 삭제하면서까지 전체를 하나의 완결작으로 보이게끔 애썼으나, 돋보이는 에피소드 몇을 굳이 꼽자면 미라 네어, 이와이 순지, 이반 아탈, 브렛 래트너, 세자르 카푸르, 내털리 포트먼 등의 그것이다. 먼저 미라 네어가 연출한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교환소에서 다이아몬드를 파는 자이나교인 중개상과 이를 되파는 유대인 여자 리프카(내털리 포트먼)다. 까다로운 교리의 종교를 믿는 둘은 더 많은 차익을 남기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지만 그 와중에도 “아무거나 먹는 애들을 어떻게 믿냐”면서 짐짓 동질감을 표한다. 미라 네어의 에피소드가 몽환적이리만치 강렬한 종교적 교감으로 끝난다면 이와의 순지의 그것은 더없이 두근거리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영화음악을 맡은 데이빗(올랜도 블룸)은 감독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어 힘들어하는데, 그런 그에게 업무 지령을 전달하는 한편으로 친절하게 조언하는 이가 바로 카미유(크리스티나 리치)다. 통화 시간이 늘어갈수록 이들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참다 못한 데이빗이 일을 때려치우겠다 선포한 다음 카미유로부터 예상치 못한 선물이 도착한다.

이반 아탈의 에피소드는 두편으로, 모두 담배를 계기로 만난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중 첫 번째는 반전의 묘미가 압권이다. 담뱃불을 나눈 여자(매기 큐)에게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한 남자(에단 호크)가 대놓고 추파를 던지는데, “강렬하고도 은밀한 교감” 운운하면서 시작된 작업의 수위가 짙어진다. 여자의 우회적인 거절에도 남자는 “성감대를 찾아주겠다”면서 이후 이어질 가상의 정사에 대해 뻔뻔스럽게 묘사하지만, 이 농익은 대화의 승자는 다름 아닌 여자다. 브렛 래트너는 졸업파티를 앞둔 남학생이 약국의 약사에게 그 딸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세자르 카푸르는 유명 가수였던 중년 여성이 호텔에 투숙하면서 겪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내털리 포트먼은 유색인 남자와 백인 소녀가 보내는 다정한 한때와 그들의 관계에 대한 오해를 그렸다. 브렛 래트너의 에피소드에선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안톤 옐친의 전 여자친구로 깜짝 등장하고, 세자르 카푸르의 그것에선 줄리 크리스티와 샤이어 라버프가 근사한 하모니를 이룬다. 그 밖에도 파티 아킨과 앨런 휴스, 장원, 조수아 마스턴 등이 연출자로 참여했고, 헤이든 크리스텐슨, 브래들리 쿠퍼, 매기 큐, 앤디 가르시아, 서기 등 동서양의 별을 두루 만날 수 있다. 등장인물 전체가 무심결에 뒤얽히면서 뉴욕이라는 도시의 영화적 퀼트가 완성되는 방식이 흥미롭긴 하나, 그 결과로 생기는 아쉬움도 분명하다. 에피소드간의 통일성이 아무래도 부족하고, 개별 작품의 만듦새가 고르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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