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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 바우슈의 춤을 3D로

빔 벤더스의 <피나> (Pina)

●촬영 중 ●출연 부퍼탈 오페라극장 무용수들

바야흐로 3D시대다. 이제 3D는 더이상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영화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독일에서는 아트하우스 3D영화가 제작 중이니 말이다. 빔 벤더스가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3D 다큐멘터리영화 <피나>가 지난해 11월 초 촬영에 들어간 것. 이로써 지난여름 타계한 세계적 안무가 피나 바우슈(1940~2009)의 탄츠테아터(무용연극) 작품을 곧 생생한 입체 영상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원래 빔 벤더스와 피나 바우슈의 공동 프로젝트였던 이 영화는 지난여름 그녀가 암 판정 5일 만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좌초할 뻔했다. 하지만 피나 바우슈 생전에 절친한 사이였던 빔 벤더스는 슬픔을 딛고 작업 중이다. 결국 <피나>는 그녀에게 바치는 오마주면서 동시에 그녀의 유작이 되는 셈이다.

빔 벤더스는 25년 전 그녀의 탄츠테아터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감동을 고백하며 “그녀의 춤을 통해 사람의 동작, 제스처, 감정을 완전히 새롭게 이해하고 인식하게 됐다. 이 마술을 스크린에 옮겨놓고 싶었다. 3D 기술을 통해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극장 맨 앞줄에서 관람하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전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피나 바우슈는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독일 부퍼탈 극장의 탄츠테아터 예술감독으로 있으면서 독특하고 혁신적인 안무를 창안해냈다. 그녀의 수많은 탄츠테아터 작품들은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둬 세계 어디에나 그녀의 골수팬들이 있다.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보다는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가’에 더 관심을 두는 바우슈의 작품은 콜라주, 몽타주,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면을 기법으로 한다. 또 내적 의식의 흐름을 나타낸 동작이 특징적이다. 이야기의 흐름도 일관적이라기보다는 내적 의식의 흐름을 따랐다.

그녀의 작품은 공포, 죽음, 사랑, 동경, 남녀 관계 등 개인적이면서도 일반적인 주제를 다룬다. 다정다감함이 폭력으로 변하기도 하고, 남성은 여성의 옷을 입기도 한다. 또 그녀의 안무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보여주는 가면과 행동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가령 탄츠테아터 <카페 뮐러>는 남자 둘이 파티용 정장을 입고 진지하게 대화하는 장면이 주된 장면이다. 여기서 대화란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 남자가 담배 연기를 링 모양으로 내뿜는 동안 다른 남자는 술을 마시며 마신 술을 연방 입에서 질질 흘린다. 코미디와 소통 부재를 나타내는 장면이다. 그녀의 초기 작품에 차가운 현실과 희망 없음의 염세적 세계관이 엿보였다면 세월이 지나며 더 큰 삶에의 욕구를 보이는 쪽으로 변했다는 게 비평가들의 평이다.

빔 벤더스는 3D 기술을 이용하여 무용가들의 동작을 좀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가득 차 있다. 20년도 더 전에 베니스에서 피나 바우슈의 공연을 보고 나서 그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려고 고심했지만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했던 그는 “피나의 예술을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다큐멘터리 작업을 오랫동안 실행하지 못했던 이유를 해명했다. 그는 또 “영화라는 장르와 피나 바우슈의 탄츠테아터 사이에는 엄청나게 비주얼하다는 면에선 일맥상통하는 게 있다. 하나 피나 바우슈의 탄츠테아터는 영화가 포착하지 못하는 부분에 접근한다”고 말했다. 벤더스는 <피나>가 전통적 다큐멘터리처럼 코멘트가 들어가지만 대사가 많은 영화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tip 촬영 장소는 부퍼탈 오페라극장. 대개 공연 실황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 영화에 들어갈 바우슈의 작품은 <카페 뮐러> <봄의 제전> <보름달> <콘택트 호프>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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