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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실력있는 심리적 긴장감 <클로이>

synopsis 캐서린(줄리언 무어)과 데이빗(리암 니슨)은 상류층의 중년 부부다. 하지만 서로 무덤덤한 시간을 보낸 지 오래다. 어느 날 캐서린은 남편의 외도를 의심할 만한 흔적을 찾아낸다. 의심을 참지 못한 캐서린은 남편이 젊은 여인에게 정말 쉽게 유혹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연히 식당에서 알게 된 매력적인 고급 창녀 클로이(아만다 시프리드)를 고용하기로 한다. 클로이는 캐서린의 남편 데이빗을 유혹하고 그 과정을 매번 캐서린에게 보고한다. 하지만 일은 캐서린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번진다.

<클로이>는 캐나다 출신의 저명한 감독 아톰 에고이얀의 신작이다. <달콤한 내세> <엑조티카> 등으로 한국의 관객에게도 오래전부터 지명도가 높다. 감독은 작품 의도를 이렇게 말한다. “릴케가 말했듯이 상대방의 고독을 지켜주는 것이 파트너로서의 역할이다. 따라서 이 균형은 그렇게 고독을 지켜주든지 아니면 사람을 잃든지 두 가지 사이에 존재한다.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영화의 내용으로 풀어 말해보자. 남편을 믿지 못하는 아내가 남편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아름다운 고급 창녀를 고용하여 남편의 진심을 떠보는 게임을 자청한다. 그런데 미처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말 그대로 이 게임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톰 에고이얀이 답이 없는 게임의 달인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 그는 일단 한번 상상력을 작동하여 설정의 망을 치고 나면 말이 안되는 수준을 넘어서더라도 그 게임을 진전시킨다. 그러고나서 그 게임이 어떻게 무효화되는지를 본다. <클로이>에서는 클로이가 게임판의 말이며 결국에는 변수다. <클로이>에서 캐서린이 가정의 존속을 걸고 벌이는 게임은 아름답고 매혹적인 젊은 여인이 유혹할 때 남편 데이빗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다. 그 게임의 룰은 고스란히 캐서린 자신에게도 돌아온다. 캐서린은 클로이와 묘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이 게임의 도중에 관객인 우리는 영화 속 인물의 혀를 믿을 것인가 또는 그들의 눈을 믿을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줄리언 무어의 연기는 언제나처럼 나무랄 데가 없다. 리암 니슨은 중후하다. <맘마미아!>로 얼굴을 알린 아만다 시프리드는 매력적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후반부까지 긴장의 끈을 쉽게 놓을 수가 없다. 억지스러운 스릴러와는 차별화된 실력있는 심리적 긴장감을 쌓아간다. 그런데 마지막이 좀 싱겁다. 아톰 에고이얀의 지난 영화의 팬들이라면 다소 의문스러울 것이다. 에고이얀 영화의 매혹 중 하나는 본질적인 것이 휘발되어버리고 결국 그 본질의 자리에 정체 모를 거대한 질문이 남을 때다. 그에 반해 <클로이>는 대답에 좀더 공을 들인다. 에고이얀이 처음으로 각본을 쓰지 않은 작품인데 그 영향일 수도 있겠다. 스릴은 충분한데 마성은 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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