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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사랑 전파 <콜링 인 러브>
이화정 2010-03-24

synopsis 인터내셔널 카드사 상담원인 프리야(슈리야)는 우연히 전화상담을 하던 중 뉴욕의 광고 디렉터인 고객 그랜저(제시 멧칼피)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 프리야는 그랜저의 사진을 검색하고, 업무를 핑계삼아 잦은 전화를 걸게 된다. 그랜저 역시 상냥하고 자상한 프리야가 맘에 드는 눈치. 둘은 급기야 만남을 약속하게 되고, 프리야는 일생일대의 로맨스를 찾아 샌프란시스코로 떠난다.

사랑은 불쑥 찾아와야 제맛이다. 당연한 스토리라면 애초 영화로까지 보면서 살떨려할 이유도 없다. 운명의 상대를 찾겠다고 나선 <세렌디피티>의 어림없는 시도가 괜히 로맨틱영화의 스테디셀러가 된 게 아니다. 그러니 멜로드라마는 언제 어디서나 이 기막힌 우연을 만들려고 안달이다. 1990년대 초반이라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처럼 라디오가 매개체가 되었을 테고, 후반으로 넘어와 인터넷이 활성화됐다면 <유브 갓 메일>처럼 이메일로 핑퐁놀이를 해도 괜찮다. 방식은 다르지만 결과는 똑같다. 설령 지구 반대쪽에 있더라도 운명의 상대는 만나게 되고, 급기야 사랑에 빠지게 돼 있다. 그게 멜로영화의 제1원칙이니까.

<콜링 인 러브> 역시 공식은 아주 잘 외웠다. 인도녀와 뉴욕남이 전화 하나로 첫눈(여기선 목소리)에 반한다는, 말 그대로 기막힌 운명이 이 영화의 전제다. 남자가 있는 뉴욕은 낮이고 여자가 있는 인도는 밤이지만 글로벌 월드로 통합되어 있는 마당이니 이런 사랑놀음도 지극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전화는 24시간 소통 가능한 똑똑한 사랑의 매개체다.

여기서 현실성을 논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일도 없을 것이다. 현실성 그까짓 거 다소 떨어지더라도 로맨틱 지수만 높다면야 무엇이 문제겠는가. 어느 정도의 비현실성이야말로 이 장르를 구제해줄 묘약이니 말이다. 그런데 해도 너무 했다. 달달한 사랑을 전파하기에 급급했는지, 영화는 도통 가능성의 세계로 진입하지 못한다. 기껏 장치해 놓은 갈등은 아무렇지 않게 해결되며, 주체적인 사랑을 통해 자아를 찾겠다는 여자의 시도는 너무 케케묵어 동참하기엔 민망하다. 적어도 관객을 로맨틱한 판타지에 빠지게 하려는 게 목적이었다면 지금보단 더 굴곡이 있어야 했다. 밋밋한 사랑놀이만큼 듣기 지루한 사랑 얘기도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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