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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웃음을 경험할 기회 <괜찮아, 정말 괜찮아>

‘당연한 규범을 파괴하는 쾌감의 경험’이라고 코미디를 일단 규정할 경우, 일본의 코미디는 둘 중 하나다. 가짜이거나 슬프거나. 일본은 규범에 주눅든 사회다. 코미디 안쪽에서 그 규범을 깨도 영화 밖 세상으로 나가는 순간, 그들은 다시 그 규범에 종속됨을 알고 있다. 안과 밖의 이 차이는 해소되지 않는다. 규범의 파괴가 성공한다면 그건 현실에 대한 가짜 생각이다. 파괴가 숙명적으로 실패하면 원래 자리로 돌아와야 하고 그건 원치 않는 현실로의 슬픈 회귀다. 후지타 요스케의 장편 데뷔작 <괜찮아, 정말 괜찮아>는 후자에 속하는 코미디다. 다만 원래 자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나고 이를 새로운 시작처럼 보여준다. 이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몫이다.

헌책방 장남 데루오(아라카와 요시요시)는 공포물에만 집착하는 별 볼일 없는 청년이다. 홈리스 할머니만 그리는 화가 지망생 아카리(기무라 요시노)는 직장업무는커녕 셔터 누르기도 못해 남의 카메라를 망가뜨리는 여자다. 공포물 도착이라는 죽음에의 욕망, 사람을 쓸모없게 만드는 엄격한 기준인 세상의 규범, 그들은 이미 세상에서 내몰렸다. 그런 그들이 만나고, 그 만남은 이전과는 다른 삶의 이야기를 만든다.

아라카와 요시요시의 캐릭터는 특수하고 복합적이다. 긴 팔다리와 처진 어깨의 그가 프레임 안에 멀뚱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거나, 몇몇 동작을 대사없이 하는 것만으로도 그 장면이 성립할 때가 있다. 감독의 설명처럼 그는 무성영화의 코미디언 같다. 물론 코미디의 서명처럼 슬랩스틱 장면들이 있다. 그러나 그게 왠지 웃기지만은 않고 슬픔으로 뒤집힐 듯한 감정의 망설임이 있다. 영화관에서 우리가 터뜨리는 웃음의 의미란 사실 간단하지 않다. 이에 동의한다면 <괜찮아, 정말 괜찮아>는 신중한 웃음을 경험할 기회가 될 것이다. 그냥 느껴지는 대로 웃어도 ‘정말 괜찮은지’ 순간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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