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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인간의 갈등을 중심 <블러드 앤 초콜렛>

유년 시절에 정체 모를 괴한에게 부모를 잃은 비비안(아그네스 브루크너). 그녀의 불행한 가족사에는 비밀스러운 전설이 숨겨져 있다. 루마니아에 내려오는 늑대인간에 관한 전설, 그들은 ‘루가루족’이라 불리는데 비비안과 그녀의 가족도 그들의 일원이다. 인간에 가까운 단출한 삶을 바라는 마음에서 비비안을 데리고 종족에게서 떨어져 나와 살아보려 했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끝내 인간들에게 사냥당하듯 죽었고, 비비안은 다시 루가루족의 무리로 돌아와 성장한다. 하지만 비비안은 무리 중 사나운 녀석들과 늘 불편한 관계에 놓이고, 루가루족의 전설에 관심을 가진 소설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제목이 솔직하게 일러주는 대로 <블러드&초콜렛>은 ‘피와 초콜릿’에 관한 장르영화다. 저예산 하위장르영화에 속해 보인다. 피와 초콜릿, 그러니까 환상과 사랑, 이 두 가지 소재를 영화는 정확하게 배분하여 작품 안에 넣는다. 피의 분위기는 판타지 장르 안에서 늑대와 인간의 갈등을 중심으로 배어나간다. 인간을 혐오하는 루가루족에게 비비안이 사랑하는 소설가도 적으로서 예외는 아닌데, 종족의 무리는 비비안이 사랑하는 남자를 그들의 사냥놀이를 위해 끌어온다. 중반을 넘어서면 초콜릿이 강화된다. 비비안과 소설가 사이의 로맨스에도 초점이 맞춰진다. 오랜 시간 뮤직비디오처럼 노래가 흐르고 두 사람의 즐거운 한때가 영상으로 흘러나오기도 한다.

<블러드&초콜렛>은 적당하게 전통적인 장르적 면모를 섞으려는 의도가 역력하며, 때문에 창조적인 구석을 찾기가 어렵다. 전설을 판타지와 접목한 <언더월드> 계열을 떠올려도 크게 다르지 않고 흡혈귀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트와일라잇> 계열을 떠올려도 된다. 두 영화 계열도 그다지 훌륭하진 않은데, 그것들보다 덜 공들여져 있다. 저예산 고효율을 기치로 삼고 만들어진 장르영화가 한두해 나온 것은 아니다. 다만 그중에는 종종 빛나는 괴작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 들어 한국에는 그런 괴작 대신 밋밋한 영화가 훨씬 눈에 많이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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