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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essional] 트렌드를 아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세요
김성훈 사진 오계옥 2010-06-23

‘꽃피는 봄이 오면’의 포스터 디자이너 서정국 팀장

“취미는 일이에요.” 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꽃피는 봄이 오면’(이하 꽃봄)의 포스터 디자이너 서정국(32) 팀장은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는 매일 새벽 3~4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서 일한다. 진정 즐기지 않으면 못할 일이다. 그런 열정 덕분에 그는 3년 동안 <7급 공무원> <하모니>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무법자> <마음이2> 등 수많은 영화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총 4일에 걸쳐 200여명의 배우들을 찍는 등 지금까지 한 디자인 중에서 가장 어려웠다”는 <포화속으로>를 바쁘게 진행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어쩌다가 포스터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발을 담그게 됐나.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일을 했다. 광고회사도 다녔고, 앨범 재킷 디자인도 했다. 촬영을 진행하고 헤어·메이크업하는 분들을 만나는 재킷 디자인 일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이후 그래픽 디자인을 더 파고들었다. 그러다가 ‘꽃봄’이라는 회사를 알게 됐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다.

-어떤 앨범 재킷을 디자인했나. =현영 2집. (웃음) 브라운 아이드 걸스, 브라운 아이즈, 그리고 티맥스의 첫 싱글 앨범도 했다.

-나름 많이 했는데 왜 진로를 바꿨나.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디자인쪽은 순서가 중요하다. 음반의 경우 사진작가 위주로 일이 돌아가더라. 그러니까 포토그래퍼가 디자인 컨셉을 정해 찍어오면 디자이너는 ‘그냥’ 디자인만 한다. 내가 표현하려는 게 전혀 반영되지 않더라.

-꽃봄에서 일한 지 3년째다. 처음 맡은 영화가 뭔가. =<7급 공무원>. 포스터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간 싸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만큼 스케줄이 빡빡했다. 매일 이어지는 광고 시안은 물론이고 보도 자료를 하루 만에 끝내기도 하고, 낮에는 말이 없다가 갑자기 밤에 로고 디자인을 요구하는 전화가 오기도 하고.

-그렇게 할 일이 많나. 포스터 디자인은 포스터만 디자인하면 되는 줄 알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포스터 컨셉에 대해 회의하고, 시안을 정해 포스터 촬영을 진행한다. 보통 개봉일로부터 두달 전에 포스터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 이 밖에도 극장 외벽에 거는 배너, 무가지에 들어가는 포스터, 로고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작업한다.

-포스터 디자인에서 가장 요구되는 덕목은 뭔가. =툴, 프로그램을 다루는 능력보다 영화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알릴지 생각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영화의 장르, 성격, 출연배우에 따라 디자인이 당연히 달라야 한다.

-꽃봄이 디자인한 한국영화 포스터는 거의 배우가 중심인데. =외국영화의 경우 배우 얼굴을 전부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다르다. 관객에게 어떤 배우가 출연하는지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티켓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극장 앞에서 여러 종류의 포스터 시안을 설문조사한 적이 있다. 결과는? 배우의 얼굴이 전면에 나온 포스터가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았다. 다만, 이런 현실적인 상황에서 최대한 창의적인 표현을 하려고 노력한다.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정말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것. 포스터 디자인은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클라이언트, 홍보팀 등 수많은 사람들과 하루에 수백번 통화하면서 디자인을 수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엮여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순간의 방심이 큰 사고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스터가 나가기 전까지 반복해서 검토한다.

-이 일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무작정 ‘영화 포스터를 디자인하고 싶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다. 포스터 디자이너는 포스터만 잘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보도 자료를 만들 때는 편집자적 능력이 요구되고, 때로는 귀여운 일러스트도 잘 그려야 한다. 그러니까 모든 것을 할 줄 알아야 영화 포스터를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트렌드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 영화, 패션, 스타일 등을 많이 읽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좋은 영화 포스터는 뭐라고 생각하나. =다 보여주지 않는 것. 포스터가 어떤 영화인지를 알리되 두 가지 정도는 숨겨야 한다. 사람들이 포스터를 봤을 때 ‘어, 저건 뭐지?’라고 호기심을 가지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