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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영화 <페이퍼 하트>

사랑에 대한 무관심조차도 그에 대한 관심의 변주에 지나지 않는다. ‘내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행’만큼 손발이 오그라드는 여행도 없지만, 우리는 남녀노소 그 여행을 떠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게 모두에게 사랑이란 유통기한 무한대의 학습된 이데올로기다. <페이퍼하트>는 ‘사랑이란 존재할까?’라는 질문의 민망함에 안면몰수한 채 사랑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영화다.

샬린(샬린 이)은 왠지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팀은 그녀가 사랑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과정을 찍기로 하고, 미국을 횡단하는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샬린은 파티장에서 마이클(마이클 세라)과 만나고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여행에서 샬린은, 결혼한 부부는 물론 게이커플에서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듣는다. 마이클과의 만남과 여행이 지속될수록 샬린의 마음은 사랑을 비로소 붙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변해간다. 그러나 사적인 데이트마저 밀착 촬영하는 촬영팀이 점차 부담스러워진다.

<페이퍼하트>는 다큐멘터리 형식이지만 각본을 사전에 설정한 페이크 다큐다. 영화 속 감독은 실제 감독이 아니라 배우다. 샬린과 마이클의 연애는 쉽게 진전된다. 이는 샬린과 달리 사랑을 굳게 믿어도 연애가 잘 안되는 솔로들에게 좌절감을 줄 정도인데, 알려진 연예인인 둘의 실제 소문에 근거해 재구성된 것이다. 영화를 보면 어느 부분이 설정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영화에서 감독이 화면 안으로 자주 개입하는 것은, 사랑이 이뤄져야 한다는 명제에 거두절미 학습된 응원을 보내려드는 우리의 모습과도 같다. 샬린이 여러 커플을 인터뷰하며 듣는 사랑에 대한 정의는 뻔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 평범함은, 사랑을 정의하는 작업의 피곤한 반복으로부터 벗어나 편해지고 싶은 모두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그래서 영화의 음악은 커피와 도넛을 먹으며 휴식하는 듯한 편안함이 있다.

사랑을 하기 위해 사랑에 대한 믿음과 능력 중 무엇이 중요한가 물을 수 있다. 그러나 둘은 결국 같다. <페이퍼하트>는 ‘솔로천국’을 주장하는 솔로도 혼자 볼 만한 치유의 영화다. 극장을 나서며 역시 혼자 온 누군가와 어색함없이 눈빛을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그들은 같은 것을 내내 바라봤기 때문에. 그런데 솔로도 천국까지는 아니어도 꽤 편하다(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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