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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앞만 보고 빠르게 달려가는 액션영화 <해결사>
김도훈 2010-09-08

<다이 하드>와 <도망자>를 결합하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 충무로적 대답을 찾는다면 <해결사>가 답이 될 법도 하다. <해결사>의 주인공은 전직 형사로 일하다가 흥신소를 운영하는 강태식(설경구)이다. 불륜 현장을 잡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모텔을 급습한 태식은 여자의 시체를 발견한다. 범인으로 몰려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 강태식은 살인 누명을 벗고 싶으면 집권여당에 불리한 증언을 준비 중인 변호사 윤대희(이성민)를 납치하라는 전화를 받는다. 그래서 강태식에게 살인 누명을 씌운 사람이 누구냐고?

‘스포일러 주의’라는 표식을 달 필요도 없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태식은 자신을 궁지로 몰아가는 인물이 경찰 시절의 동료이자 정치권의 뒷청소를 담당하는 장필호(이정진)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게다가 장필호의 배후에는 정치가 오경신(문정희)이 버티고 있다. 윤대희를 납치한 태식은 누명을 벗기 위해 달리기 시작하는데, 여기에 정신병동에서 탈출한 사이코패스 킬러와 태식을 뒤쫓는 경찰 콤비 상철(오달수), 종규(송새벽)까지 얽혀든다.

<해결사>는 이른바 ‘류승완 사단’의 영화다. 권혁재 감독은 <단편 손자병법>으로 미쟝센영화제 액션스릴러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고, <아라한 장풍대작전> <짝패>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의 조감독을 거친 액션광이다. 그는 오로지 앞만 보고 빠르게 달려가는 액션영화로서 <해결사>를 설계한 듯하다. 모텔 계단, 병원 로비, 좁은 욕실 등 도시의 평범한 지형지물들을 이용한 배우들의 육탄전은 이 영화의 주요 무기다. 두건을 둥둥 감은 의자 다리나 플라스틱 옷걸이 등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 무기로 활용하는 것 역시 재미나다. 일종의 생활형 액션이라고나 할까. 스프링클러가 터진 병원 복도에서 벌어지는 사이코 연쇄살인마와 강태식의 대결 시퀀스에서는 감독의 미학적 야심이 잘 드러난다.

문제는 연속적인 액션 시퀀스들에서 의도만큼의 활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다. 권혁재 감독과 정석원 촬영감독은 컷을 지나칠 정도로 다급하게 나눈다. 몇몇 시퀀스는 <트랜스포머>를 연상시킬 만큼 컷이 빠르고 정신없다. 빠른 컷이 지금 액션영화의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숨쉴 틈을 주지 않는 편집 탓에 배우들의 몸과 몸이 부딪히며 생성되는 에너지가 좀처럼 스크린 밖으로 전해지지 않는다. 스타카토와 레가토를 적절하게 구사하며 액션을 통제하는 선배 류승완의 영화를 좀더 참조했다면 좋았을 거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카체이스 장면 역시 대전시청 앞 8차선 도로를 5일간 전면통제하고 찍은 수고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카체이서를 향한 충무로의 오랜 염원만 짙게 남긴다.

액션영화로서 결정적인 단점을 메워주는 건 유쾌한 조연들이다. 설경구와 이정진이 예상할 법한 연기로 선과 악의 선을 긋는다면 강력반 콤비로 등장하는 오달수와 송새벽, 납치 타깃을 연기하는 이성민은 변칙적인 캐릭터와 연기로 다소 단선적인 영화에 양념을 친다. 이 캐릭터들이 아주 잘 쓰여진 건 아니다. 오달수와 송새벽이 연기하는 형사 콤비는 ‘기계장치의 신’처럼 태식의 위기를 손쉽게 해결해주는 역할도 하는, 다소 기능적인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두 배우의 개인적인 코미디 감각이 워낙 좋은 덕에 둘 만 똑 떼어내서 스핀오프 형사 코미디를 하나 만들고 싶을 정도다. 적어도 <투캅스>에 이은 한국형 형사 코미디의 걸작이 하나 나올 법도 하지 않은가 말이다.

<해결사>는 좋은 액션영화라기보다는 좋은 추석용 코미디영화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해결사>는 지금 한국 대중의 정치적 울분을 무의식적으로 표출하는 일련의 장르영화에 속해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처럼 <해결사>는 구성원을 보호할 능력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체제에 맞서 싸우는 시민-영웅의 이야기다. 모든 음모를 뒤에서 조종하는 (게다가 집권여당의 대변인이자 부패한 원로 정치가의 딸인) 여자 정치인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많은 관객이 실존 정치인 몇몇을 떠올리며 키득거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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