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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추석, 한국영화 추수의 시즌
문석 2010-09-13

거짓말처럼 하루아침에 가을이 찾아왔다. 얼마 동안 여름의 마지막 조각 같은 땡볕에 시달려야겠지만, 이제부터 가을이라고 선언하는 데는 별 문제 없어 보인다. <씨네21> 구성원 입장에서 가을의 시작이라는 말은 추석이 가까워졌다는 이야기이고, 추석이 왔다는 말은 합본호를 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지금, 기자들이 노트북 속으로 들어갈 것처럼 마감 삼매경에 빠져있고 여기저기서 긴급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추석 합본호 때문이다.

추석을 버거워하기로는 영화계 또한 만만치 않다(힘들기론 까마득히 치솟은 물가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서민들이 가장 심하겠지만). 연휴가 절묘하게 자리한 덕에 경우에 따라 10일 가까이 휴일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영화계를 더욱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최고의 대목으로 꼽히는 이번 추석 시즌에는 메이저급 한국영화만 해도 5편이 포진해 있다. 한주 먼저 개봉한 <해결사>를 비롯해 16일 개봉하는 <그랑프리> <무적자> <시라노; 연애조작단> <퀴즈왕>이 그들이다. 아직 5편 모두 보지는 못했지만, 이런저런 정보를 종합해보면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이니 어느 때보다 다채롭고 풍요로운 메뉴가 펼쳐질 듯하다. 여기에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와 <계몽영화> <땅의 여자> <울지마 톤즈>처럼 규모는 작아도 알찬 한국영화까지 함께 선보이니 ‘추석은 역시 한국영화’라는 충무로의 속설은 들어맞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는 ‘승자가 누구냐’는 얄팍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아무리 흥행은 부수적인 것이요 영화의 질이 본질이라고 말한다 해도 이들의 흥행경주에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번주 특집기사를 통해 추석 한국영화의 면면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미삼아 최후의 승자까지 예측해보시라. 그동안 놀라운 흥행폭풍을 일으켜온 <아저씨>와 외화들까지 변수로 집어넣으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합본호를 맞아 지면에도 가을바람을 불어넣었다. 이 작지만 알차다고 자부하는 개편의 전면에는 김혜리가 쓰게 될 ‘영화의 일기’가 있다. 영화와 연관된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는 김혜리가 이 지면을 통해 소소한 일상과 풍성한 생각을 담아낼 예정이라 개인적으로도 큰 기대가 된다. 지 난해까지 <씨네21>에서 근무했던 안현진이 쓰게 될 미국드라마 칼럼은 다음주부터 들어갈 예정이며, 비장의 칼럼 하나도 준비 중이다. 갑작스런 사고로 한동안 쉬고 있던 반이정씨도 이번주부터 ‘예술 판독기’를 다시 연재하게 돼 반가운 마음이다.

반성할 일도 있다. 769호 원빈 특집기사와 함께 첨부된 브로마이드 건이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배우를 조명한다는 기쁜 마음에 들떠 실책을 범했다. 이 브로마이드 제작에 협찬해준 업체와 원빈씨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다시 한번 밝힌다. 오해를 불러일으켜 누를 끼친 점에 대해 원빈씨 본인과 소속사,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