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조용하고 소박하지만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영화 <그레이티스트>

대학생 아들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남아 있는 가족은 저마다 후유증을 앓는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 알렌(피어스 브로스넌)은 남모르게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어머니 그레이스(수잔 서랜던)는 아들이 죽던 당시의 몇분간의 상황을 알고 싶다며 병적으로 주변을 탐문하고 다닌다. 그리고 그들의 남은 아들 하나는 약에 취해 불안에 떨고 있는 것 같다. 무너지기 직전의 이 집안에 로즈(캐리 멀리건)라는 아가씨가 찾아온다. 죽은 아들의 애인이며 그의 아이를 임신한 지 3개월이 됐다는 이 아가씨를 가족은 받아들인다. 하지만 아버지 알렌이 로즈를 친딸처럼 여기는 것과 달리 어머니 그레이스는 죽은 아들을 상기시키는 로즈를 편안하게 생각할 수 없다. 죽은 아들을 대신할 것처럼 여겨졌던 로즈가 오히려 이 가족의 갈등의 씨앗이 되고 만다.

하지만 결론을 대신하여 말하자면, <그레이티스트>는 절망으로 끝나는 영화가 아니다. 절망의 구덩이를 빠져나와 새로운 삶의 진입로로 들어가는 과정을 감정적으로 순조롭게 납득시킬 줄 아는 영화다. 전반적인 흐름이 좋고 간간이 빛나는 장면까지 발견된다. 아들의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 어머니의 갑작스런 오열, 그리고 라스트신 등은 이 영화가 여러 가지 감정의 결을 풍부하게 담아냈음을 보여준다. 세련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수잔 서랜던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007 시리즈와 <레밍턴 스틸> 시리즈로 잘 알려진 피어스 브로스넌의 연기 역시 함께 특별하다. <언 애듀케이션>으로 스타 대열에 합류한 캐리 멀리건도 매력적이다. 조용하고 소박하지만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영화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