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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엄마는 어떤 분이에요?

최익환 감독의 <마마>

‘의외’라고 쓰려 했다. 최익환 감독이 <마마>를 찍고 있다니.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오해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7년, <여고괴담4: 목소리>를 찍고 나서 로토스코핑 기법의 애니메이션 <그녀는 예뻤다>를 만드는 동안 최익환 감독은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 삼은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준비 중이었다. 사업에 실패한 뒤 하반신 마비가 된 아버지와 아버지가 불행의 시작이라고 믿었던 딸이 주인공인 가족드라마였다. 신작 소개를 위해 당시 그를 인터뷰했던 기자 또한 첫머리에 ‘어색하다’고 썼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감동 스토리에는 눈길을 두지 않을 것 같다는 그에 대한 선입견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최익환 감독은 괜한 소리 하지 말라며 이런다. “(시나리오 받고) 울었어요. 제가 좀 눈물이 많아요!”

제목이 일러주듯, <마마>는 엄마에 관한 영화다. 원재(이형석)는 불치병으로 걷지 못하는 자신 때문에 야쿠르트를 배달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동숙(엄정화)이 안쓰럽다. 맘에 안 들면 연장부터 챙겨 드는 험악한 조폭 승철(유해진)은 아들이 ‘실력 좋은 영어강사’라고 알고 있는 옥주(김해숙)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된다. 한편, 은성(류현경)은 변덕스럽고 까칠한 유명 오페라 가수 희경(전수경)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정신없다. 이들에게 엄마는 제각각 다 다르다. 원재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람”이고, 승철에게는 “떠오르면 눈물부터 날 사람”이고, 은성에게는 “날 보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난 사람”이다. <마마>는 세 가족, 세 엄마를 중심에 두고 ‘엄마’라는 묘하고 깊은 울림의 존재를 찾아나서는 영화다.

“우리끼리도 농담해요. 엄마 영화가 아니라 ‘편모 영화’라고.” 개별 에피소드들은 TV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익숙한 스토리들이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면 최익환 감독이 1980년대 초 한국 최초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 대기업과 경쟁했던 청계천 아저씨들을 그린 <메이드 인 코리아>를 쉽사리 미루진 않았을 것이다. “영화 속 엄마들은 그저 희생을 감수하며 사는 그런 익숙한 엄마는 아니에요. 늙기 싫은 엄마도 있고, 잘나가는 엄마도 있어요. 장르적으로도 세 가족의 이야기가 다 달라요. 한쪽이 신파라면 한쪽은 코미디고 또 한쪽은 드라마고. 리듬과 호흡이 다른 세 가족의 이야기를 어떻게 한데 묶느냐가 고민이지만 그게 매력이기도 해요. 시나리오에 동숙 모자만 있었으면 안 울었겠죠. (웃음)”

서로 다른 결을 가진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배우들도 각기 다른 미션을 부여받았다. “절대로 상대에게 눈물을 보이지 마라”(동숙-원재), “주변 사람들은 생각하지 마라. 상대만 봐라”(옥주-승철), “진짜 엄마와 딸처럼 싸워라”(희경-은성). 배우들에게만 주문이 내려진 건 아니다. 최익환 감독은 스스로의 목표치도 정했다. “제가 잘 못하는 게 있어요. 감정적으로 밟아주는 건데. 이를테면 이런 거예요. 기질상 자동차 액셀을 밟았다가도 금방 발을 떼버리는 편인데 이번에는 꾹 누르고 가야 해요. 애초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장점이기도 하고.” ‘벚꽃 피는’봄에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많은 식구들을 캐스팅하는 데 시간이 걸려 ‘눈오는 초겨울’에 고생길에 들어선 <마마>는 현재 7회 촬영을 끝낸 상태다. “촬영 짬짬이 프롤로그에 들어갈 인터뷰를 찍고 있어요. ‘당신 엄마는 어떤 분이에요’라고 질문을 던지죠.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답변은 ‘우리 엄마요? 엄마요’예요. <마마>도 그런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엄정화의 변신은 마법"

최익환 감독

"배우들이 캐릭터와 딱 들어맞는다고 말할 순 없죠. 셀레브리티 이미지가 강한 엄정화가 야쿠르트 아줌마라니. 그런데 배우가 마술적 존재이긴 해요. 엄정화가 카메라 앞에서 콧물 한번 쓱 훔치면 영락없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돼요. 촬영현장에서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발견하는 재미죠. 수술을 받은 뒤에 몸이 많이 좋아졌지만 현장에서 전처럼 장난을 먼저 걸진 않는데, 간혹 후반부의 감정신들을 원치 않게 보여줄 때도 있고, 그때마다 우린 '아직 찍을 준비가 안됐다'고 물러서고. (웃음) 가장 큰 걱정은 동숙이 눈물을 얼마만큼 참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에요. 제 역할은 절대로 눈물을 보여선 안된다고 해놓고 한편에선 눈물을 못 참을 만큼 이들을 가깝게 붙여놔야 한다는 거죠. 리허설 때 보여주는 에너지의 80%만 카메라에 담겨도 관객에게 충분히 감정이 전달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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