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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아니 전쟁영화!
안현진(LA 통신원) 2011-03-15

LA에서 만난 <월드 인베이젼>의 감독과 배우들

우주에 미지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상상은 할리우드 SF영화의 마르지 않는 젖줄이었다. 외계인과 친구가 된 어린이는 자전거로 밤하늘을 날았고,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목격담이 증언처럼 채집됐다. 검은 옷을 입은 두 남자가 지구에 숨어사는 악한 외계인을 사냥했고, 지구로 찾아온 외계인들이 약자가 되어 인간의 지배 아래 놓이는 전복적인 상상까지도 등장했다. “아마도, 2011년의 유일한 2D영화”라는 감독 조너선 리브스먼의 우스개에서 힌트를 얻자면 <월드 인베이젼>은 상상과 현실 중 후자에 무게를 실어 만든 SF영화다. 2011년 2월25일 베벌리힐스의 몽타주호텔에서 감독 조너선 리브스먼과 아론 에크하트, 미셸 로드리게즈 등 출연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UFO에 대한 생각과 리얼리티에 대한 할리우드의 집착과 판타지 등의 질문에 더해 개별적으로 오간 질문과 답변의 일부를 소개한다.

“생존에 대한 이야기”

감독 조너선 리브스먼

-<어둠의 저주>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제로> 등 호러영화 감독으로서의 당신의 경력은 이 영화에 어떻게 활용되었나. =호러는 서스펜스의 활용이라는 점에서 장르를 막론하고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호러영화를 만든 경험은 그런 서스펜스를 배운 좋은 연습이었다. <월드 인베이젼>은 호러영화가 아니지만 필요한 순간에 정교하게 구성된 서스펜스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UFO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종교처럼 믿지는 않지만 충분히 고려할 만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스카이라인>이 개봉했을 때 당신의 반응은 어땠나(스트라우스 형제는 <월드 인베이젼>의 특수효과 담당이었다가 중간에 하차한 뒤 유사품인 저예산영화 <스카이라인>을 만들었고, 영화사 사이의 법정 싸움이 이어졌다.-편집자). =스트라우스 형제(<스카이라인>의 감독)가 이 영화의 특수효과에 기여한 공로는 인정할 만하다. 고속도로 장면과 마지막 전투장면 등 인상적인 순간에 훌륭한 작업을 해줬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스카이라인>을 보지 않았고, 그래서 영화에 대해서 알 수 없다. (누군가가 특정한 장면이 똑같다고 말하자) 당신이 말하기 전까지는 그것도 몰랐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나?

-이 영화는 에일리언보다는 해군에 대한 영화다. =맞다. 이 영화는 에일리언과 해군이 대치한 상황을 그리는 전쟁영화다. 영화의 배경이 LA가 아니거나, 주인공들이 맞선 적이 외계인이 아닌 어떤 실제 상황이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생존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그 이야기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이 영화의 현실적인 접근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현실적인 장면묘사는 처음부터 스튜디오에서 고려한 부분이다. 요즘 영화들은 스케일이 엄청나다. 내 생각에는 관객이 규모가 선사하는 스펙터클에 대해 면역이 생겼을 것 같다. 그래서 <월드 인베이젼>이 보여주는 디테일과 현실적인 접근방식이 관객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영화에 대한 집중을 높이기를 바랐다.

-속편이 나올까. =가능한 이야기다. 전세계의 많은 도시를 배경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인 것이 좋아”

아론 에크하트(해군 중사 마이클 난츠 역)

-이 영화를 에일리언영화로 보나? 아니면 전쟁영화로 보나. =분명히 전쟁영화다. 영화가 특수효과에 의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이다. <월드 인베이젼>에 CG와 특수효과가 많이 사용된 건 사실이지만, 영화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은 실제에 가깝게 재현됐고, 그 재현된 사건과 사고에 진짜로 반응하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어떤 장르의 영화건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좋아한다. 같은 스필버그 영화라고 해도 <우주전쟁>보다 <미지와의 조우>쪽을 선호한다.

-해외 관객은 이 영화를 미국에 대한 애국주의적 영화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뜸을 좀 들이다가) 이제 관객이 영웅을 보고 싶어 하는 때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월드 인베이젼>의 해군들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들 스스로 해낼 수 있다고 믿고 몸을 던진다. 그런 영웅담이 미국에 국한된 정서는 아닐 것이다. 영웅주의와 용기와 대담함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쟁영화라기보다는 에일리언영화처럼 포장됐다. =최근 몇년간 할리우드 전쟁영화는 냉소적인 측면이 강했다. <월드 인베이젼>은 LA가 배경이지만, 전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을 대표하기 때문에 지역 기반의 정치성이 없고, 그래서 오히려 순수하게 엔터테인먼트일 수 있다. 어떤 판단의 개입도 없고, 우리가 최고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영화에서 해군들은 그저 이 도시를 구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관객이, 영화의 목적이 엔터테인먼트에 있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리라고 생각한다. 내게 이 영화는 대의를 위해 희생된 군인들의 영화가 아니라, 그 순간 전우를 위해 그 자리에 있기로 결심한 해군들의 영화다.

“믿어, 우리가 모르는 것이 존재한다는 걸”

미셸 로드리게즈(공군 기술병 엘레나 산토스 역)

-전작 <마셰티>와 비교하면 <월드 인베이젼>은 진지한 영화다. 다른 점이 있나. =<마셰티>는 재미있고 즐길 만한 요소가 있고, <월드 인베이젼>은 좀더 열정적이게 된다. 특히 이렇게 다큐멘터리적인 면이 있을 때는 각본대로 연기하기보다는 상황 안에 있게 된다. 외계인을 향해 총알을 난사하고, 느끼한 대사를 던지지만, 결국 그게 군인들이 하는 일이다. 군인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서로에게 격려가 되는 말을 하고, 소리지르고, 힘을 내서 싸운다.

-CG가 많은 영화다. 촬영장에서 몰입하기 어려웠나. =내가 연기한 장면의 대부분은 생생한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군장을 메고, 총알이 장전된 총을 메고 루이지애나의 뜨거운 태양 아래 서 있는다는 것 자체가 우선 땀에 흠뻑 젖게 만들었다. 사방에서 총소리가 들리고, 대포를 쏘아올렸으며, 가솔린 냄새가 코를 채웠다. 촬영장을 생각하면 블루스크린보다 눈앞에 뿌연 현장이 더 먼저 떠오른다.

-당신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사다. 비슷한 역할이 계속되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나. =그건 모두 현실적인 선택들이었다. 내가 나오는 장면이 단 3초라도, 어딘가에 사는 어린 소녀에게 용기를 주고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내 생각에는 그것만으로도 작품성있는, 그러나 극소수가 보는 인디영화에 출연하는 것보다 가치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작가로서 영화를 준비하고 있으니 좀 달라질 거다. 지금 50페이지 정도 썼다.

-당신도 출연할 생각인가. =그게 내가 이 영화에 투자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하하하.

-내용은. =약물에 대한 이야기고, 뉴욕이 배경이다.

-UFO를 믿나. =나는 우리가 모르는 것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인간은 우주 전체의 4% 정도만 알 뿐. 나머지 96%는 미지의 세계다.

“독특한 ‘룩’이 살아있는 영화”

브리지트 모나한(시민 수의사 미셸 역)

-미셸과 당신은 얼마나 비슷한가. =영화에서 내가 연기한 미셸은 아이가 없지만 영화에서 두 조카를 돌보고 있고, 외계인이 침략한 긴박한 상황이 그녀를 더 대담하고 더 간절하게 만든다. 실제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내 아이를 위험에서 안전하게 지키고 싶은 마음도 역할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원래 외계인 침략영화의 팬이었나. =아마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서서히 팬이 된 것 같다. SF영화라고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현실처럼 보이는 면이 좋았다. 영화는 상상한 것보다 모든 면에서 컸고, 생생했으며, 강렬했다. 극장에서 첫 장면을 보는 순간 의자의 팔걸이를 꽉 잡았던 기억이 난다.

-CG가 많은 영화라서 촬영할 때 몰입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CG, 특수효과가 많은 영화임에는 분명하지만 끊어진 고속도로, 불타서 재가 된 자동차, 탱크, 버스, 총격, 폭발 등 물리적인 요소가 더 중요한 영화였다. 그래서 세트장에서 블루스크린 앞에 서면 그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야 했는데 감독이 그런 역할을 능숙하고 친절하게 잘해주었다. 우주선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분리되고 조립되고 움직이는 모양새가 정말 그럴듯하지 않은가? 에일리언 디자인이나 움직임도 디테일한 면까지 신경을 많이 썼고,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독특한 ‘룩’이 완성됐다.

-UFO, 외계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매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 맞다. 말도 안된다. 매일 생각해야 하는데 잘 안된다. (좌중 폭소) 그래도 그 가능성이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우리는 언제나 미지의 존재에 대해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고, 많이 만들었고, 관객도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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