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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관객을 위한 감동과 교훈만 있다 <원라이프>
신두영 2011-08-17

<원라이프>는 경이로운 여행이다. 자연다큐멘터리의 명가 영국 <BBC>는 이 경이로운 여행의 친절한 안내자다. <BBC>는 세계 7개 대륙의 밀림, 사막, 바다, 극지대를 돌아다니며 신비로운 지구 생명체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원라이프>의 제작기간은 4년, 제작비는 400억원이다. 투자한 시간과 돈에 걸맞은 화면을 <원라이프>는 보여준다. 우리가 몰랐던 진기한 생명체의 삶이 <원라이프>에 가득하다.

사실 <원라이프>는 TV다큐멘터리의 극장판이다. <BBC>가 2009년 10월부터 12월까지 10부작으로 방영한 TV 다큐멘터리 시리즈 <라이프> 가운데 방영 당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인기 동물들을 엄선해 극장판으로 제작했다. 극장판으로 엄선된 동물들은 남극에 서식하는 웨델물범, 자기보다 덩치 큰 물소를 잡아먹는 코모도왕도마뱀, 온천욕을 즐기는 일본원숭이, 아찔한 절벽에 사는 아이벡스, 돌을 이용해 야자열매를 까먹는 갈색꼬리감기원숭이, 흙탕물을 만들어 먹이를 몰아 사냥하는 범돌고래 등이다.

<BBC>는 이들 동물의 특성에 맞는 촬영기법을 선보이며 자연다큐멘터리가 갖추어야 할 필수요소인 섬세한 디테일과 장엄한 스펙터클을 만들어냈다. 도망의 달인인 긴코땃쥐는 초고속 카메라를 활용한 슈퍼슬로모션 기법을 통해 그 생생한 모습을 잡아냈다. 군함조와 열대새의 긴장감 넘치고 화려한 공중전은 자이로안정기(자이로스코프를 응용해 배나 비행기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통한 항공촬영을 통해 만들어냈다. 올챙이를 업고 이동하는 5cm 크기의 딸기독화살개구리는 HD 매크로 카메라를 이용한 극단적인 클로즈업 기법으로 촬영됐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박진감 넘치는 화면의 집합인 <원라이프>는 구성 면에서 조금 아쉬운 점을 드러낸다. TV다큐멘터리를 극장판으로 다시 만들면서 다소 구성이 산만해졌다. 각 대륙 생명체의 독특한 생태를 단편적으로 나열한다. 그러나 어미의 자식 사랑이라는 주제만큼은 제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웨델물범이 새끼를 위해 바람을 막아주는 모습이나 수컷 고릴라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침입자의 울음소리를 듣고 두손으로 가슴을 치며 크게 울부짖는 장면, 바닷속 대왕문어가 6개월간 알을 품고 부화하기를 기다리며 꼼짝도 하지 않고 바위 틈에서 생을 마감하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1박2일>의 이수근과 아역배우 김유정의 대화식 내레이션도 아동 관객을 위한 감동과 교훈을 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철저하게 아동 관객만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내레이션은 <오션스>의 사례처럼 성인 관객에게는 좋은 평가를 듣기 힘들어 보인다. 자연다큐멘터리에서 굳이 <개그 콘서트>의 유행어를 들을 이유는 없다. 주말 저녁 <동물의 왕국>을 보는 성인 관객을 위해 대니얼 크레이그의 목소리가 담긴 자막판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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