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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아이디어가 만들어 낸 평범한 소음들의 예술적 승화 <사운드 오브 노이즈>
김성훈 2011-09-28

여섯 사람이 차에서 내려 한 아파트로 들어간다. 단호한 표정과 절도있는 걸음걸이만 보면 단숨에 아파트를 털 분위기다. 그들은 아파트에 들어가자마자 주방으로 향한다. 이때부터 이들의 독특한 연주가 시작된다. 피아노, 베이스, 기타, 드럼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악기 연주를 상상하면 안된다. 세면대를 두드리는 소리, 믹서를 가는 소리, 냄비를 두드리는 소리, 전자레인지 버튼을 누르는 소리 등 온갖 주방의 소음들이 한데 어울려 하나의 음악으로 변모한다. <하나의 아파트와 6인의 드러머를 위한 음악>(music for one apartment and six drummers)이라는 9분짜리 스웨덴산 단편영화의 한 장면인데, 조회 수가 무려 300만건이 넘을 정도로 유튜브에서 인기를 모았다. <사운드 오브 노이즈>는 이 단편영화를 장편화한 작품이다.

감독은 소음을 활용한 음악 연주라는 단편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그대로 가져가되 인물들에게 각자의 사연을 불어넣는다. 천재 음악가 산나(산나 페르손)와 그의 친구 매그너스(매그너스 보르예손)는 유쾌한 테러를 꿈꾼다. 둘은 4명의 드러머를 모아 ‘뮤직 테러단’을 조직한다. 이들은 병원, 은행 등 도시 곳곳에서 경찰의 감시를 따돌리고 음악 테러를 감행한다. 여기에 단편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형사 아마데우스(뱅트 닐슨)가 등장한다. 아마데우스는 명문가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정작 그 자신은 음치다. 만날 때마다 음악 이야기만 하는 가족을 불편해하고, 귀에 들리는 음악을 끔찍이 싫어하는 것도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음악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가 우연히 뮤직 테러 사건을 맡았다. 여섯 연주자들과 형사 아마데우스간의 추격전이 벌어지는 것도 이때부터다.

이야기의 외형은 범죄영화 형태를 띠고 있으나 감독이 말하려는 건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엘리트 교육에 염증을 느낀 뒤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찾는 여자 산나와 어릴 때부터 음악을 강요받은 듯한 남자 아마데우스의 성장담이다. 산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아마데우스가 산나를 통해 자신을 마주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거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매력은 여섯 연주자들이 벌이는 기가 막히는 음악 연주에 있다. 그들은 은행 직원과 고객 사이에 있는 유리 창구를 두드리는 소리, 은행 도장 찍는 소리, 서랍을 여닫는 소리, 창구 알람 소리 등 평소에는 그냥 지나칠 법한 소음들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은행을 비롯해 병원, 콘서트장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공연을 보면 순간 영화가 아닌 공연 실황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 점에서 <사운드 오브 노이즈>는 ‘사운드’가 중요한 영화다. 영화는 2010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젊은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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