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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힘이 돋보이는 약자의 당당한 저항 <헬프>
장영엽 2011-11-02

1960년대 미국 남부의 미시시피 잭슨, 영화는 흑인 가정부 에이블린(비올라 데이비스)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이 가정부가 될 줄 알았냐는 질문에 엄마도 가정부였고 자신도 가정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음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는 이러한 운명론에 필적할 만한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준다. 흑인은 백인과 마주앉아 식사할 수 없으며 만질 수도 없다. 백인과 흑인이 쓰는 식기는 따로 분리되어 있으며 화장실도 같이 쓸 수 없다. 미니(옥타비아 스펜서)가 가정부로 일하는 집의 주인은 미니가 화장실을 쓸까봐 휴지 길이까지 확인한다. 화장실을 쓴 미니는 결국 쫓겨나고 주인은 흑인이 세균을 옮긴다며 흑인용 옥외 화장실을 따로 만들자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흑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영화는 KKK단의 흑인 학살이나 마틴 루터 킹의 연설 등 당시의 시대적 흐름을 짚고 넘어간다. 영화 속 그들은 KKK단의 만행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거나 루터 킹의 연설을 TV 너머로 그냥 바라만 보는 전형적인 약자로 그려진다. 영화가 중심을 맞추는 코드는 폭력에 저항하는 폭력이나 혹은 비폭력이 아니다. 그것은 이야기의 힘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보자는 스키터(에마 스톤)의 제안에 그들은 이야기하기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점차 힘들어져가는 현실과 시대적 상황은 그들을 저항하게 만들고 그들은 이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책은 발간되고 절도 혐의를 뒤집어씌워 감옥에 넣겠다는 백인의 협박에 에이블린은 당당하게 맞선다. 더이상 그녀는 약자가 아니다.

영화는 전형적인 장르의 문법을 따라간다. 선악의 구별은 뚜렷하고 계급과 차별에 대한 그들의 문화는 이방인인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비올라 데이비스와 옥타비아 스펜서를 비롯한 조연들의 호연과 갖가지 에피소드들은 영화에 아기자기한 맛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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