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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에 대한 틴에이저들의 치기어린 환상, 그 이상 <크로니클>

고등학교를 다니는 앤드류(데인 드한)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병환으로 몸져누운 어머니를 둔 내성적인 소년이다. 그에게 부모를 대신해주는 이는 사촌 맷(알렉스 러셀)뿐이다. 어느 날 앤드류는 맷을 따라 외진 곳에서 열리는 파티에 갔다가 동급생 스티브(마이클 B. 조던)와 땅굴 속에서 이상 물체를 발견한다. 이후 셋은 염력을 갖게 되고 그 힘을 손 안 대고 과자 먹고, 여자애들의 치마 들치는 데나 사용하다가 점점 힘이 세지면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게 된다. 그중 가장 힘이 커진 앤드류는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화를 돋우는 사람들을 죽음 직전으로까지 내몬다.

초능력에 대한 틴에이저들의 치기어린 환상을 나열하던 영화가 무시무시해지는 건 이때부터다. 앤드류는 자신을 ‘약육강식의 법칙’에 충실한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 정당화한 뒤 아무렇지 않게 자신만큼이나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살해한다. 그때마다 그가 면죄부로 삼는 것은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은 아버지를 향한 울분이다. 문제는 그 울분이 자신에 적대적인 세상에 대한 보복심으로 확장되고, 그 보복을 위해 그가 신자유주의의 무자비한 논리를 그대로 내면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그 과정을 캠코더로 기록(chronicle)해 인터넷으로 중계한다는 점이다. 안티히어로물을 파운드 푸티지 장르로 담아낸 <크로니클>의 반영웅 앤드류는 악행을 숨기기보다 적극적으로 전시한다. 섬뜩하기 짝이 없는 이 영화는 인터넷 세대의 집단 무의식을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27살짜리 감독의 데뷔작이자 문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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