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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부드러운 카리스마, 조성하
이주현 사진 최성열 2012-06-18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시작으로 <황해>와 <화차>까지, 조성하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실질적으로 많은 분들한테 정확하게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시간이었다. <5백만불의 사나이> 촬영이 지난 3월에 끝났으니 세달 가까이 자신을 재정비하며 쉰 셈인데, 그에겐 이런 여유가 참으로 오랜만인 듯했다. 번잡한 스튜디오를 빠져나와 6월의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야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는 도리어 여기자의 피부를 걱정했다. 배우의 피부가 상할까 걱정된다고 하니 “햇빛 볼 시간이 별로 없어서”라는 말을 돌려준다. 촬영장과 행사장과 집을 차로 오가는 게 대부분일 그의 동선을 생각하니 지금 이 순간의 공기, 햇빛, 바람, 풀과 벌레 소리들이 그에겐 그리움의 대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한없이 소탈하고 귀여운 아저씨가 되고 마는 조성하지만, 그는 작품만큼은 진지하게 고른다. 그리고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의 매력보다는 작품 전체의 단단함을 더 눈여겨본다. “작품이 전체적으로 재밌다는 평을 듣는 게 좋지, 배우만 보이더라, 그런 건 재미없는 거 같아요. 영화나 방송이나 공동작업인데 그게 딱히 누구 한 사람만을 위한 작업이 되면 재미없잖아요.” 그런데 이런 그가, 힘있는 작품에서 조용히 자신의 진가를 발휘해온 그가 영화 경험이 전무한 박진영과 함께 생애 최초로 코미디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를 찍었다. “기본적으로 천성일 작가와 그의 작품에 호감이 있었어요. 그리고 주인공이 박진영이라는 얘기를 듣고 우려를 안 했다면 말이 안되는데, 그래도 믿었어요. 박진영은 회사를 경영하면서 지금의 위치까지 온 사람인데 그렇다면 분명 그에겐 진정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5백만불의 사나이>에서 조성하는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주무르는 보경그룹의 로비전담 한 상무를 연기한다. 한 상무는 자신을 친형처럼 믿고 따르는 영인(박진영)의 뒤통수를 치고, 이를 알아챈 영인이 들고 도망간 500만달러를 찾아 헤맨다. 조성하는 “마음이 졸여서 고스톱도 한판 못 치는 사람”, “바보스러울 정도로 건강한 사람”이다. 한 상무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화차>의 형사 종근이나 <황해>의 버스회사 사장 태원에게서도 자연인 조성하의 모습을 읽어낼 수 없긴 마찬가지다. 심지어 그는 연쇄살인범(<집행자>)과 사이코패스(<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도 연기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조성하의 악역 레이스는 계속되는데,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코미디’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평소 조성하는 깨알 같은 말장난으로 주위에 쉼없이 재미를 선사한다. 인터뷰 당일엔 연기력과 춤 실력을 맞교환하겠다며 조성하와 박진영이 서로 마주보고 ‘접신’하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꼭 웃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잘 웃겼으면 좋겠고, 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물론 <5백만불의 사나이>에서 조성하가 직접 “웃기기 위한 연기”를 하진 않는다. “한 상무는 돈 때문에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몰락시키는 인물이에요. 우리 사회에 이런 인물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잖아요. 그런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절실함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서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인물이 처한 상황을 절실하게 표현하는 것, 그게 아마 이번 영화에서 조성하식 표현법이 아니었나 싶어요.”

조성하는, 관객이 조성하라는 배우에게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단련하는 배우다. 그리고 그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은 바쁘고 잘나가는 배우들 틈에서 수저만 얹어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같이 어깨를 견주고 새롭게 모든 걸 만들어가야 하는 입장이 된 것 같아요. 더 재밌게 즐겨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잠깐의 숨고르기가 끝나면, 제대로 즐길 준비를 한 조성하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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