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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을 꿈꾸다 <포 러버즈>

제목의 번역이 나쁘지 않다. 원제 ‘Happy Few’를 ‘포 러버즈’라고 옮겼는데, 그것이 ‘Four Lovers’처럼 들리기도 하고 ‘For Lovers’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 중의적 표현이 이 영화를 적절히 요약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것은 네 연인을 위한 영화다. ‘두’ 연인이 아니라 ‘네’ 연인이다. 라셀(마리나 포이스)과 프랑크(로쉬디 젬) 부부, 테리(에로디 보체스)와 뱅상(니콜라스 뒤보셀) 부부가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미사여구로 치장할 필요 없이, 처음에는 ‘스와핑’이 목적이었다. 가족의 안정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라셀은 뱅상과, 프랑크는 테리와 몸을 섞는다.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한번쯤은 일탈을 꿈꾼다”는 라셀의 내레이션대로다. 하지만 성적 모험이 주는 짜릿함이 옅어지고 양쪽 관계가 안정기의 문턱을 지나면서 네 사람은 어떤 선으로도 분별해내기 어려운 공동의식을 지니게 된다. 서로를 향한 약간의 질투와 의심과 피로와 환멸 같은 것마저 공유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 과정을 모두 보고나면 어쩔 수 없이, 예정된 이별에 몸살을 앓는 그들의 마지막이 측은하게 다가온다.

음악이 되고자 하는 영화들이 있고 회화가 되고자 하는 영화들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포 러버즈>는 후자쪽인 것 같다. 특히 몇몇 장면들이 대단히 낭만적이다. 그들이 서로에게 전화를 걸어 주변의 소리를 채집해 들려주는 장면이나 다 함께 간 휴가지에서 밀가루 폭탄을 뒤집어쓰고 알몸으로 호숫가 주변을 맴도는 마지막의 회상장면은 그들의 욕망과 회한을 오감으로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 낭만성이 영화 전체를 지배해버린 것이 문제다. 처음에는 나름 예민했던 영화의 감각이 점점 무뎌져가는 것을 보고 있는 게, 그들의 헤어짐을 목도하는 일보다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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