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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영화제작기 <힘내세요, 병헌씨>
이화정 2013-07-01

SNS 계정 중에 ‘촬영장 옆 대나무숲’이 있다. 익명의 영화계 스탭들이 촬영장에서 겪은 억울한 일들을 보고하는, 일종의 해우소다. 이 계정에서나 볼 법한 황당한 사건들이 연속되는 영화가 <힘내세요, 병헌씨>다. 예를 들면 영화의 첫 장면은 슬레이트 치다가 설사가 나와서 화장실에 다녀온 연출부 이병헌이 “연출부는 사람 아니야. 까라면 까고 기라면 기어”야 한다는 된서리를 맞으며 시작된다. 영화의 주인공 이병헌은 늦깎이 영화감독 지망생이자, 그 꿈 하나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살고 있다. 그의 주위에는 데뷔 못한 PD, 데뷔 못한 촬영기사, 대표작 하나 없는 배우 일색이다.

<힘내세요, 병헌씨>는 데뷔 못하고 번번이 미끄러지는 인물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페이크다큐멘터리다. <인간극장>을 연상시키는 방송팀이 이병헌 감독(아직 입봉 준비 중인)을 취재하는 방식이 큰 틀이다. 힘겹게 쓴 시나리오를 들고 제작사를 물색하지만 문전박대 당한 영화 속 이병헌 감독은 결국 영화를 뜻한 대로 완성했을까. 실제 이병헌 감독은 이 고군분투의 제작기를 6천만원 남짓의 제작비와 지인들의 도움을 얻어 만들었고, 이렇게 완성된 영화는 서울독립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호평을 얻었다. <힘내세요, 병헌씨>는 뒤늦게 영화를 시작해 <써니>와 <과속스캔들>의 각색작가를 거쳐 장편 연출작을 준비 중인 감독 본인의 경험담을 십분 반영한 작품이다. 영화계에 적을 두고 있는 이들에겐 지극히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병헌 감독은 식상함에서 벗어날 묘수를 지니고 있다. 특히 영화의 코믹 화법이 주는 즐거움이 큰데, 터진다기보다는 불발되어서 웃긴 느낌이랄까. 미드 <오피스>나 케빈 스미스의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재미다. 이 독특한 호흡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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