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액터/액트리스
[레이첼 맥애덤스] 언제나 충만한
주성철 인터뷰 손주연(런던 통신원) 2013-12-10

레이첼 맥애덤스

“여자가 너무 예뻐도 문제야. 얼굴 믿고 유머나 인격을 안 가꾸거든.” <어바웃 타임>에서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팀(돔놀 글리슨)의 고향집을 찾아간 메리(레이첼 맥애덤스)는 미래의 시어머니(린제이 던컨)로부터 지나치게 솔직한 합격점을 받는다(참고로 시어머니는 남자인 앤디 워홀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비주얼의 소유자다). 당연히 메리는 그런 얘기가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 얼핏 냉소적으로 보이는 어머니로부터 끌어낸 최고의 칭찬임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지금껏 화려한 외모보다는 밝고 명랑한 매력을 뽐내온, 이제는 어느덧 30대 중반(1978년생)을 넘어서고 있는 레이첼 맥애덤스의 건전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꿰뚫고 있는 평가인지도 모르겠다.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레이첼은 출연한 영화마다 항상 충만한 사랑과 편안한 감정으로 관객을 ‘녹아내리게’ 만드는 배우”라고 했고, 워킹타이틀의 공동대표이자 제작자인 팀 베번은 “언제나 옆집 소녀 같은 멋진 느낌을 준다. 아름다움, 유머감각, 그리고 세련된 위트를 갖추고 있으면서 또한 여배우로서 그녀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누구든지 똑같이 멋지게 보이도록 만드는 능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그녀와 평생을 함께한 돔놀 글리슨 또한 그녀를 향해 “별것 아닌 제스처나 캐릭터에도 ‘진실’을 부여하는 힘을 가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뭔가, 그녀가 연기하면 ‘진짜’인 것처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는 마법이랄까.

하지만 팀이 메리의 수줍고 맑은 미소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느덧 ‘10년 전 영화’가 돼버린 닉 카사베츠의 <노트북>(2004)에서도 노아(라이언 고슬링)는 축제에서 만난 앨리(레이첼 맥애덤스)의 활달하고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고는 첫눈에 반하지 않았던가. <어바웃 타임>의 레이첼 맥애덤스는 아마도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 그때 그날의 미소를 여전히 머금고 있다. 그런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한 팀은 수시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구애를 펼친다. <어바웃 타임>에서 레이첼 맥애덤스는 귀여운 앞머리로 절대동안을 자랑한다. 뭐랄까, 그녀는 ‘귀여운 척’이 사랑스럽기만 한 몇 안 되는 여배우 중 하나다. 그렇게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이 시작된다.

트럭운전사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연극반 시절부터 배우의 꿈을 키워온, 또한 대도시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던 캐나다 출신의 레이첼 맥애덤스는 ‘워킹타이틀표’ 로맨틱 코미디 <어바웃 타임>에서 이른바 ‘미국 여자’다. 유럽 남자들이 으레 상상하는 쾌활한 미국 여자의 모습이 바로 거기 있다. 보수적인 부모가 불현듯 런던 집에 들이닥쳤을 때, 이미 동거 중이던 팀을 진정시키고 타이르며 부모를 설득하는 그 모습은 ‘레이첼 맥애덤스 특유의’라는 표현이 가능할 법한 든든한 여자 친구의 모습이다. 마치 로저 미첼의 <굿모닝 에브리원>(2010)에서 한물간 전설의 앵커 마이크(해리슨 포드)를 영입해 시청률 최저의 모닝 쇼를 단숨에 인기 프로그램으로 만든 발칙한 신입 PD(레이첼 맥애덤스)의 당당함을 다시 보는 느낌이랄까. 바로 그런 ‘런던의 미국 여자’라는 점은 그녀의 큰 과제이기도 했다. “코미디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사실 나는 캐나다 사람인데, 영국인 감독에 대다수 영국 출신 배우들과 함께하는 영화라 좀더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캐나다와 영국 사이에는 서로 다른 ‘코미디 타이밍 리듬’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고 고백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러브 액츄얼리>(2003)의 리처드 커티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모든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어바웃 타임>이 자신의 마지막 연출작이 될 것이라고 밝힌 리처드 커티스에게, 감독을 그만둬서는 안 된다며 촬영 내내 압박했던 것도 레이첼 맥애덤스다. <굿모닝 에브리원>에서 대선배 해리슨 포드를 구워삶은 솜씨라면 리처드 커티스 역시 마음을 고쳐먹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2011)에서는 소설가 길(오언 윌슨)이 약혼녀 이네즈(레이첼 맥애덤스)와 함께 파리로 여행을 왔다가 이네즈에게 실망한 나머지, 홀로 파리의 밤거리를 산책하다 만난 애드리아나(마리온 코티아르)에게 흠뻑 빠져버리는 굴욕(?)을 당한 경험도 있지만. <어바웃 타임>은 그 기억을 완전히 잊게 해줄 만큼 그녀에게 바쳐진 영화다. 그래서일까, 레이첼 맥애덤스는 <어바웃 타임>의 대사 하나하나에 빠져들었다. “리처드 커티스의 대사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조차 멜랑콜리하게 표현해낸다”는 게 그녀의 얘기다. 덧붙여 “나는 러브 스토리가 담긴 이야기들을 특별히 더 좋아한다. <셜록 홈즈> 시리즈 등 사실 그동안 다른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려고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작품들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유독 멜로가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마도 <어바웃 타임>에서 가장 황홀한 신은 팀과 메리의 결혼식 장면일 것이다. 영국 콘월의 집, 지하창고에서 아버지와 탁구를 즐겨 치던 팀은 60년대 대중문화계를 쥐락펴락했던 작곡가 겸 가수 지미 폰타나의 동명 <일몬도>(IlMondo) LP판을 찾아낸다. 이 노래를 좋아했던 팀은 결혼식 입장곡으로 이 노래를 사용하고 싶어 하지만 메리는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며 시큰둥하다. 하지만 드디어 결혼식날, 메리가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입장하는 순간 웅장한 느낌의 <일몬도>가 흘러나온다. “널 위한 선물이야”라며 천천히 웃으며 들어오는 레이첼 맥애덤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워킹타이틀이라는 이름에 기대를 건 관객의 마음을 충만하게 만드는 천상의 미소다. 실제로 리처드 커티스는 음악을 잘 쓰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레이첼 맥애덤스는 그 음악을 접하던 순간을 이렇게 떠올린다. “리처드는 자신의 의견을 꽤 명확하게 전달하는 감독 중 하나다. 배우로서, 감독이 생각하고 있는 음악을 공유하는 것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새벽 2시, 런던의 한 거리에서 촬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문득 음악을 틀어주었다. 동시에 나는, 마치 마법처럼 진짜 메리가 되었고 그녀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데이비드 돕킨의 <웨딩 크래셔>(2005)에서 알지도 못하는 신랑 신부의 결혼식에 초청장 없이 참석해 먹고 마시는 것은 물론, 모든 여자들에게 작업의 손길을 뻗치는 ‘커플 파괴단’ 존(오언 윌슨)과 제레미(빈스 본)의 ‘장난질’을 멈추게 만든 것도 클레어 클리어리(레이첼 맥애덤스)의 때 묻지 않은 미소였다. 말하자면 그녀는 언제나 해맑은 미소로 상대 남자들을 마법처럼 무장해제시켰다. “나 먼저 들어가서 새 잠옷을 입고 있을게”라거나 “(결혼식과 관련된) 결정들을 하나씩 해결할 때마다 옷을 하나씩 벗을게”라며 그야말로 (대사만 들으면) 어색하기 짝이 없을 장면들을 매력적으로 소화한다. 팀의 사소한 배려에도 무한한 감동을 받고, 잠에서 덜 깬 순간에 로맨틱한 프러포즈를 하는 팀을 단호하게 나무랄 때도 더없이 사랑스럽다. 코미디영화 <핫칙>(2002)에서 당대 최고의 코미디 배우 중 하나인 로브 슈나이더와 몸이 뒤바뀐 10대 소녀를 연기했고, <퀸카로 살아 남는 법>(2004)에서 교내 최고의 퀸카이자 악녀 ‘여왕벌’을 연기했던 그녀가 이토록 성장한 모습을 보는 건 무척 가슴 뿌듯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폭풍우가 내려 사람들이 우왕좌왕 비를 피해 피로연장을 빠져나가는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오직 빨간 드레스의 그녀만이 오롯이 빛난다. 시간여행을 해서라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바로 그 미소와 함께.

<시간여행자의 아내>

magic hour

시간여행자의 여인

레이첼 맥애덤스는 영화를 통해 진짜 ‘매직 아워’를 경험해온 배우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직접 시간여행을 한 건 아니지만 3번이나 ‘시간여행자의 아내 혹은 약혼자’로 출연했던 것이다.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시간여행자의 아내>(2009)에서는 시간여행 운명을 지닌 남자를 평생 기다리는 여자 ‘클레어’를 연기하며 가슴 아픈 사랑을 감내했다.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도 약혼자 길(오언 윌슨)은 1920년대의 파리로 혼자만의 시간여행을 떠났다. 어쩌면 <어바웃 타임>은 남자들의 시간여행을 그저 지켜보고 기다려야 했던 레이첼 맥애덤스를 위한 ‘보상’의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팀은 오직 ‘내 남자가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라는 그녀의 순진한 바람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만 시간여행 능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메리는 팀의 시간여행 능력을 모른 채 살아가고, 그것은 후반부의 중요한 반전으로 작용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에 대해 레이첼 맥애덤스가 전혀 몰랐다는 사실. 인터뷰 자리에서 그런 질문을 받은 그녀는 “정말요? 평론가나 기자들은 어떻게 그걸 다 세고 있죠?”라며 깜짝 놀랐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