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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광화문에펼쳐지는 그린파노라마

총 35개국 참가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서울환경영화제’ 개막

“영화를 통해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생각하는 축제”인 서울환경영화제가 열린다. 제11회를 맞이한 서울환경영화제는 5월8일부터 15일까지 광화문 일대 공간에서 펼쳐진다. 씨네큐브 인디스페이스를 비롯한 세곳의 상영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며, 환경 관련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서울역사박물관 광장에서 진행된다. 올해 서울환경영화제에 선보이는 영화는 총 35개국 111편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환경영화제인 서울환경영화제는 전체적으로 비경쟁영화제의 성격을 갖지만 국제 환경영화 경선은 유일한 경쟁부문이다. 비경쟁부문은 ‘그린 파노라마’, ‘한국 환경영화의 흐름’, ‘지구의 아이들’,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으로 나뉜다. 서울환경영화제를 대표하는 ‘그린 파노라마’에서는 직접적인 환경 문제를 다룬 작품부터 환경 관련 소재를 망라한 최근 2∼3년간의 세계 환경영화가 상영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두배 이상 많은 영화가 소개되며 몇개의 서브섹션이 추가되었다. 핵/원자력을 주제로 다룬 영화들을 모은 ‘오래된 미래’와 스릴러물의 성격을 갖춘 영화들을 따로 모은 ‘에코스릴러’가 올해 신설된 서브섹션이다. 경쟁에 오르지 못했으나 놓치기 아까운 영화들은 ‘널리 보는 세상-그린 아시아’라는 제목으로 특별전을 마련했다.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극영화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환경영화제라고 하면, 무겁고 딱딱한 주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들만 상영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 하지만 실제 상영 목록을 보면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이 고루 섞여 있으며, 상업영화의 대표적인 장르로 여겨지는 스릴러까지 있다. ‘환경’이라는 단어는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포괄하므로 이번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들도 감동적인 성장영화부터 인류의 역사를 성찰하는 철학적인 다큐멘터리까지 무궁무진한 범주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개막작인 <킹 오브 썸머>는 조던 복트-로버츠 감독의 데뷔작으로, 2013년 선댄스영화제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괴로운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10대 소년 세명은 집에서 탈출해 숲속에 집을 짓고 살기로 의기투합한다. 일종의 소년 모험담으로, 성장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환경영화경선’ 부문에는 16개국 21편의 작품이 본선에 올랐다. 21편 중 장편은 11편이고 나머지는 단편이다. 장편에 한국영화가 3편이나 올랐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철의 꿈>(감독 박경근), <망대>(감독 문승욱), <우포늪의 사람들>(감독 신성용)이 본선에 오른 한국영화들이다. 국제환경영화경선은 출품편수가 1천편을 넘어 영화제의 양적, 질적 성장의 지표를 보여주었다. 이 부문에서 올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성장’이다. 성장의 그늘, 성장에 대한 회의, 대안 모색 등을 보여주는 다양한 영화들은 성장에 대한 고민이 전세계적인 이슈라는 것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도시개발, 기후변화, 빈곤 등 전세계의 환경 문제들을 접할 수 있다. 경선에 오른 장편 11편은 모두 다큐멘터리다. 아름다운 자연의 위용을 담아내고, 담담하게 일상을 관조하며, 경쾌한 호흡으로 진행되는 등 각각의 작품들은 다채로운 스타일을 갖고 있다. 중국 석면 광산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현실을 담은 <구름을 만드는 산>, 193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거대한 댐 건설의 역사를 돌아보는 <댐네이션-댐들이 사라지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사능에 노출된 말의 운명을 좇는 <후쿠시마의 말들> 등이 본선에서 경쟁한다. 본선에 오른 단편들은 다큐, 극영화, 애니메이션 장르가 고루 섞여 있으며 기발한 상상력과 놀라운 통찰이 빛나는 작품들이다.

올해 ‘그린 파노라마’ 부문에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영화들이 선정되었다. 이는 관객이 보다 편하고 쉽게 영화제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고심한 결과다. ‘푸드’, ‘물’이 올해 이 부문 핵심 키워드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남녀의 로맨스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푸드 가이드 투 러브>, 다이어트 식단을 제공하여 직원들의 체중을 감량시킨다는 내용의 코미디 <타니타의 사원식당>은 굳이 환경영화라는 범주를 의식하지 않고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극영화다. <얀 베르트랑의 여행: 목마른 대지>와 <워터마크>는 수질 오염과 물 부족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스릴러물의 성격을 띠는 단편을 모아 상영하는 ‘에코 스릴러’는 장르영화를 즐기는 관객을 위해 마련되었다. 일본 공포영화 관습을 따르는 <마지막 정거장, 유령 굴뚝>, 엄마의 죽음을 맞이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 단편 <고양이>, 부도덕한 사업가의 장례식으로 시작되는 <망자의 고백>, 좀비영화 <사무엘 크롬의 저주>가 상영된다. 핵/원자력 문제와 관련된 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오래된 미래’ 부문은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그레고리 펙, 앤서니 퍼킨스, 에바 가드너가 주연한 할리우드 고전영화 <그날이 오면>(1959)을 60년 만에 35mm필름으로 상영한다. <그날이 오면>은 핵으로 오염된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담은 SF영화다. 흥미롭게도 영화 <그날이 오면>의 원작 소설인 <해변에서>의 작가 네빌 슈트에 관한 다큐멘터리 <낙진>도 이번 영화제에 함께 상영된다. 두 작품을 함께 보면 상호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부문 단편 상영작에도 <낙진>이 있다. 핵사고 이후 상황을 상상하는 짧은 실험영화인데 제목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영화다.

‘널리 보는 세상-그린 아시아’는 장/단편을 막론하고 아시아 지역의 환경영화를 모아 집중적으로 상영하는 부문이다. 환경 문제를 사고하고 대안을 모색할 때 지역, 국가별로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이 발견된다. 이 부문은 아시아의 공존을 모색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올해 처음 만들어졌다. ‘한국 환경영화의 흐름’은 국내 환경영화 제작진을 격려하고 그 성과를 소개하는 창구다. 강정마을에 책을 기부하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배에 오른 한 여성의 여정을 따라가는 <미라클 여행기>는 동승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육식과 공장형 축사에 대해 고민하는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매우 사적인 시각에서 시작되지만 결코 사적인 이야기에 머물 수 없는 내용을 다룬다. 한국환경영화의 흐름 단편 부문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극영화가 많아진 점과 재개발 소재가 집중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지난 몇년 우리 사회의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포커스’라는 서브섹션에서는 타 영화제에서 이미 소개되었지만 다시 상영할 만한 의미가 있는 한국영화 세편을 특별 초청해 상영한다. 밀양 송전탑 문제를 다룬 <밀양전>, 포이동 재건마을 사람들을 담은 <텃밭>, 팔당 농민의 투쟁을 보여주는 <두물머리>가 주인공이다.

‘지구의 아이들’ 부문에는 4편의 장편애니메이션이 선보인다. 숲의 파괴를 다룬 판타지 <에픽>, 북극 이누이트 신화를 담은 <이디야와 얼음왕국의 전설>, 해양 생태계를 살리려는 소년의 모험담 <위시 피쉬!>, 작은 곤충들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슈퍼미니> 등 4편이다. 영화제를 찾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다.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 부문은 동물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생각하는 영화들로 채워진다. 늑대에게 매혹된 소년의 이야기 <드루이드 피크>, 동물의 권리에 대해 생각하는 <우리 체제의 유령들>이 장편영화로 상영되며, 단편모음은 반려동물, 철새 등을 소재로 다루는 애니메이션 세편과 실험영화 한편을 모아 상영한다. 서울환경영화제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마련한 특별 프로그램으로 ‘시네마그린틴’이 있다. 영화제 기간 무료로 영화를 감상하고, 친환경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특별 전시와 환경영화 백일장도 포함된다. 서울시 및 수도권의 모든 청소년이 신청할 수 있다.

시민들을 위한 야외행사도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광장에 캠페인, 전시, 공연, 체험활동 부스가 마련되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다.

<할머니가 간다> Tow Raging Grannies 노르웨이 / 2013년 / 77분 / 다큐멘터리 / 감독 호바르 부스트니스 / 국제 환경영화 경선 부문

제목처럼 성난 할머니 둘이 ‘경제적 성장’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다닌다. 할머니들이 화가 난 이유는 경제적 성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절친한 친구지만 성격은 다른 두 할머니는 서로 “멍청하다”, “지루하다”며 티격태격하지만 인생의 동반자다. 두 할머니는 성장이라는 화두를 공유하며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신문과 텔레비전을 열심히 보지만 답을 얻지 못한다. 직접 발품을 팔기로 한 할머니들은 대학 강좌에도 참석하고 유명한 학자를 찾아가기도 하지만 역시 아리송하다. 할머니들은 성장의 중심지인 뉴욕의 월 스트리트로 가기로 결심한다. <할머니가 간다>는 경쾌한 분위기지만 노인 문제, 경제성장의 그늘 등 주제의식은 무겁다.

<유언> The Will-IF Only There Were No Nuclear Power Plan / 일본 / 2014년 / 225분 / 다큐멘터리 / 감독 도요다 나오미, 노다 마사야 / 그린 파노라마-오래된 미래 부문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인류의 대재앙이다. <유언>은 벚꽃 흐드러진 봄날 마을축제를 보여주며 시작된다.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 한 할아버지는 마이크를 잡고 유행가를 부른다. 평화로워 보이는 시골 마을의 풍경이다. 그러나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깊은 슬픔이 드러난다. 각 장이 나눠져 있고 소제목이 붙은 형식으로 진행되는 <유언>의 1장 제목은 ‘오염’이다. 마을 곳곳을 다니며 방사능 오염 지수를 확인하는데 눈에 보이는 것보다 현실은 심각하다. 낙농업자 시게키요 가노는 “원자력 따위가 이 세상에 없었으면”이라는 유언을 남기고 자살한다. <유언>은 가노의 동료, 가족,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삶을 담아낸다. 긴 상영시간이 주는 압박이 크지만 그만큼 진정성도 깊다.

<알 수 없는 슬픔이 있어> Sorrow Unknown / 한국 / 2014년 / 15분 / 애니메이션 / 감독 류무선 / 한국 환경영화의 흐름-단편 부문

재개발되는 철거촌에 살고 있는 두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 중심 개발의 폐해를 지적한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 집을 지키는 명희는 학교에 갈 수 없다. 빈집은 철거되어버리기 때문에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담임선생님의 부탁을 받은 신애는 명희 집으로 찾아온다. 옆 동네에 사는 신애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알 수 없는 슬픔이 있어>는 재개발 동네의 소음에 특히 주목한다. 명희 엄마는 소음을 견디다 병이 들었고 명희도 매일 들리는 소음에 고통받는다. 사물들의 사실적인 디테일을 강조한 그림체가 눈에 띄는 애니메이션이다. 모기향, 바퀴벌레약, 도로표지판, 플래카드, 뉴슈가 봉지 등 명희가 살고 있는 동네와 집안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물들은 사진처럼 정확하게 표현된다.

<드루이드 피크> Druid Peak / 미국 / 2013년 / 115분 / 극영화 / 감독 마니 젤닉 /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 부문

문제아 오웬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술을 마시고 친구들과 차를 타고 가던 오웬은 차 사고를 당한다. 오웬은 무사했지만 친구가 사망한다. 더이상 자신의 힘으로 아이를 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 엄마는 오웬을 아빠에게 보내기로 결정한다. 오웬은 오래전 엄마와 헤어진 아빠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관리원으로 일하는 아빠를 만난 오웬은 하룻밤만 머물고 떠날 생각이다. 그러나 우연히 늑대와 마주친 오웬은 생각을 바꾼다. 회색 늑대 무리 ‘드루이드 피크’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오웬은 늑대에 대해 공부하고 늑대를 찾아다닌다. 신비한 동물 늑대를 보면서 오웬은 자신도 모르게 변화된다. 불만과 분노로 가득 차 있던 오웬은 늑대와 교감하고 애정을 느끼면서 성장한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그림 같은 절경. 자연은 그 자체로 인간을 치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