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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세계와 바둑 <스톤>
김보연 2014-06-11

여기 바둑을 매개로 만난 두 사람이 있다. 민수(조동인)는 프로기사의 실력을 갖고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어둠의 세계에서 내기바둑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한편 폭력 조직의 두목인 남해(김뢰하)는 최근 조직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바둑에 부쩍 관심을 두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민수와 바둑을 두고 큰 실력 차로 진 남해는 민수를 곁에 둔 채 본격적으로 바둑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민수는 어둠의 세계로 더 깊이 발을 들여놓는다.

<하얀전쟁> 등에서 시나리오작가로 활동했던 조세래 감독의 연출 데뷔작 <스톤>은 그동안 한국영화가 많이 선택하지 않은 소재인 바둑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겉보기에 정적으로 느껴지는 바둑이 과연 장르적으로 적절한 소재인지 걱정이 먼저 들지만 의외로 민수가 벌이는 여러 차례의 바둑 대결은 극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내기바둑을 둘러싼 건달과 ‘꾼’들의 머리싸움은 구체적인 세부 묘사와 함께 웬만한 액션 신보다 더 신선한 즐거움을 준다. 여기에 첫 주연을 맡은 조동인은 서늘한 눈빛과 힘을 뺀 연기로 이야기의 맛을 제대로 살린다.

그런데 아쉽게도 <스톤>은 바둑이 아닌 건달의 세계를 그릴 때 애써 쌓은 긴장감을 모두 허물고 만다. 김뢰하와 박원상 등이 펼치는 조폭 연기는 물론 안정적이지만 상투적이기도 하다. 인간미를 간직한 두목과 배신을 시도하는 부하 같은 익숙한 요소들이 관객의 예상을 따라 약속된 결말로 가는 것이다. 그렇게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달리는 젊은 청년의 흥미로운 도전은 필요 이상으로 어깨에 힘을 준 아저씨들의 권태에 의해 가로막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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