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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강한 한결같음
이주현 사진 오계옥 2016-02-01

<검사외전> 황정민

“그래서 뭐 어쩌라고?” 황정민을 한번이라도 만나본 이들은 그의 말투를 흉내내며 이 말을 따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심각하게 의미 부여하는 것을 싫어하는 그에게 괜히 <국제시장>(2014)과 <베테랑>(2015)의 연이은 천만 관객 돌파와 750만 관객(1월20일 기준)을 불러모은 <히말라야>(2015)의 흥행 얘기를 꺼냈다가 들은 얘기다. “천만이란 숫자? 아무 의미 없다. 단지 감사할 뿐이지, 그래서 뭐 어쩌라고?” 황정민은 지나간 캐릭터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그렇게 고생하며 ‘히말라야’에 올랐지만 하산한 뒤엔 까맣게 잊는 게 그의 방식이다. “작품 끝나면 (앞서 연기한 캐릭터를) 금방 잊는다. 작업하는 동안 미친 듯이 몰두했으니까 ‘이젠 꼴도 보기 싫다’ 그런 느낌인 거지. 그러니 아쉬울 것도 없고, 박수치면서 잊는다.” 황정민은 그렇게 미련 없이 <히말라야>의 엄홍길 대장에서 <검사외전>의 폭력검사 변재욱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검사 변재욱은 자신이 거칠게 취조하던 피의자가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살인 누명을 쓰고 15년형을 선고받는다. 5년의 수감 도중, 감옥에서 사기꾼 치원(강동원)을 만난 재욱은 그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줄 인물이라고 확신하고 계획을 수립해 나간다.

황정민이 검사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다혈질에, 끈질기고, 폭력이 익숙한 인물이란 점에서 <베테랑>의 서도철, <부당거래>(2010)의 최철기 혹은 <신세계>(2012)의 정청, <남자가 사랑할 때>(2013)의 태일 같은 캐릭터들이 연상된다. 황정민도 “분명히 변재욱 캐릭터에 ‘뻔함’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다르고 인물이 다르니까 아무리 같은 연기를 해도 그 인물의 색깔과 기운은 다르게 나오게 되어 있다. 예전에 보여준 모습과 비슷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으로 전전긍긍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내 연기에 자신이 있다, 없다, 잘한다, 못한다의 문제가 아니다. 그 인물에 맞게끔 연기를 하다보면 사람은 변한다. 그래서 변재욱이란 인물을 통해 새로운 황정민이 보여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 캐릭터는 사기꾼 치원이지만 이야기의 판을 짜고 극의 중심을 잡는 것은 재욱이다. 그런 재욱을 연기하는 황정민에게 중요한 것은 우선 ‘폭력’ 검사의 느낌을 효과적으로 살리는 거였다. “욕을 몇 마디 안 했는데도 욕을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듯이 살짝만 때렸는데도 엄청 심하게 때린 것 같은 느낌”을 표현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무엇보다도 감옥에서 5년을 보내는 동안 억울함과 자괴감이 더께로 얹혔을 테니, 5년 전과 후의 얼굴은 분명 달라야 했다. 시나리오에 빼곡하게 연기에 대한 아이디어와 생각을 적어두기로 유명한 황정민은 <검사외전>의 시나리오에 “감옥 안에서 재욱은 어떻게 변했을까”에 대한 고민을 주로 적었다고 한다. “끈질기게 (재욱의) 심리 변화를 좇다보면 그에 맞게 몸의 세포와 말투가 자연스럽게 바뀐다.” 수염과 머리 길이의 변화는 캐릭터의 상태를 보여주는 직접적이고 손쉬운 수단일 뿐. 외적인 변신에 기대지 않고 인물의 핵심에 가닿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친숙하지만 새로운 황정민만의 캐릭터를 매번 탄생시키는 것은 아닐까.

현재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 막바지 촬영 중인 황정민은 2월까지 연출과 출연을 겸하고 있는 뮤지컬 <오케피>를 공연한 다음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 준비에 들어간다. 피로를 풀 새나 있을까. “일할 때가 행복하고 제일 재밌기 때문에 별로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게 황정민의 진심이다. “영화하면서 늘 이렇게 해왔다. 대본을 선택하는 방법, 인물을 대하는 태도, 현장에서의 태도, 단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정직하게 연기하면 어느 순간 사람들이 알아봐준다. 그게 2015년에 꽃을 피운 거라 생각한다.” <검사외전>에 이어 올해는 <곡성>의 무당, <아수라>의 악덕시장 캐릭터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직하게 연기했더니 흥행배우가 돼 있더라’는 그의 이야기는 그러니 아직 끝나지 않은 진행형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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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이혜영·헤어 범호(아쥬레)·메이크업 도이(제니하우스)·의상협찬 랑방, 유니페어, 샌프란시스코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