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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 도서] <트렁크>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최성열 2016-05-05

<트렁크> 김려령 지음 / 창비 펴냄

<완득이> 김려령 작가의 소설 <트렁크>는 심리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주인공의 이름은 노인지다. 술자리에서 ‘노인지 예스인지’라는 아재개그를 몇번이나 들었을지 모를 이름. 직책은 결혼정보업체 웨딩라이프의 비밀 자회사인 NM(new marriage)의 차장이다. 결혼을 원하는 남자와 계약결혼을 하고 기간제로 같이 살아주는 게 그녀의 일이다. 남편(이자 고객)과 술을 자주 마시는 그녀는 문득 이 이상한 회사에서 벗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객과 결혼을 하고 잠자리를 함께 하고 맥주를 마시며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는 결혼 관계를 지속하며 20대가 지나간다. 그녀처럼 이상한 직장에 다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퇴근 후 스탠드 불빛에 의존해 <트렁크>를 읽으며 이 문장에서 멈춰 섰다. “체념이라고 하기에는 내가 가엾고, 신념이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비겁하다. 꽉 막힌 병목구간을 어떻게든 빠져나가는 자동차처럼 언젠가는 나도 이 지난한 삶의 구간을 빠져나가겠지 기대할 뿐이다.”

술을 부르는 문장

술 좀 잘해요? 조금 먹습니다. 조금으로는 안 되지. 양조장 술 대부분을 출판사에서 마시거든. 노인지 씨는 무슨 술 좋아해요? 맥주 좋아합니다. 맥주 좋지. 내가 서류 볼 때부터 느낀 건데, 이름이 참 좋네. 오늘 수고했어요. 며칠 안에 노인지 예스인지 연락할게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