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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개봉을 앞둔, 혹은 개봉을 촉구하는 퀴어영화들
장영엽 정지혜 이예지 2016-06-22

올해 우리를 ‘퀴어’하게 만들었거나 만들 여덟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몇몇 작품은 향후 극장가에서 만날 예정이다.

<위켄즈>

감독 이동하 / 2016년 /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관객상 수상작

<위켄즈>는 국내 유일의 게이 합창단 지보이스의 창단 10주년 기념공연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스무살의 신입 단원부터 중년이 된 창단 멤버까지 나이도 직업도 취향도 다양하다.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게이라는 것, 그리고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 이들에게 주말은 종로의 연습실에 모여 노래를 연습하고 한주의 밀린 수다를 떠는 즐거운 시간이다. 창단 10주년 공연을 며칠 앞둔 날,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 결혼식이었던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러 간 지보이스는 혐오 세력이 뿌린 똥물을 뒤집어쓴다. 혐오를 면전에서 맞닥뜨린 이들은 왜 우리가 똥물을 뒤집어써야 하는지, 왜 노동자들의 집회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 한국에서 게이로 산다는 건 어떤 것인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관객상을 수상하고 테디어워드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으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와 <위로공단> <비념> 등을 제작한 영화사 반달이 공동 제작했다. 이동하 감독의 첫 연출작으로 올 하반기 개봉예정이다.

<로렐> Freeheld

감독 피터 솔레트 / 2015년 /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상영작

로렐(줄리언 무어)은 23년차 베테랑 형사다. 그녀는 보수적인 경찰 조직의 분위기 속에서 레즈비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고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로렐은 낯선 동네의 배구 클럽에서 스테이시(엘렌 페이지)를 만난다. 자신과는 너무 다른 그녀에게 호기심과 끌림을 동시에 느낀 로렐은 스테이시와 곧 열렬한 사랑에 빠진다. 여느 커플과 다름없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러다가 함께 살게 되고, 파트너라는 법적 관계까지 이루지만 로렐이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 두 여성은 성소수자들을 가로막고 있는 차별의 벽을 실감하게 된다. <로렐>은 사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 강렬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오랜 시간의 노력과 사랑으로 이룬 풍경을 잃고 싶지 않다는 로렐의 소망은 뉴저지주의 예산과 조례를 심의하는 ‘프리홀더’들의 차별과 편견에 의해 번번이 좌절된다. 로렐 커플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 이 싸움에 동참하는데, 그 중에서도 로렐의 경찰 파트너 데인을 연기한 마이클 섀넌과 게이 인권운동가 스티븐을 연기한 스티브 카렐의 활약이 대단하다.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기 전, 수많은 이들이 겪어야 했을 투쟁의 역사를 아로새긴 영화. 언제나처럼 매력적인 줄리언 무어와 스크린 속에서 한결 자유로워 보이는 엘렌 페이지의 호흡도 좋다. 7월7일 국내 개봉예정이다.

<연애담>

감독 이현주 / 2015년 /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공동 대상 수상작

미술 전공자인 윤주(이상희)는 졸업 전시에 쓸 재료를 찾아 고물상으로 간다. 그곳에서 또래로 보이는 지수(류선영)를 처음 보고 이들은 얼마 뒤 재회한다. 곧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된다. 하지만 윤주는 밤늦게 술집 바에서 일하는 지수를 지켜보는 게 영 불안하다. 그녀가 좀더 안전한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 지수가 자취 생활을 정리하고 아버지 집으로 들어가자 윤주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먼 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쩐지 지수의 마음은 예전 같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연애가 정리되는가 싶은 순간, 이번엔 지수가 윤주의 자취방으로 찾아가 잠을 청한다. <연애담>은 서로를 끌어안고 보듬으며 애틋했던 연애의 한때가 어떻게 그 온기를 잃어가는지를 담담히 그린다. 동시에 이들 연애를 위태롭게 만드는 가족과 친구들의 시선을 과하지 않게 끌어온다. 환대받지 못하는 자신의 연애를 담담히 정리해가는 윤주의 고요한 얼굴이 인상적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연구 과정 8기인 이현주 감독의 졸업작품이자 장편 데뷔작이다. 올 하반기 개봉예정.

<꿈>

감독 원창성 / 2015년 / 인디포럼2016 폐막작

인디포럼2016 폐막작으로 선정된 <꿈>은 18살 소년 오성(권오성)의 의식과 무의식을 교차시키며 감정의 내밀한 궤적을 그려가는 영화다. 오성은 제비뽑기로 짝이 된 우석(오우석)과 가까워지며 호감을 싹 틔운다. 평범한 소년의 일상을 담아낸 영화는 현실과 꿈의 경계를 들숨과 날숨으로 호흡하듯 넘나든다. 오성은 좋아하는 여자가 있냐는 친구과 가족들의 물음에 매번 그럴싸한 답변으로 넘어가지만 잠이 들면 낮 동안의 인상들이 몽환적인 이미지로 재구성되고, 오성인지 우석인지 모를 아스라한 실루엣은 우석의 돌아보는 얼굴로 완성된다. 영화 속 퀴어 로맨스는 부각되지 않는다. 영화는 그보다 오성의 일상과 꿈의 리듬에 집중하며 그의 감춰진 감정에 신중하고 섬세하게 접근한다. 4:3 비율의 화면과 토이캠으로 찍은 꿈속의 장면들은 날것의 거칠고 서툰 느낌이지만 독특한 질감을 보여준다. 21살인 원창성 감독의 첫 작품이다.

<상가일레의 여름> The Summer of Sangail

감독 앨런테 카바이테 / 2015년 / 제31회 선댄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여름날 호숫가 마을만큼 사랑에 빠지기 쉬운 장소가 또 있을까? <상가일레의 여름>은 리투아니아 감독 앨런테 카바이테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곡예비행조종사가 되길 원하는 열일곱 소녀 상가일레는 곡예비행쇼에서 우연히 한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그녀의 이름은 오스트. 내성적인 상가일레와 달리 오스트는 자기만의 중심이 확실한 소녀다. 상가일레는 오스트와의 만남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욕망에 대해 점차 알아가기 시작한다. <상가일레의 여름>은 소녀들이 시작하는 첫사랑만큼이나 무척 아름다운 영화다. 두 사람이 교환하는 시선, 설레는 순간의 감정, 여름의 나른함과 도심과 멀리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나 가능할 법한 관능적인 자연풍경이 유려하게 얽혀 있다. 앨런테 카바이테는 배우와 공간의 무드를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감독처럼 보인다. 2016 퀴어영화제 상영작이다.

<불온한 당신>

감독 이영 / 2015년 / 제7회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

불온한 건 존재인가, 시대인가. 혐오의 시대, 성소수자인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이반 검열>(2005)의 이영 감독은 이번엔 현재 한국 사회가 소수자들을 한데 묶어 불온한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추적한다. 그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개정안 토론회, 세월호 진상규명 집회, 퀴어문화축제 등의 현장을 취재하며 성소수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곧 ‘종북 빨갱이’가 되는 기이한 알고리즘을 보여준다. ‘문란한 동성애자 타도’와 ‘종북 척결’을 외치다 ‘예수님 만세,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혐오세력의 모습은 우스꽝스럽지만 섬뜩하다. 그들의 반대 시위로 서울시는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이 있던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폐기했고, 성소수자들은 항의 시위를 벌인다. 목청 돋운 목소리들만 담긴 것은 아니다. 감독은 평생을 ‘바지씨’로 살아온 70살 레즈비언 이묵과 일본의 레즈비언 커플 논과 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불온한 당신>은 광장과 개인의 서사를 교직해나가며 현 시대 속 소수자의 좌표를 면밀히 탐색한다.

<하워드 삼촌> Uncle Howard

감독 애런 브루크너 / 2016년 / 제32회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상영작

25년 전 세상을 떠난 삼촌의 행적을 좇는 조카의 여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삼촌의 이름은 하워드 브루크너. 그는 1983년 유명 작가인 윌리엄 버로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던 70, 80년대의 재능 있는 영화감독이었다. 삼촌처럼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한 조카는 윌리엄 버로스의 벙커에 보관되어 있던 삼촌의 아카이브를 발견하고, 그가 남긴 기록영상과 영화 푸티지를 통해 삼촌의 삶을 재구성한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하워드 삼촌’의 어마어마한 인맥이다. 문화예술인들의 에너지로 들끓던 70, 80년대 뉴욕, 그 중심부의 충실한 기록자가 되고자 했기에 하워드 브루크너의 기록영상에는 천진난만한 버로스, 검은 머리의 짐 자무시 등 유명 예술가들의 낯선 모습이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애런 브루크너는 이들을 당대의 분위기를 뒷받침해줄 풍경으로 대할 뿐 삼촌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잃지 않는다. 기록영상과 푸티지, 홈비디오와 사진으로 재구성된 하워드 브루크너는 매력적인 외모와 따뜻한 마음, 찬란한 재능을 지닌 게이 청년이었다. 감독은 에이즈가 삼촌의 모든 미덕을 너무 빨리 앗아갔다 하더라도,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희망을 얘기한다. 2016 퀴어영화제 상영작.

<걸스 로스트> Girls Lost

감독 알렉산드라-테레세 케이닝 / 2015년 / 제52회 안탈리아 골든 오렌지 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각본상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매진을 기록한 화제작이다. 학교에서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왕따당하는 킴과 벨라, 모모 세 소녀는 남자로 변하게 해주는 마법의 꽃을 발견한다. 남성의 신체를 얻은 소녀들은 그들에게 활짝 열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며 도취된다. 곧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벨라, 모모와 달리 킴은 남자로 변한 모습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라고 믿는다. 킴은 소년의 모습으로 반항아 소년 토니와 어울리며 일탈을 만끽하고,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영화는 동일 인물에 여성과 남성 배우 2명을 배치해 레즈비언, FtoM 트랜스젠더, 게이까지 다양한 정체성을 폭넓게 아우른다. 재기발랄한 판타지로 시작해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거침없이 그리고 심도 깊게 파내려가는 젠더퀴어영화이자 성장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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