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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인터뷰] "괜찮은 오락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 - 영화사 람 최아람 대표
윤혜지 사진 오계옥 2016-08-11

“좋아요. 그런 가벼운 자세.” 영화사 람 최아람 대표를 촬영하던 사진기자의 한마디다. 재미난 시그니처 포즈를 한결같이 고수하며 촬영에 임하는 최 대표의 태도를 독려(?)하고자 꺼낸 말이지만, 그 한마디가 최아람이란 사람의 핵심을 말해주고 있다. 최근 210만 관객을 동원한 뒤 극장에서 내려온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이 영화사 람의 창립작이다(공동 제작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작자로서의 첫 작품을 안정적으로 성공시킨 최아람 대표의 이력이 궁금해 그를 만나러 한남동에 자리한 영화사 람 사무실을 방문했다. 모든 스탭이 영화사 람의 두 번째 작품 <임금님의 사건수첩> 현장에 나가 있느라 사무실엔 최아람 대표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기자들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접시에 남은 “한알의 김밥”을 황급히 입에 털어넣은 최아람 대표는 특유의 넉살과 유머로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계속 기자들을 ‘빵빵 터지게’ 만들었다. 그는 “올 한해도 맛있는 거 많이 먹게 해주소서”라는, 조경규 작가의 먹방 만화 <오무라이스 잼잼>의 명대사를 사훈으로 품고 산다는 미식가이자, 언제나 더 재미있는 것을 찾아 표류하는 낙천가이기도 했다. 일본의 코미디 극단 ‘요시모토흥업’에서 따와 “원래는 제작사 이름을 ‘아람흥업’으로 지으려 했다”는 비화대로, 영화사 람과 최아람 대표의 ‘흥업’을 기대한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제작한 <굿바이 싱글>이 6월29일 개봉해 11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150만명을 넘었고, 19일 만에 200만 관객수를 돌파해 210만명이라는 스코어로 극장 상영을 종료했다. 제작사 창립작으로서나 한국영화계에서 잘되지 못한다고들 했던 코미디 드라마 장르의 선전이라는 면에서나 긍정적인 결과다.

=첫 작품이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이제 막 두 번째 작품에 들어간 제작자에게는 과한 평가다. 개인적인 목표는 180만명이었다. 손익분기점을 약간만 넘기면 김태곤 감독이 차기작할 때 앞길을 가로막진 않겠더라. 뜻밖에도 그 이상을 기록해 정말 좋았다.

-첫발을 공동 제작으로 내디뎠으니 부담이 덜했겠다.

=CJ엔터테인먼트에서 12년간 일하며 ‘혼자 하는 일’에 대한 약간의 불안이 있었다. 더욱이 작은 제작사들은 일년에 한 작품씩 하는 게 어렵잖나. 나는 기획, 제작을 많이 하고 싶은데 그 기간이 너무 긴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 작품은 다 공동 제작이다. ‘충무로의 유니클로’가 돼보려 한다. (웃음)

-두 번째 작품 <임금님의 사건수첩>도 더타워픽쳐스와 공동 제작하는 작품이다.

=머리 하나 더 있으면 일하기도 더 쉬울 테니까. 두 번째 작품인데도 바로 지난 5월에 촬영 시작해서 1/3 정도 남았다. 내년 설에 개봉한다.

-허윤미 작가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내가 생긴 것과는 달리 귀여운 걸 참 좋아한다. 그래서 만화도 좋아하는데 어느 날 만홧가게에서 신작 코너에 놓인 <임금님의 사건수첩> 1권을 발견했다. 출판사가 어디인가 보니 서울문화사였다. 그 자리에서 바로 서울문화사에 전화 걸어 영화화 판권 팔렸냐고 물어봤다. 안 팔렸다고 하기에 내일 미팅 가능하냐고 물었다. 그렇게 영화화가 시작됐다.

-<별순검> 시즌3의 극본을 쓴 강현성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더라.

=현대물을 쓰던 작가들에게 기획을 보여줬더니 선뜻 시도하길 어려워했다. 적임자를 찾기 힘들었는데 전에 강 작가가 썼던 타임슬립 스릴러 시나리오를 읽은 기억이 나더라. 찾아보니 <별순검> 시즌3를 썼다고도 했다. 작품 성격도 비슷하고, 잘한 결정 같다.

-순정만화가 영화화되면서 쿨하고 귀여운 버디무비로 바뀐 것 같다. 이선균, 안재홍의 캐스팅만으로도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영화 고사 때 허윤미 작가님이 오셨는데 배우들이 사과했다. 꽃미남이 아니라 죄송하다고. (웃음) 프리 프로덕션 기간만 6개월이 걸렸다. 아마도 <조선명탐정>시리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와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중간 정도 분위기가 될 것 같다.

-현장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제작자인가.

=매회 나간다. 기획과 프리 프로덕션도 중요하고, 개봉전 후반작업과 마케팅도 중요한데 아무래도 가장 기간이 긴 촬영이 제일 중요한 것 아니겠나. 그런데 보면 제작사 대표들은 현장에 없고 거의 프로듀서들만 나가 있다. 현장에서 톤이 달라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자칫 처음 기획과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나. 당연히 연출을 터치하진 않지만 계획한 방향대로 영화가 갈 수 있도록 지켜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배우 못지않게 스탭들 정서 관리도 상당히 중요하다.

-스탭들 정서는 어떻게 관리한다는 건가.

=올해가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후의 과도기인 것 같다. 어디는 스탭들이 영화를 보이콧했네, 어디는 제작부 전체가 다 나갔네 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첫 작품 하기 전 조금 겁나기도 했다. 배우랑 감독 말고 스탭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촬영 마칠 때쯤 오후 5시30분마다 감독, 배우와 모여 오늘 뭘 먹을 것인지를 고민한다. 하루 중 가장 중요한 회의다. (웃음) 그리고 그 식사에 돌아가면서 다른 팀을 끼운다. 하루는 녹음팀, 하루는 분장팀…. 전체회식 때마다 키스탭 빼고 스탭들만 상대로 추첨해서 경품도 준다. 최근엔 운 좋게 막내 스탭들이 경품을 쓸어갔다. 필적 조사 없는 소원수리도 받고 있다. (웃음) 소원수리 내용도 별것 없다. ‘음료수 뭐뭐로 달라’, ‘현장에서의 연애를 금지해달라’ 같은 건데, 이런 걸 보면 아직 우리 현장에 심각한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에서 문자메시지도 받았다. 근로시간 준수하고 표준근로계약서 잘 지켰다고 커피차 보내준다고 하더라. (웃음)

-중앙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영화에 뜻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

=옛날에 <가요톱10> 같은 프로그램에서 카메라가 스쳐 지나갈 때 보면 무대 위에 조명받고 있는 사람들 말고 무대 아래에 팔짱 끼고 양복 입고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상하게 그 모습에 꽂혔다. 학교에 들어갔을 때도 동기 30여명 중 제작자 하겠다는 사람은 나 뿐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이충직 교수님이 물으시더라. “너 뭐 하고 싶니?” “영화사 사장님이요.” “너 거짓말 잘하니?” “조금 합니다.” “잘하겠구나.” 그런데 학부에 프로듀서를 위한 과목이 하나도 없어서 교수님을 찾아가 이의 제기를 했더니 교수님이 성적은 일괄적으로 D를 줄 테니 대학원 가서 수업 들으라고 보내주셔서 학부 때부터 대학원 수업을 청강했다. 그렇게 이제라도 ‘영화사 사장님’이 됐으니 다음 목표는 ‘성공한 영화사 사장님’이 되는 거다.

-졸업하자마자 CJ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나.

=대학 3학년 때 라스코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서 일했다. 군대 전역 후에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는데 어느쇼핑몰에 줄이 무척 긴 거다. 뭐 세일하나 싶어 봤더니 <포켓몬스터> 극장판이 개봉한 거였다.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잠재력도 확인했겠다, 만화도 좋아하겠다 잘됐다 싶어 라스코엔터테인먼트 기획실에 들어가 2년을 일했다. 그런데 열악한 시장 상황 때문에 만들고 있던 작품의 투자가 중간에 멈추고, 개봉이 밀리고 난리였다. 환경이 너무 힘들어 거길 나왔고 학교를 졸업한 직후엔 씨네즈에서 6개월쯤 일했다. 그 뒤로 CJ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는데 학생 때 일한 건 경력으로 안 쳐줘서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공채 1기였는데 나를 뽑고 나서 다시는 공채를 안 뽑더라. (웃음)

-CJ엔터테인먼트 최초의 영화과 출신 팀원이었잖나. 학교 성적도 좋지 않았다면서 어떻게 대기업 임원의 마음을 움직인 건가.

=그땐 입사시험이란 게 없었다. CJ엔터테인먼트 전 직원이 30여명밖에 안 될 때였으니 여러 가지로 허술, 아니 열려 있었다고 해두자. (웃음) 나는 흐름을 잘 탄 경우다.

-마케팅팀과 투자제작팀을 거쳤다.

=당시 잘나가던 제작자가 오정완, 심재명 대표였는데 두분이 모두 마케터 출신이었다. 좋은 제작자가 되기 위해선 마케팅을 먼저 배워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카피를 뭘 쓸지, 한줄로 영화를 어떻게 설명할지에 대해 많이 배웠다. 당시 마케팅했던 영화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 <살인의 추억>(2003),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등이었는데 그 좋은 영화들 사이에 끼어서 배운 게 많다. 겪어보니 투자랑 제작은 무척 다른 것 같다. 투자팀에 있으면 90% 이상 완성된 시나리오만 본다. 0부터 시작하는 게 없다. 투자제작팀에 있을 때도 내가 한 일은 투자쪽이 아니라 제작 일이었다. 거기서 연습하다 나온 덕에 시행착오를 던 것 같다.

-<알투비: 리턴투베이스>(2012)를 끝으로 CJ엔터테인먼트를 나와 영화사 람을 차렸다.

=내 이름 끝자를 따서 회사 이름을 지었지만 ‘영화하는 사람’이라는 중의적 의미도 있다. 원래는 일본 코미디 극단 ‘요시모토흥업’을 따라해서 ‘영화사 아람흥업’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조직폭력배 회사 같다고 하더라. (웃음) 옆집 사나이픽처스야말로 ‘재덕흥업’이라고 하면 어울렸을 텐데. (웃음) (한재덕 대표의 사나이픽처스가 영화사 람의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해 있다.-편집자)

-식도락 취향도 남다르다고 들었다.

=뭘 먹어도 남자답게 씩씩하게 먹으면 맛있는 것 같다. 사실 입맛이 저렴해서 다 잘 먹는다. 미식보단 과식이다. (웃음) <임금님의 사건수첩> 하면서 (이)선균이 형이랑 (안)재홍이랑 맛집도 참 많이 다녔다. 우리끼리 카카오플레이스를 하는데 어느 날 선균이 형이 무척 진지하게 “우리랑 취향이 비슷한 미식가를 알게 됐다”면서 어떤 ID를 알려줬는데 그게 나였다. (웃음)

-두편 연속 중요한 역할로 출연하는 안재홍은 장차 영화사 람의 페르소나가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아니, 뭐 굳이…. (웃음)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재홍이랑 내가 참 비슷하다. 먹을 것도 좋아하고 식성도 똑같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연기에 임하는 태도도 그렇고 취향이 잘 맞는다. 손도 많이 닮아 내가 재홍이 손 대역을 한 적도 있다.

-앞으로의 계획도 들어보자.

=<임금님의 사건수첩> 다음 작품은 <삼도수사본부>라는 코믹형사물이 될 것 같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세개 도에 걸쳐 한구의 시신이 발견되는데 그 책임소재를 정할 수 없어서 합동수사본부를 차리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릴 생각이다. JK필름과 합작하는 <브라더>라는 누아르도 있다. 국내 동명 소설이 원작인데 소설인데도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구성을 취하고 있더라. 소재보단 구성과 표현이 재밌는 작품이다. 앞으로도 나는 <굿바이 싱글>처럼 괜찮은 오락영화를 계속 만들어나가고 싶다. 다만 끝이 이상한 영화는 도저히 못 보겠으니까 엔딩만큼은 후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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