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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네 편이야 <어바웃 레이>
이예지 2016-11-23

싱글맘 매기(나오미 와츠)와 레즈비언 할머니 돌리(수잔 서랜던)와 한집에서 사는 레이(엘르 패닝)는 여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성 정체성은 남성인 소년이다. 호르몬 요법을 통해 남성의 신체로 몸을 바꾸려는 레이. 매기는 레이를 지지하지만 돌리는 레이에게 그냥 레즈비언으로 사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하고, 병원에서는 부모 둘 다 사인해야 한다며 동의서를 내민다. 매기는 용기를 내어 전 남자친구를 찾아가나 그의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자신 역시 진정으로 레이의 수술을 응원하고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나 고민에 빠진다. 한편 레이의 출생에 얽힌 비밀이 드러나면서, 매기는 잊고 싶은 과거를 마주하고 레이는 큰 상처를 받는다.

레이에게만 집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훌륭한 배우들과 좋은 캐릭터, 순간순간 마법처럼 빛나는 장면이 있지만 ‘삼천포’로 빠지는 후반부 서사는 영화 자체를 무력하게 만든다. <어바웃 레이>는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 소년 레이보다 매기의 엑스보이프렌드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매기의 과거가 드러나자 덜컥 발목을 잡히며 침몰해버린다. 두 서사의 충돌은 서브플롯이 메인플롯을 무너뜨리는 스토리텔링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고 영화가 지향하는 가치관들이 부딪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레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소년이다. 자신이 남자임을 영화 첫 장면부터 알고 있고,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돌진한다. 그런 레이가 왜 아침 드라마 같은 출생의 비밀에 그토록 상처받고 자존감에 타격을 받아야 할까? 매기의 입장에서도, 싱글 여성이 연애 중 다른 남자를 만난 사실이 현재 자식의 자존감 문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비난을 받을 만큼 중차대한 일일까? FtM 트랜스젠더를 지지하는 영화지만 여성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안이하고 보수적인 접근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갈등은 황당할 만큼 손쉽게 봉합되고, 순진하고 해맑은 해피엔딩만이 남는다. 진정한 자신을 갈구하는 레이로 분한 엘르 패닝의 진솔하고 섬세한 연기가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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