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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황홀한 시간여행 <나의 살던 고향은>
정지혜 2016-11-23

다큐멘터리 <나의 살던 고향은>은 사상가 도올 김용옥이 안내하는 역사 기행에 가깝다. 2014년 그는 중국 연변자치주의 연변대학에서 객좌교수로 지내면서 그곳의 고구려 유적을 살펴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고구려, 발해의 역사에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한국 역사의 원류를 찾아야 한다고 자각한다. 주몽이 처음 도읍으로 삼은 지린성의 환인으로 가 고구려 초기 도성인 흘승골성을 보고 광개토대왕릉비를 찾아가고 장군총을 보고 또 국내성을 따라 압록강까지 가본다. 내처 발해의 첫 도읍인 동모산으로도 향한다.

<나의 살던 고향은>은 최근 한·중사 연구에 집중하는 도올의 한국 고대사 현장 답사로도 볼 수 있다. 이번 답사는 구체적인 기록들을 제시하며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대신 역사의 흔적들을 직접 보여주고 도올의 감흥을 통해 관객의 감흥을 이끌어내겠다는 쪽이다. 도올은 그간 이런 역사의 현장을 찾지 않은 자신을 한탄하며 “사가들은 땅을 밟고 역사를 쓰라”고 전한다. 도올의 이번 기획의 핵심은 중원 중심에서 벗어나 세계의 주축으로 삶을 인식하려 한 고구려, 발해인들의 세계관을 품어보자는 데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동북공정은 하찮은 주장이요, 한국의 젊은이들은 미래의 비전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게 요지다. 영화의 만듦새가 탁월하거나 독창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도올의 감흥기인 만큼 호불호도 나뉠 수밖에 없다. 도올의 중국사와 고구려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 혹은 관심이 있다면 도올과의 역사 기행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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