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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서울독립영화제 주요 상영작 프리뷰
씨네21 취재팀 2016-11-28

재꽃

박석영 / 2016년 / 128분 / 개막작

<재꽃>은 <들꽃>(2014)과 <스틸 플라워>(2015)에 이은 박석영 감독의 세 번째 ‘꽃’ 영화다. <스틸 플라워>의 하담(정하담)이 <재꽃>의 하담임은 그가 가진 물건들로 알 수 있다. 하담은 외딴 마을에서 조용히, 편안히 지내는 중이다. 전기세라도 보태겠다며 부득불 손에 봉투를 쥐어줘도 “네가 무슨 돈을 내냐”며 손사래치는 집주인 아주머니는 마음씨가 좋다. 한편 해별(장해별)은 아버지가 어느 동네 누구이니 찾아가라는, 엄마의 말을 따라 아버지를 찾아가기 위해 하담이 사는 곳에 도착한다. 자신의 옛 모습이 생각난 건지, 하담은 마을에 흘러 들어온 해별을 각별히 여긴다. 마을 사람들은 갈 곳 없는 하담과 해별을 상냥히 대한다. 어느 날 하담은 해별을 지키고자 어떤 일을 벌이게 되고, 그 사이에 끼어든 마을 사람들의 행동으로 하담의 선한 의도는 걷잡을 수 없이 왜곡되어버린다. 하담은 이를 어떻게 해결할까 <들꽃> <스틸 플라워>를 거쳐 <재꽃>에서의 하담은 땅에 단단히 뿌리박은 어른으로 자라 자신보다 약한 것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됐다. -윤혜지

소녀의 세계

안정민 / 2016년 / 109분 / 특별초청

여고생들의 우상은 연극반 3학년 하남(권나라) 선배다. 1학년 선화(노정의)는 연극반 리더 수연(조수향)의 눈에 띄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을 맡게 된다. 로미오 역의 하남을 만나면서 선화는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 점점 이상한 괴물로 변하는 것 같”다는 선화는 지금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다. 선화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기분이 당혹스럽다. <소녀의 세계>의 소녀들은 마음속에 저마다의 우상과 열병의 대상을 간직하고 있다. 그 마음이 뭔지 궁금하고 그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해보려고 어설프지만 귀여운 시도들을 이어간다. 그 마음 때문에 때론 하늘을 날아 우주로 가는 듯 기쁘고 때론 외계의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인이 된 듯 외롭다. 영화는 이런 마음의 상태를 상상과 꿈의 신으로 보여준다. 환상 동화 같으면서도 명랑 만화 같다. 이 시기를 지나면서 소녀들은 그렇게 조금씩 자란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에서 홍길동(이제훈)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소녀 동이 역의 노정의가 한뼘 자라 여고생 선화를 연기한다. -정지혜

공동정범

김일란, 이혁상 / 2016년 / 133분 / 장편경쟁

2009년 1월20일에 벌어진 용산참사. 참사의 책임을 지고 수감 생활까지 해야 했던 철거민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2015년 10월의 일이다. 참사 이후 6년이 흐른 뒤다. 한때 그들은 용산 남일당 망루에서 경찰 특공대와 용역업체의 강제 진압에 함께 맞서 저항했던 동지들이다. 당시 정부는 농성 철거민 전원을 참사의 공동정범으로 지목했고 이 사건을 빠르게 마무리했다. 김일란, 이혁상 감독은 <두 개의 문>에 이어 <공동정범>을 통해 용산참사가 남긴 비극을 기록한다. <공동정범>은 용산참사의 생존 철거민들이 겪는 또 다른 고통에 주목한다. 동료와 가족을 잃은 슬픔과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의식, 그리고 생존 철거민들간의 첨예한 입장 차로 인한 갈등까지. 영화는 묻는다. 이들의 파괴된 일상, 매일의 고통이 어째서 오롯이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 올해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최우수다큐멘터리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정지혜

춘천, 춘천

장우진 / 2016년 / 77분 / 특별초청

춘천행 기차에서 지현(우지현)과 흥주(양흥주), 세랑(이세랑)이 조우한다. 세 사람은 각각 다른 이유로 춘천에 가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을 구하고자 하는 지현은 잠시 고향집에 들른다. 춘천에 도착한 뒤 지현은 면접 탈락 소식을 듣고 상심하지만 넉넉한 맘씨의 이웃들과 오랜만에 만난 동창으로부터 따스히 위로받는다. 늦은 밤 춘천역에 당도한 흥주와 세랑은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각자 놓인 현재의 환경과 지나간 사랑의 기억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위안한다. 세 사람은 다음날 아침 각자 다른 때에 춘천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을 마주한다. 참가자들의 활기는 세 사람에게도 기묘한 기운을 북돋운다. 춘천은 적당한 규모의 도시이자, 한적한 명소와 미개발된 공간을 모두 품은 독특한 지역이다. 춘천 외곽의 명소인 소양강댐과 청평사는 바삐 살아온 지현, 흥주, 세랑을 고요히 감싸며 그들 각자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춘천 지역의 명물까지 아우른, 공간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연출이 눈에 띈다. <철원기행>(2014)의 김대환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윤혜지

노후 대책 없다

이동우 / 2016년 / 100분 / 장편경쟁

스컴레이드와 파인더스팟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펑크 밴드다. 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평생 모를 사람들. 소수의 펑크광을 제외하면 대중은 그들의 존재를 모른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쌓인 벌금들, 불투명한 미래, 고단한 서울살이에 그들은 지쳐가지만 도쿄에서 역대 가장 크게 개최되는 하드코어 펑크음악 페스티벌에 초대받아 뜻밖의 투어를 하게 된다. 스컴레이드와 파인더스팟은 도쿄에서 만난 동료 음악인들의 기운을 받아 다시 힘을 낸다. ‘노후 대책 없다’는 펑크 밴드 파인더스팟의 노래 제목이다. 이들의 대책 없는, 언제나 ‘현재 지향적인’ 삶의 태도를 함축하고 있다. 펑크, 그리고 펑크로서의 삶은 무엇인가. 스컴레이드의 멤버인 이동우 감독은 직접 카메라를 들고 ‘펑크’에 관해 자문한다. 불공정하고 부조리한 현상에 나서서 반기를 드는 일, 동류의 소수자들을 위해 누구보다 앞서 분노하는 일. 그것이 그들이 선배로부터 배워왔고 앞으로도 견지하려는 펑크의 정신이다. 함께 화내고 호흡한다는 것. 펑크의 자부심이란 그런 것이다. -윤혜지

비치온더비치

정가영 / 2016년 / 99분 / 새로운 선택

대낮에 무턱대고 전 애인인 정훈(김최용준)의 집에 들이닥친 가영(정가영)이 한다는 소리, “야, 우리 자면 안 돼? 자자.” 정훈은 어이가 없다. 그는 현재 애인이 있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매번 자기 마음대로 ‘들이대는’ 가영이 불편하다. 가영은 ‘그럼 뭐 또 어떠한가’ 하는 투로 계속해서 정훈을 도발한다. 또 정훈에게 따져 묻는다. “어째서 남자들은 자신에게 들이대지 않는가. 왜 매번 자신이 남자들에게 들이대야만 하는가.” 가영은 누가 자신과 잘 맞는 짝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사람과 만나, 아니 자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영과 정훈이 농담과 장난을 섞어가며 하는 말에는 그들의 지난 연애에 대한 일말의 후회와 미안함과 속상함이 슬쩍 묻어 있다. 가영은 정훈에게 다시 연애하자고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비치온더비치>는 정가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감독이 직접 가영을 연기했다. 단편 <혀의 미래> <내가 어때ㅎㅎ> <처음>에서도 감독은 연출과 연기를 겸하며 성애의 욕망에 저돌적으로 돌진해가는 여성 캐릭터를 그려왔다. -정지혜

<빈 방>

단편에도 주목!

정일건 감독의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자국>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에게 주어진 것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말하는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가운데 한편이다. 희생자 학생이 살았던 일상적 풍경을 전시하며 유족의 목소리만으로 구성되었다. 정다희 감독의 애니메이션 <빈 방>은 시간을 따라 흐르는 삶의 자취를 좇는다. 기억은 먼지처럼 쌓였다, 사라진다. 세계 각국의 애니메이션 축제에 여러 번 초청된 바 있는 수작. 상처입은 순수는 무엇으로 보듬을 수 있을까. 제21회 인디포럼 개막작이었던 오정민 감독의 <연지>는 열다섯살 생일을 맞은 소녀 연지가 설렘과 실망을 겪는 과정을 그린다. <여름밤>에서 취업준비생 소영은 자신의 전철을 밟게 될 민정이 안쓰럽다. 이지원 감독 연출작으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제15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임유리 감독의 <바위너구리들>은 울산석유화학공단의 여러 풍경을 배경으로 각기 다른 심리적 병증을 가진 여덟명의 인물이 나눈 대화를 기록한 형식적 실험이 눈에 띈다. 모두 경쟁 섹션의 작품이다.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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