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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B컷으로 보는 2016 한국영화 <밀정>
김성훈 2016-12-21

<밀정> 조원진 스틸 작가

“태구, 오랜만이네.” 이병헌이 선수를 쳤다. 태구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2008)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캐릭터다. 그 말을 듣자마자 송강호는 웃음보가 터졌다. 먼저 “창이”(<놈놈놈>에서 이병헌이 맡았던 캐릭터)를 부르려고 했다가 이병헌에게 타이밍을 뺏긴 것이다. <밀정>에서 이정출(송강호)과 정채산(이병헌)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촬영하기 전에 진행한 테스트 촬영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김지운 감독은 슛 들어가기 전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한두번 테스트하는 스타일이다. 김지운 감독을 포함해 스탭들은 내심 기대했다. <놈놈놈> 이후 8년 만에 재회한 송강호, 이병헌 두 배우가 <놈놈놈>을 떠올리게 할 상황을 만들지 않을까. 두 배우의 재기 넘치는 합 덕분에 조원진 스틸 작가의 카메라 뒤에 자리한 스탭들은 전부 배꼽을 잡아야 했다.

꽤 심각해 보이는 송강호, 이병헌과 달리 공유는 스틸 카메라를 향해 브이자를 그리고 있다. 테이크와 테이크 사이 잠깐 생긴 틈을 타서 취한 포즈다. 공유는 조원진 스틸 작가에게 “언제 송강호와 이병헌, 존경하는 두 선배와 한 프레임에 담길 수 있겠나”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공개되지 않은 <밀정>의 B컷을 보면 공유가 스틸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한 사진이 꽤 많다. “공유씨도, 송강호 선배도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재미있는 표정과 포즈를 많이 취해주었다. 서로 신뢰가 쌓인 덕분에 좋은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는 게 조원진 스틸 작가의 설명.

<밀정> 조원진 스틸 작가

‘스티치’(디즈니 애니메이션 <릴로 & 스티치>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무언가를 낀 채로 김지운 감독과 논의 중인 송강호가 무척 귀엽다. 이 무언가는 (손난로 안의) 액체를 전기로 뜨겁게 데워 사용하는 충전식 손난로다. 중국인들의 겨울 필수품이라고 한다. 조원진 스틸 작가는 “중국 상하이 세트장 촬영 당시 엄청 추웠다. 그래서 이날은 송강호 선배가 의상팀인가 분장팀에서 건넨 손난로를 낀 채로 김지운 감독에게 동선과 카메라 움직임에 대해 들었다”고 전했다. 스티치와 송강호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

이정출이 검도복을 입은 장면이 있었던가. 수건을 머리 위로 올린 이유가 무엇일까. 편집되어 영화에서 빠진 장면이니 충분히 헷갈릴 만하다. 이 장면은 히가시(쓰루미 신고)와 이정출이 검도를 한 뒤 검도클럽 탈의실에 앉아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감정 신이다. 원래는 히가시가 씻고, 이정출 옆에 있는 통(사진에는 보이지 않는다)에 수건을 버리고 탈의실 밖으로 나가는 동선이다. 하지만 송강호가 수건을 이정출의 머리 위로 던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조원진 스틸 작가는 “슛 들어가기 전 테스트할 때 송강호 선배는 준비해온 설정들을 매번 바꾸어가면서 보여주었다.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해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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