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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게임과 영화 속 현실이 하나처럼 이어지다 <조작된 도시>
정지혜 2017-02-08

전직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 권유(지창욱)는 온라인 게임에 빠져사는 백수다. 현실은 더없이 지질하지만 권유는 게임 세계에서만큼은 권대장이라는 아이디로 팀 레쥬렉션을 이끈다. 자신이 죽더라도 위기에 처한 팀원을 절대 모른 척하지 않는 그의 리더십에 팀원들 모두 권대장을 따른다. 현실의 권유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권유가 살인범으로 감쪽같이 조작된 것이다. 교도소에 수감된 권유는 교도소를 통제하는 권력자 마덕수(김상호)에게 온갖 괴롭힘을 당한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권유는 탈옥을 감행해 조작자를 찾으려 한다. 교도소 밖에서 그를 돕는 이들이 나타나는데 바로 게임 속 레쥬렉션 팀원들이다. 하나같이 게임 속 모습과는 정반대다. 아이디 털보는 얼굴을 늘 머리칼로 가리고 사는 대인기피증의 해커 여울(심은경)이고, 아이디 데몰리션(안재홍)은 영화 특수효과 업체에서 막내 스탭으로 일하는 순수 청년이다. 이 밖에도 아이디 여백의 미, 용도사, 엄폐, 은폐가 권대장 살리기에 함께한다.

<조작된 도시>는 영화 속 게임과 영화 속 현실이 하나처럼 이어지는 듯하다. 게임에서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한 이들이 게임 밖 현실에서도 하나가 된다. 레쥬렉션 팀원들을 게임 밖으로 이끄는 건 위기에 처한 권유를 돕고자 하는 그들의 선한 마음이다. ‘좋음’을 경험한 이들이 순진하리만치 끝까지 그 좋음을 지키기 위해 달려간다. <조작된 도시>의 현실 세계에는 조작자와 하수인과 이들을 물리쳐야 할 권유와 그의 팀원들만 있다. 논리적 서사, 현실적 체계 등을 여기서 찾으려고 하면 그저 말이 안 되는 허무맹랑한 영화가 된다. 게임 같은 어드벤처물이라고 하면 권유가 교도소에서 종이로 화살을 만들어 쏘고 암전된 공간에서 몸의 감각만을 이용해 적을 무찌르며 쌀알로 상대를 가격하는 장면이 조금은 새로운 장면들로 보일 것이다. <웰컴 투 동막골>이 한국전쟁 당시의 이념적 대치 상황을 가뿐히 뛰어넘어선 탈역사적 공간을 만들었다면, <조작된 도시>는 게임화된 가상의 공간에서 선한 기운이 승리하는 이야기다. 박광현 감독이 12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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