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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 이해한다는 말의 가벼움이자 진정성이라는 허황된 자기 위로
곽민해 2017-09-27

주인공 송준(남연우)은 세계적인 연출가 김태백의 연극 <다크라이프> 오디션을 준비한다. 트랜스젠더 주디 역을 따내기 위해 그는 무용을 전공하는 동생 송혁(안성민)에게 안무 지도를 받는 한편, 트랜스젠더 이나(홍정호)를 알게 된다. 송준은 이나와 함께 성소수자 모임에 참여하며 배역에 몰입하고, 오디션에 기적적으로 합격한다. <다크라이프>는 진정성 있는 연기라는 극찬과 함께 순항하고 덕분에 송준도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이때까지도 송준은 자신이 성소수자에게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또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성소수자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친구에게 인권을 운운하며 호통을 치고, 자신이 게이란 사실을 고백한 절친 우재(한명수)에게는 왜 이제야 이야기를 하느냐며 서운함을 표하기도 한다.

그의 믿음이 흔들리는 것은 친구 우재와 동생 송혁이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다.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를 견지하던 영화는 송준이 둘의 관계를 알게된 시점부터 침울한 심리극의 얼굴을 하고 갈등하는 송준의 내면으로 파고든다. 자신의 위선을 끝내 인정하지 못하는 송준은 주변 사람에게, 특히 우재와 송혁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영화는 송준의 모순을 동정하는 대신 그의 밑바닥을 여실히 드러낸다. 돌변한 송준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이해한다는 말의 가벼움이자 진정성이라는 허황된 자기 위로다. 송준이 자신의 배역과 멀어질수록 주변의 평가는 더 좋아진다는 아이러니가 의미심장하다. <가시꽃>(2012)으로 제1회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남연우가 감독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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