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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 현빈·유지태 - 반전의 선수들
이주현 사진 오계옥 2017-11-14

인터뷰 전날 현빈은 고인이 된 김주혁의 빈소를 늦게까지 지켰다. 전작 <공조>(2016)와 현재 촬영 중인 <창궐>에 함께 출연한 사이라 슬픔은 컸다. 벌겋게 충혈된 눈이 슬픔의 크기를 짐작게 했다. 유지태는 그런 현빈의 옆에서 조곤조곤 말을 걸며 기운을 북돋았다. “<>은 케미스트리가 좋은 영화다. 캐릭터들이 부딪혔을 때의 재미, 배우들의 호흡을 기대해도 좋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격려와 칭찬이 넘친 현장이었다.” 유지태의 이 말은, 이날의 길지 않은 인터뷰 자리에서도 증명됐다.

<>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들의 이야기다. 사기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지성과 장두칠 사건 담당 검사였던 박희수는 장두칠을 잡기 위해 손을 잡는다. 지능형 사기꾼으로 변신한 현빈은 지성이 “유연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은 소소한 반전부터 큰 반전까지, 반전이 흥미로운 영화다. 지성 캐릭터 역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신한다. 어떤 상황에든 녹아들 수 있도록 유연해지는 게 중요했다.” 유지태는 현빈이 “바르고, 잘생기고, 볼수록 눈이 참 깊은 배우”라고 했다. 이처럼 절대 사기칠 것 같지 않은 반듯한 그가 어떻게 사람들을 속일까 궁금해했더니 현빈은 우문현답처럼 “반듯하게 사기친다”고 답한다. ‘사기꾼’ 현빈의 무기는 사전에 의심을 차단하게 만드는 그 반듯함과 신뢰감일지도 모르겠다. 현빈은 또한 특수분장을 통해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변신을 시도한다. “분장한 티가 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표정을 짓고 캐릭터에 맞게 목소리를 창조”하는 일은 관객까지 완벽히 속이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다.

드라마 <굿 와이프>(2016)와 영화 <야수>(2005)에서도 검사 역을 맡은 적 있는 유지태는 <>에서 욕망으로 가득 찬 검사 박희수를 연기한다. 장르영화의 전형적인 권력 지향형 검사 캐릭터로 비칠 수 있지만 유지태는 “장르영화에선 어느 정도의 전형성이 필요하며, 그 전형성 안에서 변주를 성공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신 하나하나가 결국 그 캐릭터의 인생이라고 본다. 매 순간 박희수만의 숨결,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드라마 <굿 와이프> <매드독>, 영화 <스플릿>(2016) 등 최근작에서 특히 집요하고 절박한 남자의 얼굴을 보여줬던 유지태는 <>에서도 강렬하게 욕망을 표출한다. “언젠가부터 내게 악역을 많이 기대하는 것 같다. <심야의 FM>(2010) 이후 정신적 고통이 심해 당분간은 악역을 피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의 박희수는 오락영화의 한 인물로서 고통 없이 흥미롭게 연기했다.”

“(유)지태 형은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듬직한 존재다. 또 영화를 워낙 사랑해서, 가끔은 ‘나는 형만큼 영화를 사랑하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웃음)” 현빈이 이야기한 유지태의 영화사랑이라는 건 이를테면 자신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 같은 거다. 유지태는 현빈에게 병적인 사기꾼 프레데릭 부르댕의 실화를 다룬 <디 임포스터>(2011)라는 다큐멘터리를 추천했다고 한다. “그렇게 영화를 추천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 얘기가 나오면 신이 나서 얘기를 풀기 시작한다”는 게 현빈의 유지태 관찰기다.

자신의 큰 그림 안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지성과 달리 현빈은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며 “계산해서 사는 삶은 재미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유지태도 마찬가지다. 물론 계산은 하지 않아도 작품 계획은 두 사람 모두 꽉 차 있다. 유지태는 현재 드라마 <매드독> 촬영에 집중하고 있다. “드라마 촬영이 요즘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드라마 스킬도 좀더 습득하고 싶고 장르영화, 상업영화의 흥행도 경험해보고 싶고, 언제나 그렇듯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현빈은 <공조>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신작이자 현빈과 장동건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사극 액션 <창궐> 촬영에 한창이다. <창궐> 전에는 손예진과 함께 <협상>의 촬영도 마쳤다. “연기, 영화, 현장이 인생의 축”이라고 말하는 두 배우는 그렇게 내년에도 바쁘게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그전에 “오락영화 <>을 재밌게 즐겨달라”고 당부한다. “영화가 흥행해야 고생한 스탭들이 수월하게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다”면서. 끝까지 자기 옆의 ‘사람’을 챙기는 두 배우의 마음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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