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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총결산⑫] 2017 외국영화 베스트 5
송경원 2017-12-18

<덩케르크> <엘르> <토니 에드만> <문라이트> <블레이드 러너 2049>

올해의 외국영화 1. 덩케르크

압도적이다. “올해 나온 할리우드영화 중 가장 강렬한 스펙터클을 선보인 작품이다. CG로 범벅이 된 블록버스터에 맞서는 놀란의 행보”(듀나)는 우리를 흥분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덩케르크>는 전쟁영화라는 장르 안에 구겨넣기 힘들다. 이제껏 한번도 보지 못한 방식으로 관객을 전쟁 한복판으로 데려가는 이 영화는 장르영화의 몇몇 스타일을 차용하되 그것을 온전히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스타일을 거쳐 새롭게 뽑아낸다.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익명의 청년들이 전쟁 한복판에 던져지고 막막한 상황에서도 필사적으로 탈출한다. 다만 영화는 이를 사건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형식적인 충돌을 통해 탈출이라는 에너지를 뽑아낸다. “시각적 스토리텔링을 통해 수학적이고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낸”(김현수) 것이다. “<덩케르크>의 소음들은 마치 자크 타티의 <플레이타임>에 나오는 소음을 연상시킨다. 이 음향기호를 통해 전쟁영화를 넘어 모든 근대적 폭력성에 대한 영화로 확장된다.”(박지훈) 한편 “<덩케르크>가 보여주는 시야는 아이맥스영화의 의의를 느끼게 해준다”(황진미). 그리하여 우리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지속해온, 타임머신으로서 영화에 대한 탐구가 도달한 눈부신 정점”(김혜리)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덩케르크>는 “기술이 예술에 여전히 기인한다는 사실과 극장의 존재 이유를 입증했다”(김혜리). 물론 형식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것을 어떻게 조합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도달할 수 있는 오래된 미래는 실로 경이롭다. 말하자면 “영화적 체험이란 무엇인가, 영화적 시간이란 무엇인가, 21세기의 영화란 무엇인가. 이 질문의 답이 바로 <덩케르크>다”. 이것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정점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놀란의 영화 중 반드시 기억해야 할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올해의 외국영화 2. 엘르

이야기의 원형에서 위치와 입장만 바꿔도 세계의 풍경이 달라진다. <엘르>는 “치정, 불륜, 폭력적 복수로 응어리진 신들의 계보를 다룬 신화에 대항하여 여성의 입장에서 다시 쓴 반(反)신화다”(송효정). “피해자도 욕망과 폭력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간명하지만 모험적인 전복”(임수연)은 강렬하고도 명료하다. 그 결과 관객은 도전적이고 당당한 행보의 끝에서 “괴물에게 복수하되 자신 안의 괴물성을 순치시키지 않으며 에로티시즘까지 향유하겠다는 과감한 선언”(송효정)을 마주한다. “강간 복수극을 안으로부터 뒤집은, 프렌치 시크 버전의 폴 버호베 감독”(김혜리)이라 해도 좋겠다. 이자벨 위페르라는 대체할 수 없는 언어는 종종 관습적인 화면마저 넘어 영화를 지배한다. 원초적인 에로티시즘과 폭력의 에너지가 충돌하며 빚어낸 우아한 매혹이다.

올해의 외국영화 3. 토니 에드만

“아버지가 딸에게 보내는 화해의 메시지가 이보다 더 간절할 수 있을까.”(홍은애) 얼핏 아버지와 딸 사이 화해의 드라마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살은 훨씬 내밀하고 깊고 아프다. 68혁명의 좌절을 거친 아버지와 신자유주의 시대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딸은 한 가정의 부녀이자 시대의 초상이며 우리의 목소리다. 이를테면 “토니 에드만이라는 가상의 캐릭터는 차가운 합리성의 세계에 난입한 트릭스터다”(송효정). 영화는 그의 기행을 통해 딱딱한 시대의 공기에 균열을 낸다. “처음부터 끝까지 평온하면서도 강력한 드라마”(이지현)는 “불가해한, 그저 간직하고 싶은 감정의 소용돌이”(김소희)를 거쳐 “발군의 현대사회 가족 초상화”(한창호)로 거듭난다. 웃기면서도 서늘한 이야기. 어쩌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가 봐야 할 영화일지도”(이지현).

올해의 외국영화 4. 문라이트

흑인영화, 퀴어영화, 성장영화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약 중독자 어머니 아래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성소수자 흑인 소년의 삶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하지만 그 어떤 수식어보다 이 영화에 어울리는 말은 그저 “아름다운 영화”(듀나)라는 표현이다. ‘달빛 아래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는 문장에서 출발한 영화는 “한편의 아름다운 시”(이주현)처럼 우리를 취하게 한다. 동시에 배리 젠킨스 감독의 연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패기만만한 형식이 돋보이는 영화다. “한 인물의 투쟁에 대한 탐구가 인간사의 보편성을 획득하기까지 시네마가 보여줄 수 있는 거의 꽉 찬 에너지. 촬영, 편집, 각본, 연기에 대한 2017년판 교본”(송형국)이라 할 만하다. 시리도록 슬프고 평등하며 맑은 달빛이 모든 상처를 어루만지는 밤. 때론 그 순간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올해의 외국영화 5. 블레이드 러너 2049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명성까지 잇는 걸까. 드니 빌뇌브의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리들리 스콧이 상상했던 비전을 21세기 버전으로 재창작한다. “원작을 정확히 이해한 훌륭한 계승작”(조재휘), “전작을 잘 계승해 놀랄 만한 세계를 다시 만들어냈다”(김태훈), “리들리 스콧의 유산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드니 빌뇌브만의 스타일이 담겨 있는 새로운 세기의 SF 걸작”(이주현) 등 평가도 이 지점에 집중하고 있다. 대체로 아쉬움이 있지만 비주얼적으로 준수하게 구현해냈다는 반응. 그렇다. 이건 말 그대로 세계의 창조다. 드니 빌뇌브는 <블레이드 러너 2049>를 통해 상상을 구현하고 세계를 조각한다. 이 흥미로운 조각품이 1982년작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처럼 끊임없이 재평가되어 다른 영화들에 영감을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2017 해외영화 베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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