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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에서 만난 영화인⑦] 윤종빈 감독, "최대한 사실적인 톤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송경원 2018-05-23

<공작>

2006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용서받지 못한 자>가 초청된 지 12년, 윤종빈 감독이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다시 밟았다. 5월 11일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상영에서 <공작>이 최초 공개된 뒤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다음에는 경쟁이다”라며 윤종빈 감독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윤종빈 감독은 “으레 하는 칭찬이란 걸 알지만 고무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축제의 열기를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북파공작원 흑금성과 북풍 공작의 실체를 다룬 영화 <공작>은 첩보물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휴먼 드라마가 중심인 영화다. 의도치 않게 최근 남북정상회담 등 평화 분위기와 오버랩되는 가운데 크고 작은 컨텍스트가 영화 안팎을 넘나든다. 믿을 수 없이 특수한 상황에서 한없이 보편적인 관계를 이끌어낸 윤종빈 감독의 비결을 전한다.

-첫 상영을 했다. 레드카펫을 다시 밟은 소감이 어떤가.

=화끈한 액션영화나 할리우드식 첩보물이 아닌데 미드나이트 섹션에 초청됐다고 해서 처음엔 놀라기도 했고 조금 걱정도 됐다.

-여느 첩보물과는 상당히 톤이 다르다.

=실제 공작원은 액션 히어로가 아니라 협상가, 연기자에 가깝다. 공작원을 주인공을 했기에 자연스레 첩보물의 옷을 입었지만 서스펜스 정도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내가 끌린 건 흑금성이라는 인물과 그를 둘러싼 상황, 공작원으로서의 정체성이었다. 중앙정보부 관련 소재를 조사하다가 암호명 흑금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찾아봤더니 감옥에 수감 중이었는데 직접 찾아오면 곤란하다고 해서 제작사 대표를 통해 의사를 타진했다. 영화화 허락을 받은 뒤 책 두권 분량에 달하는 본인의 이야기를 수기로 직접 써주셨다. 그 회고록도 아마 곧 출판될 거다.

-영화를 제작할 때와 개봉할 때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신기하다. 처음 대본을 쓸 땐 박근혜 정권이었다. 솔직히 탄핵이 안됐다면 정권에 의한 북풍이 다시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의도치 않았는데 지금 남북정상회담과 기시감이 드는 장면이 상당히 있다. 결국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지금 다시 찍는다면 평양냉면 먹는 장면을 꼭 넣었을 텐데. (웃음)

-북한 내부를 묘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별장의 화려한 모습과 거리의 피폐한 풍경은 알고는 있었지만 눈으로 목격했을 때의 충격이 있다.

=평양을 직접 들어갈 순 없지만 찾아보면 생각보다 북한 자료가 많다. 해외에 전문적으로 관련 자료를 수급해주는 곳도 있다. 연변에서 찍고 CG를 입힌 것도 있다. 연변이 평양을 모델로 지은 도시라 평양과 되게 비슷한 곳이 많다. 일부러 영화적으로 과장한 건 없다. 몇몇 장면은 풍자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테지만, 최대한 진짜처럼 보이는 게 이 영화의 출발이고 설득의 동력이었다.

-기주봉 배우가 맡은 김정일 역할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제일 중요한 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랑 똑같아야 한다는 거였다. 배우가 연기하는 걸로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 정말 김정일 위원장이 서 있길 바랐다. 수소문 끝에 <링컨>(2012)의 분장을 맡은 팀을 찾아 요청했다. 그쪽에서 가장 진짜에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얼굴이라며 많은 후보 중 기주봉 배우를 골랐다.

-상영시간이 141분으로 꽤 길다.

=이것도 많이 자른 거다. (웃음) 칸 출품 버전은 2시간26분짜리였는데 마지막에 6분 정도 더 편집했다. 결과적으로는 지금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일이야 모르는 거지만. (웃음)

-액션이 거의 없다는 게 이색적이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처럼 심리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다는 인상이다.

=특별히 의식하거나 참고한 영화는 없다. 액션이 없는 건 흑금성의 실화에 액션 요소가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땐 이렇게 예산이 커질지 몰랐는데. (웃음) 이 정도 규모의 영화에 액션이 거의 없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실제로 작게나마 찍은 분량도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삭제했다. 어차피 안맞는 옷을 입을 바엔 색깔을 제대로 내고자 했다. 냉전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던 사람이 적을 동지로 느끼고 이념을 초월해 한명의 인간으로서 상대를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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