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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에서 만난 영화인⑥] <공작> 윤종빈 감독 - 실화가 갖는 드라마의 힘
이화정 2018-05-23

<공작>

윤종빈 감독의 <공작>이 5월11일(현지시각) 밤 11시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공작>은 1997년 12월 15대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가 주도했던 북풍 공작을 토대로 만든 작품.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북의 고위층 내부로 잠입한 스파이 박석영(황정민)의 시점을 따라 베이징, 평양, 서울을 바삐 오가며 펼쳐지는 첩보물이다. 안기부 출신 박채서씨의 수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조국을 위한 신념 하나로 가족도, 목숨도 걸었던 박석영이 남한의 대선 작전을 조작하려는 남과 북 수뇌부 사이의 거래를 감지하면서 겪게 되는 마음의 변화에 집중한다. 철저히 사업가로 위장한 채 적진으로 뛰어든 스파이의 활약을 그리고 있지만, <공작>은 액션을 토대로 한 스파이물인 ‘본 시리즈’보다는 심리전에 치중한 토마스 알프레드슨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나 스티븐 스필버그의 <스파이 브릿지>(2015)가 구현한 톤이 더 많이 연상되는 영화다.

141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영화를 꽉 채우는 것은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에게 임무를 받은 박석영이 북한 고위간부 리명운(이성민)을 만나 펼치는 끊임없는 대사의 향연이다. 서로 속마음을 숨긴 채 포커페이스로 일관하는 각 캐릭터들의 긴장과 충돌이 주를 이룬다. 기존 스파이물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자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군도: 민란의 시대>(2014) 등에서 보여주는 강렬하게 밀어붙이는 윤종빈 감독의 전작이 주는 스타일과도 차별화되는 작품이다. <스크린>은 “본드나 본 같은 화려한 테크닉은 없지만, 지적인 팬들을 위한 충분히 매력적인 스파이물”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행동보다 ‘말’과 내레이션이 앞서는 이같은 설계가 지루함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물론 영화에는 남북 냉전시대라는 배경이 전해주는 흥미로운 지점들이 적지 않다. 특히 평양 거리를 재현한 세트, 배우 기주봉이 특수분장을 통해 재현한 김정일 캐릭터 등 북한을 그린 부분이 영화적 재미를 안겨준다. 분단의 시대가 주는 급박한 전개를 지나 극의 말미에 변화하는 남북 관계는 이 영화를 단순히 영화에 머물지 않고, 남북정상회담으로 형성된 지금의 긍정적 정세와 연결짓는 드라마적인 힘을 갖게 해준다.

<공작>은 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된 작품이다. 윤종빈 감독은 2006년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었으며, 이번이 칸의 두 번째 초청이다. 국내에서는 올여름 개봉예정이다. 칸 현지에서 진행된 윤종빈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함께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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