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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회 아카데미②] 아카데미의 선택 예측 vs <씨네21>의 선택
씨네21 취재팀 2019-02-27

나눠줄까, 몰아줄까? _작품상ㅣ감독상ㅣ남우주연상ㅣ여우주연상ㅣ남우조연상ㅣ여우조연상ㅣ각본상ㅣ촬영상

● 작품상

<로마>

<씨네21>의 선택_ <로마>

<로마>가 받아야 한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을 시작으로 2018년 가장 뜨거운 이슈를 몰고 다닌 영화를 하나만 꼽는다면 단연 <로마>다. 넷플릭스 영화, 100% 스페인어로 제작된 외국어영화라는 점이 약점으로 거론됐지만 골든글로브에서 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을 함께 수상하며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이민자 문제 등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_ <로마>

<로마>가 받을 것이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만큼 중요한 것이 그해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명분과 상징성이다. 올해는 유난히 각 후보들이 대표하는 메시지가 선명하여 각축이 예상된다. 매체에 주로 거론된 영화는 <로마> <보헤미안 랩소디> <그린 북>이다.

● 감독상

알폰소 쿠아론

<씨네21>의 선택_ <로마> 알폰소 쿠아론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이 받아야 한다. 그는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의 감독상, 외국어영화상을 모두 휩쓸며 독보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다만 <그래비티>에 이어 생애 두번 영광을 차지할 수 있을지, <로마>에 여러 부문의 상을 몰아주며 압도적 지지를 보낼지가 관건이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_ <로마> 알폰소 쿠아론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이 받을 것이다. 소거법으로 접근해보자. 우선 <콜드 워>의 파벨 파블리코프스키는 영화의 아름답고 인상적인 장면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제일 낮아 보인다.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나란히 3관왕을 차지한 <바이스>와 <블랙팬서>는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다만 <바이스>는 화제성이 다소 부족하고, <블랙팬서>는 상징적인 선택이 될 테지만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워 보인다. 보수적인 아카데미에서 이례적인 선택이 될 테지만 올해는 어떤 작품을 고르더라도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역설적으로 <로마>가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될 것이다.

● 남우주연상

<보헤미안 랩소디> 래미 맬렉.

<씨네21>의 선택_ <스타 이즈 본> 브래들리 쿠퍼

<스타 이즈 본>의 브래들리 쿠퍼가 받아야 한다. 만약 아카데미가 안전한 선택을 한다면 <스타 이즈 본>이 어떤 부문이든 수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세번이나 리메이크된 적이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음악영화 중 하나인 <스타 이즈 본>은 연기, 연출, 가창력까지 창작자로서 브래들리 쿠퍼의 역량을 충분히 증명한 작품이다. 감독 데뷔작인 만큼 도전적인 모험을 한다면 감독상을 줄 수 있겠지만 올해는 <로마>의 벽이 예상보다 높다. <버라이어티> 등 여러 매체에선 “브래들리 쿠퍼의 표현력을 증명하는 작품이지만 안전하고 평이하다”는 박한 평가도 있지만, 그럼에도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해석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_ <보헤미안 랩소디> 래미 맬렉

<보헤미안 랩소디>의 래미 맬렉이 받을 것이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사실 아카데미 연기상 부문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배역들이 있는데 지난해 수상한 <다키스트 아워>의 처칠 역에 비견되는 역할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와 <바이스>의 딕 체니 전 부통령이다. 다만 <바이스>의 크리스천 베일은 여전히 좋은 연기를 선보였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놓고 보면 다소 평이하다는 반응이다. 복병으로 <스타 이즈 본>에서 재능을 폭발시킨 브래들리 쿠퍼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래미 맬렉이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미국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상까지 모두 휩쓴 순간 대세는 정해졌다.

● 여우주연상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올리비아 콜먼.

<씨네21>의 선택_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올리비아 콜먼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올리비아 콜먼이 받아야 한다. 대세는 사실 정해졌지만 올리비아 콜먼의 존재감을 외면할 순 없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세 여성의 팽팽한 연기 대결로 성립하는 영화지만 아무래도 무게 추는 올리비아 콜먼쪽으로 상당 부분 쏠려 있다. 그동안 영화에서 자주 다뤄지지 않았던 18세기 영국 스튜어트 왕가의 앤 여왕은 권력의 정점에서 고통과 외로움에 시달렸던 흥미로운 캐릭터다. 올리비아 콜먼은 앤 여왕의 육체적, 정신적 퇴행과 이중성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아카데미 최다 기록인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지만 이 영화의 심장은 온전히 배우들이 움켜쥐고 있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_ <더 와이프> 글렌 클로스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스가 받을 것이다.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미국배우조합상까지 글렌 클로스에게 돌아가며 남우주연상과 마찬가지로 일찌감치 대세가 판가름났다. 다만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올리비아 콜먼이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부문과 영국 아카데미를 수상하며 유력한 경쟁 상대로 떠오른 것이 차이라면 차이인데, 아카데미상에 무려 6회(여우조연상 3회, 여우주연상 3회) 후보에 올랐던 글렌 클로스를 이번에 외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1974년 데뷔 이후 배우라는 한길을 걸어온 지 45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비로소 밝힐 수 있었던 수상 소감의 무게가 남다르다. “넌 할 수 있어, 마땅히 그래야만 해.”

● 남우조연상

<그린 북> 마허샬라 알리.

<씨네21>의 선택_ <그린 북> 마허샬라 알리

<그린 북>의 마허샬라 알리가 받아야 한다. 2년 전 <문라이트>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을 땐 다들 놀라면서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마허샬라 알리의 존재감은 인상적이었다. <그린 북>에서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를 연기한 마허샬라 알리는 이제 당연한 존재가 되었다. 이야기의 시점과 무게 추는 분명 비고 모르텐슨이 맡은 토니 역에 쏠려 있지만 균형을 맞추는 건 등장 시간이나 비중을 무색하게 만드는 마허샬라 알리의 존재감으로 이 영화에서도 마허샬라 알리는 여전히 대체 불가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_ <그린 북> 마허샬라 알리

<그린 북>의 마허샬라 알리가 받을 것이다. 남우조연상 부문은 마허샬라 알리의 독무대가 될 분위기다.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미국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상까지 무난하게 독식해 경쟁자가 없다. <버라이어티>는 “크고 작은 논란이 있는 이 영화에서 아무 흠결없이 빛나는 건 마허샬라 알리다. 그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근거이자 알리바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1960년대 미국의 흑인 인종차별을 백인 시선으로 그린다는 비난도 있지만 비고 모르텐슨의 투박한 언어와 마허샬라 알리의 기품 있는 몸짓은 시대를 뛰어넘는 교감을 나눈다.

● 여우조연상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레이첼 바이스.

<씨네21>의 선택_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레이첼 바이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레이첼 바이스가 받아야 한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세 여자의 비중이 균등한 영화인 만큼 레이첼 바이스와 에마 스톤 입장에선 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된 것이 다소 억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부문에 한 영화의 두 배우가 나란히 노미네이트된 걸 보면 이 영화에서 배우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의 시선은 올리비아 콜먼이 가져가겠지만 기둥을 지지하는 건 레이첼 바이스의 차분함”(<가디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_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레지나 킹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의 레지나 킹이 받을 것이다. 남우조연상과 마찬가지로 여우조연상 부문도 레지나 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여우조연상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여러 매체의 예측 결과도 하나로 모아진다. 마허샬라 알리를 빛나게 한 <문라이트>의 배리 젠킨스 감독이 연출했다는 점도 재미있는 인연인데 레지나 킹은 할렘가의 여성 티시의 어머니 샤론 역을 맡아 “마허샬라 알리에 뒤지지 않는 정밀한 영혼의 울림”(<워싱턴 포스트>)을 선보인다. 레지나 킹의 연기 자체가 이 세계에 대한 영화의 태도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각본상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씨네21>의 선택_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데보라 데이비스, 토니 맥나마라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데보라 데이비스와 토니 맥나마라가 받아야 한다. 늘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시나리오를 만난 건 2010년이다. 이후 다른 작품을 연출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숙고할 만큼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시나리오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시대극의 틀을 갖추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이야기는 작가의 비전을 정확히 구현한 보기 드문 결과물이다. 그 결과, 사건의 힘에 기대지 않고 인물의 내면을 응시하는 힘 있는 구성이 탄생했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_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데보라 데이비스, 토니 맥나마라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데보라 데이비스와 토니 맥나마라가 받을 것이다. 각본상 전망은 의견이 분분하다. 골든글로브 각본상은 <그린 북>이 차지했고,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는 <퍼스트 리폼드>가 각본상을 수상했다. 영국 아카데미는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 돌아갔지만 아카데미의 취향을 고려하면 <바이스>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로마>가 작품, 감독, 각본, 촬영까지 모두 독식하지 않는다면 어느 작품이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데보라 데이비스가 기반을 다지고 토니 맥나마라가 감독에 맞춰 각색한 이야기는 “시대극의 틀을 빌려 지금 시대에 질문을 던지는”(<버라이어티>) 등 시대정신을 읽는 감각이 돋보인다.

● 촬영상

<로마> 알폰소 쿠아론(왼쪽).

<씨네21>의 선택_ <콜드 워> 루카즈 잘

<콜드 워>의 루카즈 잘이 받아야 한다.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은 본인의 필모그래피와 기억을 몽땅 뒤져 흉내낼 수 없는 이미지를 포착했고,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로비 라이언의 신선하고 기이한 위치에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비전을 형상화했다. 하지만 촬영과 이미지라는 부분에 국한시킨다면 <콜드 워>의 루카즈 잘의 정교하고도 아름다운 프레임만큼 그 자체로 아름다운 순간들도 드물다. 종종 이야기와 상황마저 뛰어넘을 만큼 ‘지나치게’ 아름다운 장면들은 전작 <이다>(2013)의 고요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운명의 흔들림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낸다.

아마도) 아카데미의 선택_ <로마> 알폰소 쿠아론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이 받을 것이다. 여러 후보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올해 시선이 자연스레 쏠리는 건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이 될 수밖에 없다. 그간 호흡을 맞춘 에마누엘 루베스키가 일정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고 하지만 자전적인 영화에서 본인만이 온전히 알고 있는 내면의 기억과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한 필연적, 아니 운명적 선택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대세는 기울었고 문제는 아카데미가 알폰소 쿠아론 한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수상을 허락할 것인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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