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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만난 영화인들⑪] <프랑스여자> 배우 김호정·김지영·류아벨 - 지독하게, 자유롭게, 당당하게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9-05-15

김지영, 김호정, 류아벨(왼쪽부터).

“여배우들이 주축이 된 영화가 너무 없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프랑스여자>는 가뭄에 만난 단비 같은 영화다. 김희정 감독의 <프랑스여자>는 프랑스에서 20년 만에 귀국한 미라(김호정)와 과거 함께 연극을 배웠던 동료 영은(김지영), 해란(류아벨)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는 영화다. 세대가 다른 세 배우가 만나 이루어내는 절묘한 조화가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영화 밖 현실에서도 그랬다. 김호정, 김지영, 류아벨은 서로 다른 시대를 통과했지만 배우로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프랑스여자>는 배우로서 욕심나는 작품이었을 것 같다.

=김지영_ <열세살, 수아>(2007) 때 김희정 감독님에게 출연 제의를 받은 적 있다. 그때는 연이 닿지 않았는데, 연기에 대한 고민이 깊던 때에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연속극을 연달아 찍다보니 내 연기가 정체된 느낌이 들고 더 보여줄 표정도 없는 것 같아 고통스럽던 때였다. 그러다 1년쯤 뒤에 작품을 같이하자고 연락이 왔다. 그게 <프랑스여자>다.

=류아벨_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가 이미지로 다가왔다. 이 이야기를, 이 이미지를 어떻게 영화로 만들까 궁금했다. 한편으론 내가 맡은 역할이 이야기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나조차도 혼란스러우면 어떡하지, 내가 연기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다보니 점점 감독님이 원하는 캐릭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호정_ 전작 <설행_눈길을 걷다>(2015)를 인상 깊게 봤다. <프랑스여자>는 영화적으로 더 풍성해진 느낌이었다. 시나리오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이런 게 바로 예술영화지, 싶더라.

-모두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를 떠안았다. 우선 미라는 프랑스어에 능숙해야 하고, 해란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1인2역이고, 영은은 김희정 감독의 모습이 반영된 영화감독 캐릭터다.

김호정_ 촬영을 1~2주 앞두고 남편 쥘 역의 프랑스 배우(알렉상드르 구안세)를 만났는데 내 발음을 듣더니 “너의 한국어 소리는 참 매력적인데 프랑스어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얼마나 암담했는지. (웃음) 그때부터 다시 발음 수정에 들어갔다. 프랑스어를 음절 단위로 외워서 연기했다. 하나의 단어를 수없이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김지영_ 호정 언니가 말도 못하게 고생을 했다. 나는 특별히 어려운 게 없었다. 감독님도 “그냥 지영씨 모습대로 연기하면 돼”라고 하셨다. 주변에 워낙 감독들이 많고 익숙하게 상대해온 직업이 영화감독이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류아벨_ 감독님이 해란은 사람 같으면서도 귀신 같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 느낌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한국영화 100년의 시간을 함께한 주역들이기도 한데, 자신의 영화 역사를 돌아봤을 때 특별했던 작품을 꼽아본다면.

김지영_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과 <터치>(2012)가 아닐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임순례 감독님을 설득해 좀더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캐릭터를 구축했는데 결과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고마운 작품이다. <터치>는 바람만 불어도 살이 쓰린 느낌이 들 정도로 사력을 다해 찍은 작품이라 잊을 수가 없다.

김호정_ <화장>(2014)을 하려고 마음먹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다. 피골이 상접한 상태가 되는 것, 치부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문득 내가 왜 배우를 하지, 라는 질문을 하게 되더라. 마음을 비우고 작품에 임했는데, <화장>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프랑스여자> 역시 내게 오래도록 남을 작품 같다.

류아벨_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작품을 꼽기가 쉽지 않은데, 선배님들처럼 특별하고 소중한 영화를 앞으로 더 많이 찍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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