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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①] 극사실주의 마법사 - 가즈 히로
송경원 2020-02-28

2020 아카데미 시상식 분장상 수상

<밤쉘>

“이렇게 말하는 건 미안하지만 나는 일본을 떠나 미국인이 되었다. (일본에서) 꿈을 이루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 살고 있다.” <밤쉘> 로 92회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한 가즈 히로의 한마디는 현재 그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아마도 ‘(일본인으로서의 경험이) 수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은 일본 문화에 대한 의례적인 상찬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즈 히로는 그렇게 주변의 기대와 시선에 맞춰서 살아온 적이 없었고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92회 아카데미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된 이 수상 소감은 개인의 창의성을 억압하는 일본문화계의 관행에 일침을 날렸다. 이 대답과 태도만큼 한 사람의 삶과 예술을 향한 태도를 정확하게 밝히는 지표도 드물다.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쓰지 가즈히로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30년 넘게 영화 특수효과 아티스트이자 조각가로 활동해온 그는 영화 <다키스트 아워>로 2018년에 오스카 분장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오스카를 두번이나 거머쥔 쓰지 가즈히로는 무엇을 위해 일본을 떠났고, 어떤 작업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는지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았다.

1. 개인: 쓰지 가즈히로에서 가즈 히로가 되기까지

2019년 3월, 일본인 쓰지 가즈히로는 미국 국적을 얻으며 가즈 히로가 되었다. <다키스트 아워>로 오스카를 수상한 지 딱 1년 만이다. 오스카 한달 전 가즈 히로는 이미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힌 바 있다. 30년 가까이 지명도를 쌓은 이름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가즈 히로의 입장은 명쾌하다. “원래의 퍼스트네임을 반으로 잘랐을 뿐이고 지명도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가가 아니라 나 개인으로서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이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 말 그대로 가즈 히로는 지금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폐쇄적인 일본영화계를 벗어나 할리우드로 향했다. 우연한 계기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그의 고민은 하나였다. 어떻게 하면 좀더 사실적으로 사람의 얼굴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특수분장의 대가 딕 스미스가 작업한 에이브러햄 링컨은 가즈 히로에게 일대 전환을 마련해주었다. 링컨의 사실적인 얼굴을 본 가즈 히로는 몇달간 고민을 한 끝에 무작정 편지를 보낸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후 딕 스미스가 구로사와 기요시의 <스위트 홈>의 작업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참여해 변화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딕 스미스가 건넨 조언은 단순명료했다. “가장 좋은 학교는 스스로 연습하는 것이다.” 이후 <스위트 홈>에서 알게 된 젊은 예술가 에디 영의 소개로 미국으로 건너간 가즈 히로는 이후 <맨 인 블랙> 시리즈,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루퍼> <토탈 리콜> 등에서 특유의 디테일을 선보이며 할리우드 최전선에서 특수분장 분야를 개척해나간다.

2. 순수예술: 영화로부터의 탈출, 순수예술로의 전환

가즈 히로는 딕 스미스의 작업을 보며 특수분장을 동경했지만 한편으론 꾸준히 영화 업계를 벗어나고 싶어 했다. “나의 유년기는 그다지 행복하지 못 했다.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이었고 가족들은 괜찮은 척하지만 그 뒤에 많은 문제를 숨기고 있었다. 사람의 얼굴을 관찰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그는 스스로 어떻게 존재하고 무엇을 해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아티스트다. 때문에 일본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영화계를 잠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린치> 작업은 그의 전환점 중 하나였는데 당시 그는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수분장은 현장에 제일 일찍 도착해서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있어야 하는 일 중 하나다. 가즈 히로는 “언제 닥칠지 모를 돌발 상황에 늘 대비해야 했고 그것이 나를 정신적으로 옥죄었다”고 고백한다.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가즈 히로는 딕 스미스의 80번째 생일을 맞아 실물 사이즈의 두배에 달하는 조각으로 자신의 멘토를 기념하기로 했다. 자신의 작품을 보고 울음이 터진 딕 스미스를 보며 가즈 히로는 영화 업계를 떠나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추구하기로 결심했다. “영화산업에 대한 불평, 불만은 많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떠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이미 한번 떠나온 적이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다.” 2008년부터 차츰 순수예술쪽으로 무대를 옮기기 시작한 가즈 히로는 2011년 마침내 영화계를 떠나 전업 조각가로의 삶을 시작한다. “중요한 건 여러 감정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한순간에 조각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 일을 한다. 그 일을 구속하는 것들이 있다면 벗어버리면 그만이다. 맞춰가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앤디 워홀, 프리다 칼로 등 유명인들을 극사실주의적으로 구현해낸 그의 작품은 기존의 밀랍인형 등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번에도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했다.

3. 얼굴들: 복귀, 그리고 오스카

영화를 떠난 그를 다시 불러들인 건 <다키스트 아워>였다. 윈스턴 처칠 역을 맡은 배우 게리 올드먼이 직접 가즈 히로를 설득했고, 가즈 히로가 맡지 않으면 자신도 역할을 맡지 않을 것이란 배우의 열정에 감복한 가즈 히로는 다시 한번 영화 작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가즈 히로는 게리 올드먼과의 작업에서 예전 에이브러햄 링컨의 얼굴을 작업할 때와 같은 흥미로운 도전을 마주했다고 전한다. “촬영기간 동안 매일 두 시간씩 분장을 받고 더 정밀한 분장을 위해 머리카락도 모두 밀어버린 게리 올드먼을 보며 이것이 동료와 호흡을 맞추는 작업이었음을 새삼 상기했다. 단순히 외양을 똑같이 모사하는 것을 넘어 배우의 동작과 호흡에 맞춰 거기에 적합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이 특수분장의 매력”이다. <클릭> <노르빗> 등을 통해 오스카 분장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까진 이르지 못했던 가즈 히로는 결국 복귀작인 <다키스트 아워>를 통해 오스카상을 거머쥔다. 곧이어 <밤쉘>로 올해 생애 두 번째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샤를리즈 테론을 미국 <폭스 뉴스> 앵커 메긴 켈리로 변신시킨 <밤쉘>은 가즈 히로에게도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이미 노인 분장 분야에서 정평이 난 가즈 히로였지만 <밤쉘>은 이미지가 다른 실존 인물로 캐릭터를 확장해나가야 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밤쉘>에서도 가즈 히로는 단순히 인물의 외형을 모사하는 것을 넘어 배우의 캐릭터 위에 보태는 쪽의 기술을 선보인다. “이건 단순히 눈, 코, 입의 위치나 골격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배우의 요구에 맞춰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일종의 대화에 가깝다.”

2019 <밤쉘> 2017 <다키스트 아워> 2017 <더 휴먼 페이스> 2012 <루퍼> 2012 <토탈 리콜> 2010 <트론: 새로운 시작> 2009 <지.아이.조2: 전쟁의 서막> 2008 <트로픽 썬더> 2008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07 <노르빗> 2006 <클릭> 2005 <링2> 2004 <헬보이> 2003 <헌티드 맨션> 2002 <맨 인 블랙> 2002 <링> 2000 <그린치> 1999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1999 <라이프> 1997 <크리티컬 케어> 1992 <민보의 여자> 1991 <8월의 광시곡> 1989 <스위트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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