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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자 주연배우 케네스 브래나와 배우 에마 매키 인터뷰
배동미 2022-02-10

<오리엔탈 특급 살인>이 복수담이었다면 <나일 강의 죽음>은 질투에 대한 이야기

- 각자의 캐릭터를 설명한다면.

케네스 브래나 에르큘 포와로는 한마디로 강박적인 사람이다. 범죄자를 좇는 탐정이고 굉장한 프로다. 포와로의 콧수염은 그에게 배트맨 슈트이자 슈퍼맨 슈트다. 포와로는 살인자를 찾는 데 몰두하는 것만큼이나 콧수염에 집착하는데, 그의 콧수염은 결벽증적인 캐릭터를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을 상징하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에마 매키 재클린은 외로운 사람이고 사이먼과의 사랑에 절박하게 매달리는 인물이다. 사이먼이 리넷에게 떠나자 재클린은 더이상 살아야 할 이유를 못 느낄 정도다. 재클린은 유약한 젊은 여성이지만 한편으론 뜨거운 열정과 강인함을 지녔기 때문에 연기할 때 정말 흥미로웠다.

- 캐스팅은 어떻게 진행됐나. 레전드 코미디언 돈 프렌치와 제니퍼 손더스는 선상에 탄 간호사 보워스와 리넷의 대모 마리를 연기하고, 주인공 재클린은 신인배우 에마 매키가 연기한다.

케네스 브래나 애거사 크리스티의 또 다른 앙상블 영화를 찍는 입장에서, 이번 작품은 자유로우면서도 신선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급한 돈과 제니퍼는 엄청난 코미디 스킬을 가진 배우들이고 오랫동안 코미디 연기를 해왔다(두 배우는 자신들의 이름을 딴 코미디 프로그램 <프렌치 앤드 손더스>에서 직접 각본을 쓰고 배우로 활약했다. <프렌치 앤드 손더스>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BBC를 통해 방영돼 큰 인기를 누렸다.-편집자). 두 사람의 연기를 드라마에 도입한다면 영화를 보러 온 관객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 같았다. 관객에게 약간의 놀라움도 주고 싶었고. 에마 매키가 연기하는 재클린도 마찬가지로 신선하면서도 위험해 보여야 했다. 재클린은 열정과 의지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동시에 어떤 갈망 같은 게 느껴지는 인물이다. 에마는 물론 많은 경험을 갖고 있지만, 동료 출연자에 비해 경험이 적은 배우다. 제니퍼와 돈이 관객에게 너무나 익숙한 배우라면 에마는 반대의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이런 다양한 배우 앙상블이 <나일 강의 죽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에도 65mm 필름으로 촬영했다.

케네스 브래나 65mm 필름은 빛과 디테일을 표현하기에 좋은 재료다. 헤어와 의상, 컬러 등 영화가 시도하는 모든 걸 65mm 필름의 큰 프레임에 더 많이 담아낼 수 있어서다. 어쩌면 시네마의 목적이 그런 게 아닐까. 눈으로 관찰한 대상이 마치 만져질 것만 같이 생생하고, 스크린 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온몸으로 감각하는 것. 내게 65mm 필름의 질감은 그런 것이다.

- 첫 영화를 찍은 에마 매키의 소감이 궁금하다.

에마 매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우선 세트가 정말 훌륭했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증기선 카르낙이 실제 사이즈로 거대하게 제작됐다. 처음 세트장에 가서 카르낙을 봤을 때 감동을 받아 눈물이 났다. 카르낙 세트는 진짜 배처럼 작은 디테일이 살아 있어 캐릭터마다 각자의 방이 다 있었다. 배우간 앙상블도 좋았다. 배우들 사이에서 나는 거의 아기 같은 존재였는데, 애정을 정말 받았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웃음) 이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웠고, 현장을 거의 흡수하다시피 했다. 훌륭한 배우들 사이에서 그들의 연기와 일상적 대화를 보고 들을 수 있었다.

- 재클린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해나갔나.

에마 매키 <나일 강의 죽음>에 캐스팅되기 전까지, 기술적으로 캐릭터를 연구해본 경험이 없어서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켄(케네스 브래나)이 내 선생님이 되어줬다. 우린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고 리허설도 정말 많이 했다. <나일 강의 죽음>은 앙상블 영화이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에 주어진 신이 많지 않아 그 속에서 확실한 캐릭터를 보여줘야만 한다. 그러니까 매 신을 최대한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 거다. 목소리와 춤, 움직임 레슨을 소화하면서 재클린의 움직임을 몸에 익혔고, 춤 신에서 사이먼과 깊은 사랑에 빠진 걸 잘 표현하기 위해서 사이먼 역의 아미 해머와 댄스 레슨도 받았다.

- 1987년 개봉한 <나일 강의 죽음>의 미아 패로가 연기한 재클린과 어떤 차이를 두려고 했나.

에마 매키 미아 패로가 출연한 <나일 강의 죽음>을 물론 보았지만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까’를 따로 고민하진 않았다. 미아 패로의 재클린은 비교 대상이 아니었고, 내가 해석한 재클린은 그의 버전과 달랐으며 각본 또한 다르게 쓰였다. 각본가 마이클 그린은 원작의 재클린에 새로움을 더했는데, 자신의 시나리오를 잘 표현하는 게 배우의 일이잖나.

- 케네스 브래나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 이어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또 한번 영화로 옮겼다. 이번에는 전과 어떻게 달랐나.

케네스 브래나 <나일 강의 죽음>은 전작보다 더 깊고 어둡고 더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인간이 누구나 경험하는 열정에 사로잡히고 무모해지는 순간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했다. 첫 번째 작품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복수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면 <나일 강의 죽음>은 질투에 특히 집중한 작품이다. 사실 마이클 그린과 나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세 번째 작품에선 어떤 다른 이야기를 펼칠까,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이다. 대화는 늘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우선 이 영화부터 개봉시키자”로 마무리되곤 한다. (웃음)

- 미스터리 장르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케네스 브래나 미스터리는 삶에서 일어나는 이례적인 사건과 카오스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르다. 미스터리 장르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그 속에서 해법을 찾으려 하는데, 그러면서도 침착함과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때때로 고통스러운 진실을 마주하게 만들지만, 미스터리 장르는 결국 우리의 삶이 평화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상상적으로 제시한다. 겉으로 다루는 건 죽음과 살인 등이지만, 결국엔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장르가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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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