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한 분량이 편집되는 것은 배우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비극이다. 가위질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을 지닌 배우들을 기리기 위해 인터넷 영화사이트 ‘FILM THREAT’가 삭제된 연기 베스트 10을 꼽았다. 1938년부터 1986년까지 시대순으로 꼽은 리스트의 첫 번째는 전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차지했다. 무명배우였던 레이건은 B급영화인 <잠수함 D-1>(Submarine D-1)에서 라디오 아나운서를 맡았으나 완전히 삭제되는 바람에 더없이 슬퍼했다고. 그가 이후 <다크 빅토리> 같은 메이저영화에 출연한 건 그러한 수모 이후의 심기일전 덕분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알코올 중독으로 몰락한 뒤 간만에 캐스팅된 영화 <새로운 달>(New Moon)에서 코믹연기를 선보였던 버스터 키튼, 친구의 죽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중년의 동창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새로운 탄생>(The Big Chill)에서 죽은 친구로 출연하여 중간중간 회상장면에서 연기했던 케빈
[What's Up] ‘잘린’ 배우들에 대한 심심한 위로
-
<100분 토론> 출연을 전격 취소한 뒤 손석희와의 인터뷰에서 “지지도 1위인 후보 초청이므로 방송 출연은 선거법상 문제가 없지만, 출마선언하면서 정치공세 그만하자고 했는데 1위인 후보자로서 포용력으로 양보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한 문장에서 두번씩이나 자기가 지지도 1위라는 것을 강조하는 센스! 지금의 인기가 거품일지 모른다는 얘기에 대해선 “서울시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받아치면서 시민의 대표자로 자신을 부각시키는 순발력! 보라색을 상징색으로 좌·우 빨강·파랑 경계를 허물겠다고 의미부여했지만 실제로는 자기에게 제일 잘 맞는 색을 띄우는 동시에 열린우리당의 노랑과도 선을 긋고 어차피 쏟아질 화장발·옷발 관심을 역이용하는 생존력! 이쯤 되면 그녀의 영리함은 거의 동그라미 별 다섯개 수준이다. 4월5일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이렇게 공세적으로 화려하게 무대 위에 재등장했다.
오죽하면 ‘고독한 독고다이(좋게 말해 단독자)’ 홍준표 의원
[이슈] 영리한 금실씨의 색깔 공세
-
“전국에 예술영화전용관 100개를 짓겠다.”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결정을 한 다음날 문화관광부 장관이 밝힌 영화진흥책 가운데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대한민국을 예술영화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이 놀라운 발표는 그러나 일고의 가치도 없는 웃음거리가 됐다. 영화계에 몸담은 사람들 모두가 이것이 현실성 0%의 제안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발상의 전제에는 공장을 만들면 생산이 는다는 제조업 중심의 마인드가 있다. 과연 영화도 극장만 있으면 관객이 생기는 것일까? 지금 예술영화전용관의 실태가 어떤지 보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올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선정한 극장은 전국 12곳이다. 한번 가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이들 극장은 흥행작에 집중하는 극장에 비해 훨씬 한산하다. 흑자는커녕 적자를 면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12개라도 이런데 100개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 기초적인 경제학만 알아도 공급과잉으로 인해 파리 날리는 극장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답이 나온다. 전체 관객 수가 좀 늘
[편집장이 독자에게] <넥스트 플러스>가 옵니다
-
쳇, 그렇다고 비웃을 것까지야. 그놈의 <브로크백 마운틴>이 문제라니까.
얼마 전 내가 일하는 잡지를 위해 게이들의 수다회를 열었다. 고매하신 게이 게스트 세분을 모시고 ‘한·미·일·불, 호모 4부작’에 대해 수다를 떨어달라고 부탁했다. <왕의 남자> <브로크백 마운틴> <메종 드 히미코> <타임 투 리브>, 별로 상관없는 작품들이 단지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 개봉한 게이가 나오는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호모 4부작으로 ‘작명질’당했다. 수다회가 끝나갈 무렵, 쪽팔릴까봐 저어했으나 결국은 뱉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여러분의 브로크백 마운틴은 어디에요?” 나름대로 우회해서 ‘여러분의 이상향이 어디냐고’ 진지하게 물었으나, 세분께서는 흠칫 놀라시더니 허걱하는 비웃음으로 즐해버리셨다. 사태 수습을 위해 서둘러 다음 질문, “그러면 오다기리 조 하고 히스 레저 중에 누가 더 예뻐요?” 다행히 고매하신 여러분들의 불꽃같은 논쟁은 썰렁
[이창] 브로크백 드리밍
-
-
<브로크백 마운틴>이 아니라 <크래쉬>에 작품상을 준 건 아카데미 최악의 실수라고 말한 사람들에게 한표 던진다. 누가 이번 아카데미의 선택을 이변이라고 했는가. 뭔가 있어 보이는 이야기를 꺼내서 결국 ‘우리 모두 마음을 열고 착하게 잘살자’고 마무리짓는 건 아카데미의 딱 떨어지는 입맛이 아니었나.
이 영화에는 열댓명의 사람이 등장한다. 대체로 양면적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약간의 똘아이들이다. 뭐, 이해한다. 폴 해기스 말마따나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라고 해서 다큐멘터리에 등장할 법한 인물들을 내세울 필요는 없으니까. 등장인물들 가운데 걸리는 사람이 둘 있다. 지방검사의 아내인 백인 중산층 대표주자 진(샌드라 불럭)과 열쇠 수리공인 히스패닉 서민층(빈곤층?) 대표주자 대니얼(마이클 페나)이다. 둘은 등장인물 가운데 사실 가장 덜 거슬리는 사람들이다. 물론 진은 징징대고 집 열쇠를 고치던 대니얼에게 히스테리를 부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자신의 불안을 응시할 줄
[투덜군 투덜양] 기다리면 해뜰날이 올거라고? <크래쉬>
-
아카데미 작품상이 <브로크백 마운틴>이 아니라, <크래쉬>에 돌아간 것에 말들이 많다. 하지만 이상하다. 아카데미가 그렇게 공정한 상이었던가? ‘아카데미용 영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카데미는 자신의 구미에 맞는 영화에게만 상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적당한 감동과 거대한 스펙터클, 거기에 애국주의가 있으면 더 좋다. 모든 법칙에 예외가 있는 것처럼 아카데미에도 많은 일탈이 있었지만, 대체로 아카데미는 편식 경향이 심했다. 그런 역사를 생각해본다면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룬 <브로크백 마운틴>보다는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면서도 용서와 구원으로 무난하게 결말을 맺는 <크래쉬>가 더욱 아카데미상에 적합하다.
논란이 있건 말건, <크래쉬>는 잘 만든 영화다. 풍성한 캐릭터와 인종간의 다사다난한 충돌은 설득력이 있고, 성찰할 거리도 있다. <크래쉬>에서 맷 딜런과 라이언 필립이 연기하는 LA 경찰의 캐릭터와 유색인종간에 가지고
[B딱하게 보기] ‘다름’도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 <크래쉬>
-
“마른 남자친구는 어떤가요?” 얼마 전 모 웹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이다. 우문에 현답이라고 답변이 더 기가 막혔다. “강동원이냐, 이윤석이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순간 적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왠지 모를 불편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한국사회에서 남자의 신체는 남성성의 상징이다. 큰 키와 강인한 체력, 키는 작더라도 탄탄한 체구는 남성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며, 남성성에 대한 온건한 비유다. 이정재, 송승헌, 권상우로 이어지는 몸짱 계보와 꽃미남의 외모를 지녔음에도 가슴 두짝만은 우람한 이완, 정경호, 온주완 등. 이들은 한국 남성들이 얼마나 ‘갑빠’에 대한 강박관념에 묻혀서 지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신화의 이민우가 왜 그토록 몸을 불려야 했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하지만 최근, 한국 남자의 신체 구조에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압구정 갤러리아에 디올옴므 매장이 오픈했고, 강동원-주지훈 라인이 형성됐으며, 스키니 진이 유행하고 있다. 진정 이제 대한민국
[오픈칼럼] 강동원과 이윤석 사이
-
천재적인 SF작가 필립 K. 딕의 단편소설 하나가 또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1954년에 발표한 소설 <골든맨>(The Golden Man)을 니콜라스 케이지가 제작자 겸 주연배우로 나서 <넥스트>(Next)라는 타이틀로 내년 2007년에 개봉한다는 것이다.
벌써 8번째 영화가 아닌가? 1982년 죽을 때까지 자기 소설이 영화로 변신한 것을 하나도 보지 못했던 필립 K. 딕은 이제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스크리머스> <임포스터> <마이너리티 리포트> <페이첵> <스캐너 다클리> 그리고 <넥스트>를 거느리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물론 단돈 25달러에 단편 하나를 써대야 했던 생전의 불운 속에서 엄청나게 양산된 그의 작품(장편 48편, 단편 121편 등) 속에는 앞으로 또 영화로 만들 만한 것이 숱하게 널려 있다. 인간과 인조인간, 외계인과 돌연변이를 동원해 존재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필립 K. 딕에서 배우는 인류의 운명, ‘NEXT’
-
강혜정은 매번 꼬리를 자르고 도망쳤다. <나비>의 유키도, <올드보이>의 미도도, <웰컴 투 동막골>의 여일도, <연애의 목적>의 홍도 그랬다. 강혜정은 스스로를 한계치까지 밀어붙여 만들어낸 캐릭터들을 마치 꼬리를 잘라내듯 남기고 도망쳤다. 그래서 강혜정이 연기한 여자들, 유키와 미도와 여일과 홍은, 영화가 끝나도 생명을 잃지 않고 피와 살이 남은 꼬리처럼 꿈틀거린다. 비릿하고 아프고 가슴 저린 여자들. <도마뱀>의 주인공 아리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도마뱀>은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여자 아리와 끝없이 기다리는 남자 조강의 기이한 로맨스다. 자신을 만지는 사람에게는 저주가 옮는다고 믿는 소녀 아리는 어느 날 갑자기 소년 조강 앞에 나타난다. 둘의 살이 처음으로 닿은 날, 조강은 홍역에 걸리고 아리는 사라진다. 그로부터 10년 뒤에 나타난 아리는 사랑이라는 홍역을 대신 조강에게 남겨놓고 떠나간다. 그리고….
꼬리를 자르고 도망친 소녀, <도마뱀>의 강혜정
-
서울아트시네마가 그동안 개봉관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미지의 영화들을 모아 ‘2006 씨네 랑데뷰’전을 갖는다. ‘새로운 영화와의 재회’라는 부제 하에 진행될 이번 상영회는 주로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작품 7편으로 구성돼있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영상이 특징적인 이시이 소고의 1994년작 <엔젤 더스트>는 마지막 반전이 섬뜩한 스릴러. 매주 월요일마다 전철에서 발생하는 연쇄살인을 소재로 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은 삶과 죽음에 대한 아름다운 명상을 보여주는 영화. 여백을 응시하는 카메라가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1999년 칸느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브루노 뒤몽의 <휴머니티>는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충격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며, 그루지아 출신의 실험적 작가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감독의 <안녕, 나의 집>은 삶에 대한 날카롭고도 따뜻한 시선을 담아낸다. 이 밖에도 할 하틀리 감독의 <
서울아트시네마, 씨네 랑데뷰전
-
<꺼벙이> <순악질 여사> 등으로 한국 명랑만화의 새 장을 개척했던 길창덕 화백이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하 SICAF 조직위원장 심상기)에서 SICAF AWARD 대상 코믹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 길창덕 화백은 1955년 잡지 <실화>에 <허서방>을 발표하면서 만화계에 데뷔했고 <꺼벙이> <순악질 여사> 등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소년한국일보> 등에 연재했던 <재동이>는 국내 최장 연재기록인 4800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재윤 심사위원장은 “길창덕 화백은 우리 만화계의 대표적인 1세대 원로만화가로‘명랑만화’라는 창조적인 장르를 개척하고 수십년 간 우리 국민에게 유쾌한 유머를 선사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국 만화계의 발전과 저변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는 상인 SICAF AWARD 대상 코믹부문 수상자 길창덕 화백에게는 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SICAF AWARD
<꺼벙이> 길창덕 화백, SICAF에서 상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