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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말하지만 단편영화의 힘은 대체로 반복, 점층, 반전 등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말은 쉬워도, 대부분의 단편 감독들에게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감독이 제시할 ‘짧은 정보’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그것이 관건인 것이다. <호모 파베르>(윤은경·김은희 연출/ 16mm/ 컬러/ 15분/ 2001년)는 그 ‘짧은 정보’를 두고 관객과 벌이는 게임에서 승리한 작품이다. 충식은 정해진 시간이면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서는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다. 독수리 눈을 한 아버지는 밥상머리에서 ‘숟가락은 왼쪽, 젓가락은 오른쪽’을 외치고, 밥에 든 돌을 씹자 어머니에게 가혹한 징벌을 내린다. 그래서 엄마는 집을 나가지만, “나갔으니까 들어와야죠” 하면서 기어들어온다. 리듬감 있는 편집과 특색있는 앵글 그리고 판타스틱한 조명 등 코믹하고 장난기 가득하지만 여러모로 심상찮고 만만찮은 작품이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반전은 보는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이야
독립 ·단편영화 <호모 파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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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down, 1997년감독 조너선 모스토 출연 커트 러셀 MBC 12월14일(토) 밤 11시10분
제프와 에이미는 긴 여행길에 오른다. 주유소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한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고장난다. 지나가던 운전수가 호의를 보이면서 제프를 놔둔 채 아내와 함께 견인차를 부르러 간다. 혼자 남은 제프는 아내가 어디론가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이 계획된 음모임을 알게 된 제프는 의문의 상대를 물리치기 위해 게임을 벌인다. <U 571>(2000)을 만든 조너선 모스토의 전작으로 정통 스릴러영화.
브레이크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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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raight Story, 1999년감독 데이비드 린치 출연 리처드 판스워스 KBS1 12월15일(일) 밤 11시20분
앨빈은 딸 로즈와 시골에서 살고 있다. 갑자기 쓰러진 앨빈은 주변 사람들이 병원으로 가자고 하지만 끝까지 혼자 일어나겠다고 고집부린다. 여기 한 가지 소식이 더 전해지는데 형이 중풍으로 쓰러졌다는 것. 운전을 할 수 없는 앨빈은 트랙터를 직접 만들어 긴 여정을 시작한다. 형과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그는 열심히 길을 재촉한다. <로스트 하이웨이>와 <블루 벨벳> 등의 컬트영화를 만든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휴먼드라마.
스트레이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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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 of Eden, 1955년감독 엘리아 카잔 출연 제임스 딘EBS 12월15일(일) 낮 2시“나는 사랑받기를 원한다. 이것이 마를렌 디트리히다.” 여배우 마를렌 디트리히는 생전에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남자배우 중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어도 어색하지 않았을 인물은, 제임스 딘 아닐까 제임스 딘은 모순투성이의 배우다. <에덴의 동쪽>과 <이유없는 반항> 그리고 <자이언트>, 세편의 영화를 통해 그는 청춘의 영원한 우상이 되었다. 처절한 자기파괴와 자학의 몸부림을 스크린에 각인시킨 이 배우는, 이상하게도 청춘의 그림자에서 멀어질수록 그 진가를 새삼 깨닫게 되는 존재라서 신비롭다.<에덴의 동쪽>은 존 스타인벡의 원작을 영화로 옮긴 것. 농장을 경영하는 아담에겐 아론과 칼이라는 아들이 있다. 아론이 아버지의 전폭적인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다면 칼은 반항적이다. 칼은 아론을 내심 질투하며 아버지와의 갈등 때문에 더 성격이 비뚤어져간다. 아론의
엘리아 카잔 감독의 <에덴의 동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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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각종 음모론들을 잘 안 믿는 편이지만 영화나 소설에서 성애묘사가 일대 장관을 이루는 걸 볼 때마다 혹시 모종의 음모가 배후에 작용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그러니까 섹스판타지라는 것이 영화나 소설 같은 ‘허구(虛構)산업’의 흥행전략에 의해 개발되고 장려되고 번창하는 건 아닐까. 섹스판타지는 그것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는 자들에 의해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자주 매번 침대 위에서 그처럼 절정의 판타지가 구현될 수 있단 말인가.올해 칸영화제 이래 <죽어도 좋아>에 관한 기사들을 보면서 나는 드디어 흥행산업의 배후조종자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러 나섰구나, 하고 생각했다. 성인 남자들을 다 골초로 만들어놓은 담배산업이 여자들에게 담배를 가르치면서 청소년들에게 조심스럽게 담배를 권하기 시작했던 것처럼, 흥행산업도 섹스판타지의 사각지대를 공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70대 노인계층, 그것은 정말이지 상식의 허를 찌르는
내 판타지를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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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관 박사가 ‘신바람 건강법’으로 인기를 끌었을 때, 나는 한번도 그 유명한 강의를 들은 적이 없으면서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신바람이라…. 이거 쓸 만한 말이다. 세계 역사상 놀랄 만한 경제성장률을 보였던 경우 국민들이 신바람나게 일하지 않았을까첫 번째 예.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성공했을 때 러시아는 유럽의 최후진국이었다. 그런 나라가 어떻게 불과 40년 만에 세계 최초의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릴 수 있었을까 그래서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을 수 있었을까영화 <빨갱이들>(reds)이 사실이라면 신생 소비에트공화국은 미국의 생산라인을 그대로 옮겨놓았고 기술자들도 대거 몰려왔다. 일반 노동자들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다는 희망을 가지고 정말로 열과 성을 다해 일했다면 생산성은 미국보다 더 높았을 것이다. 이건 사회주의 초기의 나라들이 다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은 분명히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두 번째 예. 이번엔 미국이다. 테민논쟁에 따르면
희망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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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리뷰모든 천사는 수위를 꿈꾼다■ Story고정초등학교는 이제 학생 수가 네명밖에 되지 않아 폐교의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어느 날인가 학교를 찾은 두칠은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받아 이 학교의 수위가 되고 싶어한다. 교장선생님이 시킨 일거리들을 해내면서 두칠은 학교를 바꿔간다. 우물에 빠져 죽은 줄로만 알았던 만수를 데리고 나와 학생수가 다섯이 된 고정초등학교에는 이제 신입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Review수위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두칠은 사실 천사였다. 그러므로 <모든 천사는 수위를 꿈꾼다>. 동화가 어떻게 하여 행복에 이르는 것인가를 꼼꼼하게 생각해본 흔적이 이 영화에는 역력하다. 수위가 되려 하는 두칠에게 교장선생님은 꽃을 알아야 한다고 하고, 토끼의 눈이 왜 빨갛냐고 묻고, 담장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두칠은 척척 하나씩 해결해간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총명한 소년처럼. 종종 그 목적지가 행복이 되기 위해서 동화 속에는 ‘임무’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단편 Review] 모든 천사는‥‥/그해 아폴로 11호는‥‥/단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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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독일에서 신개발된 가공할 살상무기가 몸에 투입된 미 국방부 소속 첩보기관 DIA 국장 로버트(그레그 헨리)의 아들이 괴한한테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FBI는 전직 요원 엑스(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이 일의 적임자라고 판단,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는 그의 아내에 대한 행방을 미끼로 그를 포섭하고, 곧 엑스는 사건의 주인공이 전 DIA 특수요원 세버(루시 리우)임을 알아챈다. 쫓고 쫓기는 관계에 놓인 엑스와 세버. 그러나 이 사건이 엑스를 둘러싼 음모와도 관계된 것을 알게 된 뒤 엑스는 세버와 협력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Review냉전시대가 지난 이후 21세기에 만들어진 첩보물들이 위험한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자칫하면 영화가 굉장히 애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처럼 시대와 배경을 막론하고 어떤 경우에든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들어버리는 ‘첩보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영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 대 정부 혹은 정부 대 개인이라는 긴장감 있는 대결구
과도한 액션에 잃어버린 디테일,<엑스 vs 세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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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늦깎이 대학생이자 차력동아리 회원인 은식(임창정)은 에어로빅부의 은효(하지원)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소란스러운 기숙사 친구들 틈바구니에서 수줍고 애틋한 마음을 키워가지만 상황은 늘 은식에게 불리하다. 주체할 수 없는 몸의 정열이 수시로 말썽을 일으키는데다 은효가 교내의 바람둥이 킹카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효가 임신을 한 채 버림받게 되자 은식의 사랑은 더욱 진실해진다.
■ Review
<색즉시공>은 윤제균 감독의 재능을 한눈에 보여준다. 데뷔작인 <두사부일체>가 다소 엉성한 품새로 조폭영화의 흐름 위에 올라탄 코미디라면, 두 번째 영화 <색즉시공>은 대중영화로서 대단한 짜임새와 유려함을 과시한다.
물론 이 영화의 소재나 주제, 스타일이 전통적으로 평론계가 지지해온 것과는 거리가 있고, 관객 가운데서도 일부는 ‘내가 왜 여기 앉아 있나’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가 늘어놓는 화장실 유머나 관음증은 뻔뻔스럽다.
관객이 원하는 코드에 새로움을 덧붙이다,<색즉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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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더즐리 이모부 집에서 괴로운 방학을 보내며 개학을 고대하고 있는 해리 포터(대니얼 래드클리프)는 집요정 도비로부터 호그와트로 돌아가지 말라는 경고를 받는다. 하늘을 나는 마법의 자동차를 타고 어렵사리 도착한 학교에서 해리와 론(루퍼트 그린트), 헤르미온느(엠마 왓슨)는 “비밀의 방이 열렸다. 후계자의 적대자들은 두려워하라”는 피로 쓴 메시지를 발견하고, 곧이어 머글의 피가 섞인 학생들이 괴물의 습격을 받아 돌처럼 마비되는 사건이 터진다. 뱀의 언어를 이해하는 해리가 슬리데린의 후계자라고 수군거리는 아이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비밀의 방에서 나온 괴물로부터 호그와트를 지키기 위해 지혜와 용기를 동원해 마법의 일기장, 왕거미 아라고그, 거대한 뱀 바실리스크가 등장하는 모험에 뛰어든다.
■ Review
“작은 책 한권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놀라운지. 특히 바보 같은 여자아이 손에 들어갔을 때 말야.”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비밀의 방을
볼드모트의 역습 액션영웅 해리의 귀환,<해리포터와 비밀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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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객석에 앉아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아들을 잃고 극장에서 흐느끼던 알모도바르의 전작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의 마뉴엘라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런 시작은 익숙하다. 무대는 현실을 닮아 있고 현실은 무대처럼 극적이다. 하지만 <내 어머니…>가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인터미션삼아 엮여 있었다면, <그녀에게>는 고통과 회환을 담은 피나 바우시의 퍼포먼스를 서막과 피날레처럼 영화의 시작과 끝에 둘러놓는다. 눈물을 흘리는 남자는 마르코다. 마르코는 투우사 리디아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는 투우경기 중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간호사 베니그노는 아름다운 무용수 알리시아를 흠모하지만 알리시아 역시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다. 몇달 뒤 이 두 남자는 극장에 이어 병원에서 다시 만난다. 알리시아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믿으며 지난 4년 동안 그녀를 정성껏 씻고 문지르고 이야기를 건네는 베니그노. 마르코는 처음
불멸의 여성숭배,해외신작 <그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