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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에 살고 있는 나는, 저녁이면 일몰의 강화쪽 하늘로 사라지는 여객기들을 오랫동안 바라보곤 했다. 노을진 하늘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종적을 감추는 여객기들은 이 세계의 대륙간 하늘을 횡단하는, 힘센 물고기들처럼 보였다. 여객기들은 문명한 대도시들 사이의 전령으로서 아름다워 보였고, 알 수 없는 먼곳을 향한 충동으로 일상의 진부함을 헝클어놓곤 했다.중국 여객기가 추락한 김해 돗대산의 현장에는 삶과 죽음이 뒤죽박죽으로 엉켜 있었다. 나는 죽음과 구별될 수 없는 일상의 삶에 대해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댈 수가 없었다. 어떠한 관찰자도 그 운명으로부터 예외일 수 없었다. 그날, 밤새도록 장대비가 내렸다. 불에 탄 토막 시신들은 다시 비에 젖었다. 구조대원들은 조각난 시신이 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도록 배수로를 파고 모래가마니를 쌓았다. 산자와 죽은자가 똑같이 가엾었다. 아침까지 비가 쏟아졌다.사흘 뒤에 서울로 돌아왔다. 비행기가 떨어진 김해공항에서 다시
까치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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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터로서, 프로그래머로서 전승일의 바람은 ‘다양한 영상을 보편적 감성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그의 이런 바람은 2년 만에 닻을 올린 전주 애니메이션 비엔날레의 꿈이기도 하다. 벨기에 거장의 회고전과 러시아·체코 애니메이션 특별전, 일본 단편영화 상영이 계획된 이번 축제는 온통 낯섬과 다양함으로 채워진 신기한 뷔페 같다.초심자에게는 낯선 땅을 개척하는 스릴과 긴장을, 마니아에게는 이미 이름으로 친숙해진 거장들의 작품을 양껏 감상할 수 있는 만찬의 자리를 제공한 주인공은, 그 자신도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Mimesis TV’의 운영자 전승일이다.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되어 있는 그의 칼럼에는 그가 원래 애니메이션과는 거리가 먼 서울대 미대생이었으며, 프레드릭, 유리 노르스타인 등과 같은 아트 애니메이터의 작품으로 인해 그림을 1초 이하의 단위와 그것의 연속성 속에서 사고할 수 있게 되었고, 어렵게 8mm 비디오 카메라를 장만해 손잡이
전주영화제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프로그래머 전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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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에서 77살 할머니를 몹시도 괴롭혔던 7살 악동 상우가 뮤직비디오계로 발걸음을 돌렸다. 상우로 나왔던 아역배우 유승호가 가수 소냐의 3집 앨범 타이틀곡인 <눈물이 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것. 시한부 삶을 사는 환자 동혁(류시원)과 호스피스 수민(소유진)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는 이 뮤직비디오에서 유승호는 수민에 대한 삼촌의 연정을 전달주는 동혁의 조카로 등장한다. 또 유승호는 5월5일 어린이날에는 인천문학구장에서 열리는 인천 SK와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시구도 한다. SK는 <집으로…>의 아역배우 세명을 야구장에 초청, 그중 유승호에게 시구를 맡긴다.
`악동상우` 유승호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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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가 소설가로 데뷔한다. 내년 봄에 출판될 예정인 타란티노의 ‘처녀작’은 <킬 빌>. 그 자신 직접 쓴 소설을 영화화하는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기 몇달 전 소설이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킬 빌>은 결혼식 도중 총에 맞아 식물인간이 되었던 여자가 몇년 뒤 깨어나 자신을 쏜 사람에게 복수한다는 이야기. 편집자에 의하면 “경이로운 데뷔작”이라는 이 책에 대해, 타란티노 자신은 “<킬 빌>은 영화적인 소설이지, 소설로 쓴 영화는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영화 <킬 빌>은 6월에 촬영을 시작하며, 우마 서먼, 루시 리우, 대릴 한나가 출연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소설가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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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이 이끄는 ‘필름있수다’에서 제작한 <묻지마 패밀리>는 <사방의적> <내 나이키> <교회누나>라는 3편의 다채로운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 류승범, 임원희, 정재영, 신하균 등 수다의 모든 배우들이 전편을 통해 각기 다른 캐릭터로 출연한다. 5월 말 그 ‘놀라운 가족’의 파워를 보여줄 예정.나, 나이키를 소망했네<내 나이키>나이키와 함께라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던 시절. <내 나이키>는 1981년 이후 전국에 불어닥친 나이키 열풍에 감염된 소년 명진과 그의 가족의 꿈에 대한 따뜻한 우화다. CF감독 출신의 박광현이 메가폰을 잡은 <내 나이키>에는 임하룡이 개인택시 기사를 꿈꾸는 아버지로, 임원희가 공부밖에 모르는 큰형으로, 류승범이 사고뭉치 작은형으로, <마리이야기>에서 어린 남우 목소리로 출연한 류덕진이 명진으로 출연한다. 글 백은하·사진 오계옥 사진설명1. <내
<묻지마 패밀리>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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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더웠던 늦봄의 어느 날, 춘천의 명동거리에는 때 아닌 크리스마스가 한창이다.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색색의 장식용 전구들이 드리워진 눈내리는 하늘. 교복 입은 학생들과 선물꾸러미를 안은 아이들, 굵게 세팅한 파마머리 여인들을 헤치고 김득구와 그의 연인 경미가 등장한다. 가진 거라고는 따뜻한 가슴과 든든한 주먹뿐인 가난한 연인들이지만 이들의 표정만큼은 천하를 얻은 듯 밝다.지난 3월 장엄한 LA 권투경기신을 공개했던 곽경택 감독의 신작 <챔피언>이 두 번째로 공개한 이 신은 김득구와 그의 연인 이경미의 데이트 장면. 82년 김광민전을 앞둔 무렵, 큰맘먹고 사준 통닭이 식을까 한시라도 빨리 집에 보내고 싶어하는 득구와 조금이라도 오래 같이 있고 싶어하는 경미의 가벼운 승강이가 오간다. “다 식어, 빨리 들어가서 식구들이랑 뜯어.” “(뽀루퉁) 내가 뭐 통닭 먹으려고 데이트하는줄….” 득구의 ‘쪽’ 하는 기습 뽀뽀. 경미의 얼굴
<챔피언>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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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트 미슐러/ 시공사 펴냄/ 8500원
자살은 사회와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시도지만, 역사적으로 자살의 권리가 인정된 적은 거의 없었다. <자살의 문화사>는 자살의 문화를 역사, 인류학적으로 비교 고찰하면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삶의 권리를 옹호한다. 고대 그리스 스토아학파의 사상가들에게 자살은 일종의 ‘의무’였다는 사실 등 자살의 역사와 그 근저에 자리잡은 사회적, 철학적 의미를 파헤치며 자살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한다.
자살의 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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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박 콘서트메사 팝콘홀/ 5월4일 4시30분·8시/ (주)AD엔터테인먼트/ 02-574-68988살에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하는 등 전도유망한 클래식 연주자였다가 자유를 외치며 클래식의 성채를 뛰쳐나온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의 콘서트. 클래식과 재즈, 국악, 팝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분방한 연주로 유명한 그는 이번에도 고답적인 형식을 피하고 애드리브를 최대한 살린 공연을 마련한다. 음악의 연주속도에 따라 변화하는 영상과 연주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마임, 난타 퍼포먼스도 함께 한다.화해와 용서를 위한 음악회 - 아름다운 사람혜화동 동성고 대강당/ 5월11일 6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02-776-7208사람은 꽃보다 아름답고, 인간의 생명은 다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이 존엄한 것. ‘아름다운 사람’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사형제를 종신제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사형제 폐지를 위해 여는 무료 음악회다. <살다보면>의 권진원,
유진박 콘서트 / 화해와 용서를 위한 음악회 - 아름다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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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Fifa World Cup (The Official Album) 소니뮤직 발매전세계 뮤지션들의 월드컵 기념 컴필레이션이다. 제니퍼 로페즈, 아나스타샤, god 등 친숙한 가수들은 물론, 국내에는 소개될 기회가 없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포르투갈 등 여러 나라 뮤지션들의 참여가 반가운 앨범. 일본의 유명한 음반 프로듀서 오사와 신이치가 만든 프로젝트 밴드 몬도 그로소의 <BLZ>, 독일의 록밴드 Die Toten Hosen이 부르는 <We Will Be Heroes>, 중국팀의 응원가로 쓰인다는 여명의 <Charged Up> 등의 곡들이 월드컵의 열기를 더한다.<Rude Awakening>Megadeth20여년간 헤비메탈 정상을 지킨 메가데스의 라이브 앨범이 처음으로 발매되었다. <Rude Awakening>은 2001년 피닉스의 웹 시어터에서 있었던 공연 실황을 담았다. 번개가 치는 듯한 화려한 기타 사운드로, 메탈을 즐기
2002 Fifa World Cup (The Official 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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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의 저자인 데이비드 로빈슨은 코미디영화에 관한 한 신뢰할 만한 비평가 가운데 한명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옥스퍼드대학 출판사에서 나온 <옥스퍼드 세계 영화사>(The Oxford History of World Cinema)의 무성 코미디 시대 관련 글과 찰리 채플린 박스 기사를 집필한 게 로빈슨인데 이건 그가 그 방면에서는 대단히 권위있는 필자임을 일러준다. <채플린>은 한 뛰어난 코미디 감독 겸 배우와 코미디영화(사)에 대한 전문가인 바로 그 저자가 어느 정도의 지식과 정열, 끈기, 근면성, 꼼꼼함 그리고 집요함을 가지고 자신의 관심 분야에 다가가는가를 보여주는 노작(勞作)이다.그런데 저서에 쏟은 저자의 엄청난 에너지는 그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굉장한 부담감부터 갖게 만든다. <채플린>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겠다는 결심을 한 독자라면 1천 페이지가 넘는 그 방대한 분량에 주눅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먼저 다져야만 할 것이다. 그러
현대의 꼭두각시, 그 세밀한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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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소설가)이 ‘연극 구경 오’라고, 더군다나 일요일에 전화를 건 것은 뜻밖이었다. 잘 모르는 사이여서가 아니라 좀체 그런 권유를 하는 법이 없었던 까닭이다. 아니, 권유는커녕 내가 무슨 (쓸데없는) 단체 일 부탁할까봐 몸을 사리는 편이다. 일단 걸리면 그가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고, 그래서 나의 부탁이 집요하므로, 더욱 그렇다. 이화동 4거리 김동수 플레이어하우스로 와라, 고 했을 때 ‘김동수’는 낯설었는데, 그보다 ‘플레이어하우스’는 더 낯설었다. 하여간, 어지간히 사람이 없는 모양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긴급 귀대명령을 받은 휴가병처럼 정말 모처럼 일요일에 공연장엘 갔다.김동수는 체구가 크지 않지만 호탕한 표정에 광대(피에로) ‘끼’가 잔뜩 묻어났는데, 48년생이라서 너무 놀랐다. 역시 공연예술쪽 사람이 명쾌하고, 잡생각이 없어. 글쟁이란 원고지 붙잡고 씨름하느라 사소해지고 쩨쩨해지고 야비해지고 끝내 성깔이 잔혹해지는 법인데….연극은 정말 한 ‘진지’했다. 비극은 그래도
김동수 연출 <슬픔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