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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남성미 물씬 풍기는 영화 없나요?”
일단 극장으로 들어가면 군사독재 시절 야만적인 교실의 악몽과 맞닥뜨려야 했다. 에누리 없이 누구나 등굣길에 마주쳐야 했던 선도부는 그 악몽의 한가운데였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선도부 이종혁은 그 악몽을 오롯이 되살아나게 했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배우가 튀어나왔을까 하는 궁금증은 그러므로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그의 존재로 인해 더욱 잔혹해졌다. 영화가 첫 경험인, 서른한살 먹은 아이 아버지이자 유부남의 고등학생 연기였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대학로는 이종혁의 조련사였다. 채찍은 오디션이었다. 매번 오디션을 거쳐 역을 따냈고 그때마다 한 계단씩 밟고 올라갔다. 어쩌면 그는 <말죽거리…>가 아니라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의 주인공으로 먼저 떴을지도 모른다. <토요일 밤…> 연습을 하다가 <19 그리고 80> 오디션을 보게 됐다. <1
발견! 올해를 빛낸 남자 조연 6인 [2] -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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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건달(<목포는 항구다>의 가오리 박철민), 늙은 건달(<시실리 2km>의 58년 개띠 우현), 말이 선도부지 학교 깡패(<말죽거리 잔혹사>의 선도부 이종혁), 깡패보다 더 터프한 형사(<거미숲>의 장현성), 깡패와 구분이 되지 않는 형사(<썸>의 추 형사 조경훈), 이런 건달과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껏해야 꼴찌팀 투수(슈퍼스타 감사용의 인호봉 류승수). 올해 충무로에서 빛을 발한 남자 조연들을 보면서 진창 속의 연꽃을 떠올린다. 낮고 외진 곳, 힘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막장에서 이들이 뿜어내는 진실하면서도 서늘한 연기는 관객을 놀라게 했고 관객은 어디서 저런 배우들이 나온 것일까 하는 반가운 궁금증으로 극장 문을 나섰다. 만 서른에서 마흔까지 한창때를 보내고 있는 이 배우들은 밑바닥에서 시작, 한 계단씩 악전고투하며 올라가고 있다. 부득이 이들 젊은 남자배우만 부른 이유가 있다. 조영진(<효자동 이발사>의 대통령)
발견! 올해를 빛낸 남자 조연 6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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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한의 SOS,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공동작업 개시
구하는 자에게 길이 열린다 했던가. 2003년 7월. 이재한은 안면 있던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차 대표는 이재한에게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원작인 일본 드라마 <순수한 영혼>(Pure Soul)을 복사한 테이프를 넘겨줬다. 받아들긴 했지만 이재한은 메가폰을 쥘지는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20대 여자의 이야기라. 망설였던 건 자신있는 주종목이 아니어서였다. “멜로영화를 멀리해왔던” 그는 10개의 에피소드 분량이 담긴 테이프를 보면서 괴로웠다고 한다. 그렇다고 현장을 다시 밟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연출 제의를 받아들인 그는 억지스러운 부분은 버리고 자신이 감동한 부분들만 취해서 시나리오 초고를 썼다. 그러나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 이야기가 과연 관객의 누선을 자극할 수 있을지는. 그는 미국 아이오와에 있던 김영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공동작업한 소설가 김영하 VS 감독 이재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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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들기, 역시 쉽지 않군
“담배꽁초 버리는 것 봤는데. 여기가 뉴욕인 줄 알아요?” 대담을 나누기로 한 장소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소설가 김영하가 속사포를 날린다. 묵묵부답, 이재한 감독은 슬쩍 웃을 뿐이다. “이제 좀 얼굴이 사람 같아졌네.” 역시 묵묵부답. 라면집에서 준 사탕을 빨면서 수시로 질문을 던져대는 김영하에게 과묵한 이재한은 손을 내미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두 사람이 절친한 사이라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 하지만 곁에서 보면 워낙 스타일이 달라 좀처럼 이해가 안 된다. 누가 보면 맞춰입고 온 것 아닌가 의심할 법한 검은색 정장을 제외하곤 별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찌해서 두 사람은 4년 전부터 시나리오를 함께 쓰는 각별한 사이가 됐을까. 서로의 무엇에 끌렸기에 말이다. 최근 개봉한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또한 이들이 시나리오를 나눠 쓴 작품. 두 사람의 공동 작업 중 영화화된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충무로의 단짝 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공동작업한 소설가 김영하 VS 감독 이재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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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헤치고 다시 묶을 수 있다
“청춘이라는 말이 일단 너무 좋고요….” 노동석(33) 감독은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다. 지난 2002년 말, 자신의 영화아카데미 졸업 시즌에 버티고 있던 막연한 두려움과 주변 친구들의 어려운 상황에 착안하여 청춘에 대한 한편의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그는 마음먹었다. 인터넷에서 보고 마음에 든 시에서 <마이 제너레이션>이란 제목을 가져오고, “마티즈 한대에 다 타고 다닐 수 있을 만한 규모와 인원”으로 움직이고, 아주 가끔이지만 “촬영기사와 감독, 그리고 배우들만 남아서 감독이 붐대를 들고 연출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주말마다 모여 찍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싹터” 좋은 기분으로 만들었다는 영화.
<마이 제너레이션>은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영화감독을 꿈꾸는 병석과 번번이 직장에서 쫓겨나고 이용당하는 여자친구 재경의 멈춰버린 듯한 젊은 날을 그려낸다. 끝내는 카메라를 팔 수밖에 없던 병
새로운 물결, 디지털 장편영화 [9] 대안3-새로운 세대를 말하다 : 노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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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다”
이것은 매우 흔한 이야기다. 자신의 대표작이자 연출작 전부인 두편의 단편(<장마> <어떤 여행의 기록>)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젊은 감독이 충무로에서 장편 데뷔를 준비했고, 2년 남짓의 시간이 흐른 뒤, 캐스팅까지 완료된 프로젝트가 제작불가 판정을 받는다. 안타깝지만 현실에 비일비재한 일화일 뿐이고, 그 주인공인 조범구 감독도 이를 알고 있다. 이 서글픈 일화가 전환되는 계기를 굳이 말하자면, 아마도 그 시점을 전후하여 조범구 감독이 겪은 갖가지 내우외환 속에서 맞닥뜨린 “정신적 공황상태”가 아니었을까. 그는 “안 하면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첫 장편을 무작정 시작했고 <양아치어조>는 그로부터 1년 반 뒤 완성됐다. 거미줄처럼 얽힌 채무관계 속에서 현재와 미래를 저당잡힌 인물들이 빼곡히 들어찬 <양아치어조>의 주인공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보험료 1억5천만원을, 친구들의 빚을 ‘얼떨결에’ 갚아주
새로운 물결, 디지털 장편영화 [8] 대안3-새로운 세대를 말하다 : 조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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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자체를 많이 줄 수 있는 매체다
윤영호(34) 감독의 <바이칼>은 도시에 관한 묵시록적 예언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시베리아에 있는 바이칼 호수에 관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떠올린 것이다. 그의 말대로 “시원”에 관한 영화이기도 한 셈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자극받은 구상은 “사막이 항상 끝이고, 거기에 다시 땅이 만들어지고, 강이 들어서고, 숲이 형성된다는 자연의 순환 고리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발전했고, “땅으로서 생명을 다한 것이 도시라고 할 때, 그것을 사막과 연결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영화의 두 공간이 결정되었다. 서울 한복판의 정경과 단편을 찍으며 눈여겨봐뒀던 화성쪽 간척지에서 촬영한 사막장면이 교차한다. 주인공 라반과 석치는 황량한 사막을 헤매고 다닌다. 그들은 이 사막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고자 한다. 그러나 길은 없다. 도시가 무너지고 사막이 들어섰는지, 도시를 사막처럼 느끼는 이들의 감정적인 공간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바이칼
새로운 물결, 디지털 장편영화 [7] 대안2-상상과 표현의 신천지 : 윤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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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더인데, 하고 얕보면 큰코 다쳐”
단 두편의 독립영화로 독특한 상상력의 신인으로 각인된 신재인 감독은 첫 장편 <신성일의 행방불명>을 디지털로 찍어야 했다. 밥먹듯이 “16mm카메라 앞에서 촬영감독과 싸우는 꿈을 꾼다”는 필름룩의 광신도인 그는 디지털을 ‘차악’이라 칭했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 때 메가박스 3관 상영에서는 “전체적으로 어둡긴 했지만 암부 디테일이 모두 표현된” 디지털 영사에 감복하기도 했다. 이어진 CJ아시아인디영화제 때 CGV용산 상영에서는 그 만족감이 철저히 배신이 되어 돌아왔지만.
<신성일의 행방불명>은 ‘먹는다’는 욕망과 신의 대결을 사유한다. 모든 것을 아는 하느님 앞에서 먹는 일은 죄이자 벌이다. 한시바삐 아무것도 먹지 않는 어른이 되기를 꿈꾸는 신성일은 식사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연인 이영애와 하느님의 품인 고아원을 탈출하려는 친구 김갑수 때문에 괴로워한다.
어떤 영화일지 쉽게 상상하기 힘든 만큼 촬영도 쉽지 않았다.
새로운 물결, 디지털 장편영화 [6] 대안2-상상과 표현의 신천지 : 신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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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여관방에서 35mm 카메라 움직일 수 있어?
<프락치>는 무려 7년 만에 완성된 영화다. 독일 유학을 다녀온 1996년 말, 황철민 감독은 귀국 준비를 할 무렵 만났던 학원프락치를 소재로 시나리오를 썼다. “프락치로 지목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던 와중에 독일로 도망온” 그는 황 감독에게 비디오 테이프 하나를 안겼는데, 그 안에는 운동권 학생들의 결혼식 장면을 비롯해서 안기부 기관원과 함께 여관방에 숨어 지내던 시절이 담겨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그런 생활에 대한 한탄이 덧붙여져 있었다. 이는 후덥지근한 여름, 정체가 드러난 프락치와 그를 감시하는 기관원이 세상의 눈을 피해 여관방에서 함께 장기 투숙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묘사한 <프락치>의 모티브가 됐다.
하지만 프로젝트 진행은 더뎠다. 1997년, <낙타> <선택> 등과 함께 제1회 PPP에 선정됐지만, <프락치>에 필름을 내주겠다는 곳은 없었다. <프락치>
새로운 물결, 디지털 장편영화 [5] 대안1-중견 작가의 돌파구 : 황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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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새로운 판짜기를 위한 기회”
황규덕 감독의 13년 만의 복귀작 <철수♡영희>는 처음에는 감독 30인의 릴레이로 시작해서 외로운 마라톤으로 마무리된 작품이다. 2003년 10월, 30명의 영화감독들이 뉴시네마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6개월에 10편의 디지털 장편을 선보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의 선봉으로 낙점된 것이 <철수♡영희>. 그러나 주최쪽으로부터 촬영 하루 전까지도 약속된 제작비 2억원은 조달되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도 제작비는 소식이 없고 황 감독은 주최쪽에 계약파기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사흘 뒤 황 감독은 <철수♡영희>를 자체 제작하기로 결심하고 2003년 11월30일, 촬영에 돌입했다. 애초 사용하려던 HD영화제작용 파나소닉 HDC-27F(일명 베리캠)카메라는 예산문제로 파나소닉 DVX-100으로 바꿔야 했다. 자가용을 처분하는 악전고투 끝에 <철수♡영희>는 완성됐다. 제목 그대로 작품은 대전 대
새로운 물결, 디지털 장편영화 [4] 대안1-중견 작가의 돌파구 : 황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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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과의 경계를 서서히 지워간다
지난해 부산에서 소개된 디지털 장편은 <그 집 앞>과 <자본당 선언>이었다. <그 집 앞>은 일기 혹은 사적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극영화이며, <자본당 선언>은 키치적 유희정신과 발랄한 실험성이 결합된 극영화다. 두 작품에는 디지털이 지닌 개인적이며 자유분방한 속성이 깊이 투영돼 있다. 그러나 올해 소개된 세 디지털 장편은 필름과 구분되는 기술적 속성보다 필름과 공유한 기록매체의 속성에 충실하다. 그것은 올해 상영작에 포함되지 않은 디지털 장편들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거리로 나간 혹은 거리로 돌아온 것은 디지털카메라만은 아니다. 뉴커런츠 부문에서 상영된 다른 두편 <여자, 정혜>와 <귀여워> 역시 오늘 이곳의 삶을 담는다. 이 영화들은 필름으로 촬영된 충무로영화지만, 이들은 세 디지털 장편의 영화적 태도와 더 가깝다. 디지털 장편의 장르적 시
새로운 물결, 디지털 장편영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