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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도 정권도 자신이 3류임을 모르고 사는 비극 담는다”
몇 나절을 촬영장에 붙어 있는다 한들, 아니 설사 전 촬영 기간 동안을 따라다닌다 해도 <하류인생>이 어떤 모양새를 갖춘 영화일지 알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콘티북은 물론이요, 시나리오조차 존재하지 않는 이 영화를 상상하는 일은 불가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 영화의 모든 장면 장면은 오직 한 사람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존재한다. 그 ‘절대자’는 두말할 나위 없이 임권택 감독이다. 곧, <하류인생>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선 임권택 감독을 만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누구 못지않게 임 감독의 새로운 영화를 고대하고 있는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가 조바심을 참지 못하고 부천 오픈세트을 찾아 임권택 감독을 만났다. - 편집자
“비애로운 세월을 살았던 우리 이야기”
-우선, 아주 무식하게 여쭙겠습니다. <하류인생>은 한마디로 어떤 영화입니까.
=스스로가
임권택 감독의 신작 <하류인생> [4] - 허문영vs임권택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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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실 같은 격투를 아주 힘있는, 힘있는 영상으로”
-듣다보니 이야기 구성이 참 까다로울 것 같다는 예상이 됩니다.
=이게 자칫 잘못하면 우스운 삶을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재미로만 좇아가 찍은 영화가 될 수 있어요. 그렇게 결과지어진다면 문제가 많은 거지. 주인공들은 흙탕물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흙탕물인지 모르고, 관객은 그것을 알아차리고 얘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돼야 하는데.
-양식미에 좀더 노력을 기울였던 <취화선> <춘향뎐>에 비하면 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건 <춘향뎐>은 이미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았고, <취화선>은 많은 부분이 새롭게 창조가 됐다고 하더라도 실존 인물이라는 틀이 있으니까 그 틀 안에서 만들면 됐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이야기가 도대체 어떻게 짜여질지, 기승전결이 어떻게 될지 짐작이 안 돼서….
=이야기야 그렇게 살았던 체험담이 있으니까 별로 어려운 게 아닌데,
임권택 감독의 신작 <하류인생> [5] - 허문영vs임권택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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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본위, 친절본위! 청와대 옆 이발관으로 오세요
스페인 세빌랴 거리를 활보하던 입심 좋은 피가로가 아니다. 굵은 시가를 입에 문 채 무심하게 머리를 자르던 ‘거기 없던 그 남자’도 아니다. 헝클어진 곱슬머리에 호기심 가득한 눈, 그는 바로 대한민국 효자동의 우직한 이발사 성한모다. 그러나 만두가게 왕씨가 아니라 청와대 대통령의 가르마를 2:8로 나누게 되면서 반듯하게 살아오던 이 남자의 인생 역시 반대편으로 쏠리게 되었다.
<살인의 추억>을 끝낸 송강호와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가 주연하고, 배급사로 알려졌던 청어람이 첫 번째로 제작에 뛰어든 <효자동 이발사>는 억눌린 시대의 공기와 한 가족의 비극을 건강한 코미디 속에 녹여낸 깔끔한 한편의 우화다.
지난 11월16일, <씨네21> 앞으로는 시골의 한 이발관으로부터 ‘이발 우대권’이 날아왔다. 차를 타고 3시간 뒤, 작은 화분이 놓인 소박한 이발관 문을 빠끔히 열었을 때, “의사하
<효자동 이발사> 촬영현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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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공간을 통해 삶의 문화를 오픈했다
<흑수선> <YMCA야구단> <황산벌> <실미도> 등 굵직굵직한 시대극을 책임져왔던 강승용 미술감독은 지난 8월 말에서 10월 말까지 2달에 걸쳐 이 대규모 세트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세트에 대한 구체적 설명 이전에 영화의 내용을 먼저 설명하려드는 그에게선 “영화라는 게 미술 혼자서 잘할 수 없다”는 직업철학이 드러났다.
부분작업이 아니라, 마을 전체를 통째로 만드는 일이라 쉽지 않았겠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이기 때문에 사진자료가 많았고, 그 시절 장년이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 효자동의 유래에 대한 문헌들도 참조했다. 효자동은 주로 왕실의 외친척이나, 내시들이 거주하던 지역으로 일제시대에는 일본의 제력가들이 살던 곳이다. 당시에는 청와대 경호정책으로 개발과 발전이 멈춰지면서 외식가옥의 형태가 많이 남아 있었다.
특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 디자인했나. 열린 공간에 신경을 많이 썼다.
<효자동 이발사> 촬영현장 [2] - 강승용 미술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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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 목에 칼 들이대는 직업 매력적 아닙니까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년 정도 일했던 임찬상 감독은 “집에서 쫓겨날 각오하에” 사표를 쓰고 영화아카데미 13기로 입학했다. 이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조감독과 “김태용, 민규동에서 조근식, 이수연까지” 다른 동기들이 속속들이 감독을 데뷔하던 ‘암흑기’를 거쳐 1년 동안 도서관에 출퇴근하면서 쓴 <효자동 이발사>라는 (송강호의 말에 따르면 “놀라운”) 시나리오와 함께 광명을 찾았다.
이발사라는 직업을 설정한 이유는. 처음에 요리사를 할까, 운전사를 할까 뭐 여러 가지 생각을 했는데, 이발사라는 직업이 누구보다 밀접하게 대통령과 상대할 수 있고, 시각화하기도 재밌다고 생각했다. 또한 면도를 하기 위해 통치자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것이 극적인 긴장감도 살릴 수 있고.
쉽게 짐작할 순 있지만 영화 속에서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박정희를 그저
<효자동 이발사> 촬영현장 [3] - 임찬상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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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누아르의 영광이 돌아오는가?
진가신의 <첨밀밀>은 홍콩영화 특유의 호들갑스러움을 등졌었다. 디아스포라(이산)의 상흔이 개인에게 착지한 묵직한 로맨스였고, 영화는 성공했다. 왕가위의 <해피투게더>나 <화양영화>, 더 거슬러 <중경삼림>도 허공에 뜬 냉소나 절망은 아니었다. 이 진지한 낭만주의는 자신에게 열광하는 대중을 목격했으나 쇠락하는 홍콩영화를 구원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무간도>라는 한편의 영화에서 드디어 탈출구를 찾은 것마냥 홍콩이 들썩거렸다. 누아르라는 장르의 힘 때문이었다. 마침내 홍콩 누아르의 영광이 되돌아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 같은. 정작 ‘홍콩 누아르’라는 이름을 붙여준 한국에선 침착했다. 홍콩 누아르의 재림이라기보다 아련한 향수를 세게 자극해준 일종의 돌연변이쯤으로 받아들였다. <무간도2 혼돈의 시대>(12월5일 개봉)는 우리에게 좀더 분명한 태도를 요구하는 것 같다. 홍콩 누아르에 어떤 진
원조 갱스터와 필름누아르를 교배한 <무간도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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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와 캐릭터를 살렸다
<무간도> 1편과 2편의 각본은 흐트러짐이 거의 없다. 그런데 각본에다 감독까지 맡은 맥조휘(Alan Mak)에 대해 국내에 알려진 건 거의 없다. 공동으로 연출한 유위강은 1985년 촬영감독으로 데뷔한 뒤 연출과 촬영을 병행하며(<무간도> 1편은 크리스토퍼 도일이, 2편은 유위강이 촬영했다), 홍콩영화의 영광과 수난을 함께하고 있다. 그의 최근작은 <풍운> <중화영웅> <동경용호투> <소살리토> 등인데, 이 필모그래피만으론 <무간도> 시리즈를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맥조휘 감독이 더욱 궁금해진다. <War Named Desire, A> 등을 연출한 그는 <홍콩 시티 엔터테인먼트>가 선정한 10명의 촉망받는 감독 중 한명으로 꼽히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을 게 틀림없다.
-어떻게 영화일을 시작했고, 어떻게 자신의 재능을 키워왔나.
원조 갱스터와 필름누아르를 교배한 <무간도2> [2] - 맥조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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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에서 벌인 질펀한 굿 한 마당
이른바 이윤택을, 전투적인 표현을 빌려 문화게릴라, 온화하게는 전방위예술가라고 부른다. 그만큼 문화계의 이곳저곳을 발판으로 살아왔다는 말이다. 그가 자신이 연출한 연극 <오구>를 영화로 만들었다. 네살 적 영화애로 시작하여, 연극 <오구>의 이야기를 거쳐, 다시 영화 <오구>에 이르기까지 1인칭 ‘나’로서 이윤택이 들려주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영화메커니즘의 만남’에 대한 고백록이 여기 적혀 있다.
영화와의 조우
내가 영화를 처음 본 것은 네살쯤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 등에 업혀 동네 인근 초량극장에 갔는데, 거기서 처음 본 영화가 존 웨인 주연의 <서부 삼형제>였다. 두형이 시내에 나간 사이 목장에 도둑들이 들이닥쳤고, 소발굽에 밟혀 죽는 막내동생의 모습이 너무 처참해서 나는 소리내어 울었던 것 같다. 극장 안은 너무 추웠고, 아버지가 사준 카스테라가 상했는지 극장 안에서 생똥을 쌌다.
하여
영화 <오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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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감독 영화에는 누구도 투자하지 않는다
나이 오십에 들어서야 첫발을 내디디는 나의 감독 입문은 예상대로 순탄치 않았다. 내가 쓴 시나리오는 메이저급 투자사에 설득력을 주지 못했다. 시나리오와 촬영 콘티까지 제출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다시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해보자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일년이 넘게 시나리오를 뜯어고치고 촬영 콘티까지 제출했는데 왜 다시 시나리오 작업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누가 시나리오 작업을 한다는 것인가. 시나리오에 문제가 있다면 촬영을 진행시켜나가면서 감독과 촬영 스탭에 의해 자연스럽게 수정되는 것이지 않은가. 누가 책상머리에 앉아서 시나리오를 칼질한단 말인가. 이런 나의 생각이 돈키호테가 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촬영감독이면서도 프로듀서를 겸했던 최두영 감독은 투자사를 찾아다니다 지친 발걸음으로 종로 여관방에 들어와 울분을 터뜨렸다. “대한민국의 그 어떤 투자사도 이윤택 감독의 영화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그 순간 여관방에 둘러앉
영화 <오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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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욕망, 과잉의 미학
박찬욱 감독의 5번째 장편영화 <올드보이>가 11월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시사는 단 한번뿐이었고, 영화의 내용은 비밀에 붙여지고 있다. <올드보이>가 감추고 싶어하는 것에 대한 우회적인 코멘트와 박찬욱 감독이 직접 보내온 가상의 ‘셀프 인터뷰’를 묶어 그 궁금증을 대신한다.
기억나는 대로 대사를 적어본다. 오대수와 이우진의 문답. “넌 도대체 누구냐?” “에이, 질문이 틀렸어요. 왜냐고 물어야죠.” “왜 날 가둔 거냐?” “아니죠, 이우진은 왜 오대수를 가뒀을까, 가 아니라 이우진은 왜 오대수를 풀어줬을까, 이렇게 물어야죠.” 이것이 <올드보이>의 미스터리를 푸는 방법론이다. 평범한 샐러리맨 오대수가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8평짜리 사설감금소에 갇힌 이유가 드러나면서 영화는 첫 번째 비밀의 문턱을 넘는다. 그리고는 15년이 지난 뒤 이유없이 오대수를 풀어준 이우진의 그 행동이 두 번째 더 큰 비밀의 문턱으로
매력적으로 뻔뻔한 <올드보이>와 박찬욱 감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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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짐승만두 못한 감독이어도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요, 네?!”
씨네 | 우선, <올드보이>를 만들어놓고 제일 뿌듯해 하시는 부분은?
박 | 두 시간 안쪽으로 끊었다는 겁니다. 앞으로 봉준호, 이재용, 강우석, 이런 감독님들 만나면 이렇게 얘기해주려구요. “어유- 어떻게 두 시간 넘는 영화를 만들어요, 그래? 나 같으면 힘들어서 못하겠네….”
씨네 | 그럼 <올드보이>는 정확한 러닝타임이…?
박 | 한 시간 오십구분 삼십팔초.
씨네 | (한숨 한번 쉬고)… 또 하나의 복수극이라… 물리지도 않나요?
박 | 왜- 여기서 실명을 밝힐 수는 없음을 이해하시고- ‘연애박사’ 허모 감독한테는 그렇게 안 물으면서 나만 갖구 그러나요?
씨네 | 그래도… 비슷한 영화 또 만들기가 그렇게도 싫다더니 이 어인 일인지요.
박 | 글쎄, 허진호도 자기가 비슷한 영화를 또 만들었다고는 생각 안 할걸요?
씨네 | 그렇다면 <복수는 나의 것>과 &l
매력적으로 뻔뻔한 <올드보이>와 박찬욱 감독 [2]